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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 사업구조개편]6년째 눈물의 체질개선, 부활 뱃고동 울릴까①3.5조 자구안 이행 후에도 비핵심자산 추가 매각, 조직개편도 계속

이아경 기자공개 2020-09-04 10:45:19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조선업 불황은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도 피할 수 없었다. 현대중공업은 고강도 인력감축을 단행했고 회사를 쪼개고 합치고 내다파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 통해 얻은 재무안정성은 수주 가뭄 속 경쟁력이 됐고 현재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앞두고 있다. '공룡 조선사'의 탄생을 앞두고 그간 현대중공업그룹이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한 변화와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2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은 고 정주영 회장의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단숨에 세계적 반열에 오른 세계 1위 조선사다. 하지만 깊은 불황 속에 1위 조선사는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지 오래다. 현대중공업은 6년째 끊임 없는 체질 개선을 진행했으며 그 노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조선업이 불황에 빠지기 시작한 계기는 2008년 금융위기다.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수주 감소 추세가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다행히 거뜬한 체력을 과시했다. 부진한 조선 실적에도 해양플랜트 사업이 효자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해양플랜트 사업은 2014년 유가 급락에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영 악화의 주범이었다. 수주는 취소됐고 막대한 손실이 불어났다. 조선·해양 수주가 나란히 가뭄에 들면서 세계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와중에 중국은 국가 주도로 조선업 양성에 공을 쏟으며 국내 조선사들을 위협했다.

◇2014년 손실만 3조원 이상, 구조조정 시작

현대중공업은 결국 2014년 구조조정 칼을 뺐다. 대규모 인력 조정과 설비 감축을 단행했지만 손실 규모는 그보다 더 빨리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6년에는 본격적인 자구안을 내놨다. 총 3조5000억원을 마련해 2018년까지 8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6조원대로 낮추고 부채비율도 134%(2016년 1분기 별도기준)에서 100% 밑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매각 대상은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유가증권과 울산 현대백화점 앞 부지, 울산 조선소 기숙사 등이다. 하이투자증권 등 비조선부문 분리매각과 함께 임금 축소, 휴일 및 연장근로 폐지, 인력 조정, 비핵심업무 아웃소싱 등으로도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현대중공업은 자구안을 조기에 이행했다. 팔아서 현금을 챙길 수 있는 대부분의 자산을 팔았고 핵심 사업 위주로 사업재편을 단행했다. 현대자동차, KCC, 포스코 등 투자주식과 유휴 부동산 등을 매각했고 현대종합상사,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자원개발의 계열분리를 완료해 총 2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2017년에는 현대삼호중공업 프리IPO로 4000억원, 현대미포조선의 현대로보틱스 지분 및 호텔현대 지분 매각 등으로 약 1조원의 유동성을 챙겼다. 현대커민스와 독일 야케법인, 중국 태안법인, 미국 현대아이디얼전기 등 비핵심사업도 정리했다. 당시 내놨던 하이투자증권과 하이자산운용, 현대선물은 2018년 DGB금융지주로 넘어갔다.

◇사업분할로 재무구조 개선 극대화


자구안의 마지막 카드는 사업부 분할 및 지주사 전환이었다. 조선부문과 무관한 사업들을 함께 묶어뒀던 현대중공업은 사업분할을 통해 각각의 개별 회사로 전환했다. 차입금을 각 회사로 분산시켜 현대중공업의 재무안정성을 높이고, 독립경영을 통한 비용 절감을 더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11월 이사회에서 조선·해양,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나누는 인적분할 안건을 승인했고, 그해 12월에 선박 AS부문과 태양광 부문을 물적분할해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그린에너지를 새로 만들었다.

인적분할은 2017년 4월1일 마무리됐다. 조선사업부문인 현대중공업은 존속법인으로 두고 신설법인으로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3개사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가 됐고 나머지 3개 회사는 그 자회사로 편입됐다.

나름의 재정비를 마쳤지만 빙하기는 지속됐다. 자구안을 이행하는 동안에도 수주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12월 아껴뒀던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와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심했다. 일감 부족에 대비해 재무구조를 무위험 상태로 만들고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더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현대중공업은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먼저 단행했다. 그룹의 조선 3사의 순차입금을 모두 해소할 수준으로, 차입금을 대거 상환해 '무차입경영'까지 가겠다는 게 목표였다. 전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조선사 구조조정 속에서 우수한 재무상태로 선주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전략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정, 공룡 조선사로 재도약


실제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됐고, 현대중공업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로보틱스의 사명을 '현대중공업지주'로 바꿔 본격적인 지주회사의 출범을 알렸다.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9년 3월 세계 2위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는 중대 발표를 내놓았다. 정부와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까지 기존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줄여 한국 조선사업을 살리겠다는 의견이 맞아 떨어졌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간지주회사도 만들었다.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한국조선해양'을 세우고,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한 뒤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하는 구조다. 한국조선해양 밑에는 대우조선해양과 기존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미포조선 등이 병렬구조를 이룬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12월 아람코로부터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대금인 1조3749억원을 수령했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시기 상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앞두고 투자대금과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을 넉넉히 마련한 셈이다.

◇사업재편 지속, 위기극복 '현재진행형'

공룡 조선사의 탄생을 앞두고 있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차츰 살아나려던 조선업황이 코로나19 여파로 다시 꺾이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자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룹과의 시너지 고리가 약한 비주력 회사들은 하나 둘 정리 대상에 오르고 있다. 현재 매각이 확정된 곳은 현대중공업 증손회사인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이다. 산업용 보일러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 그룹이 추구하는 방향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결정에 따른 조치다.

조직개편도 이어간다. 지난 7월1일부로 현대중공업은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를 조선해양사업부로 통합했다. 이와 함께 엔진과 경영지원 부문도 조직의 필요성과 실효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유사부서 간 통합을 통한 조직 슬림화로 전체 부서의 약 20%를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은 생존을 위한 위기극복이 가장 우선인 만큼 모든 역량을 투입해 올해 경영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은 다가오는 하반기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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