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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무풍지대' 파나시아, 공장 가득 메운 스크러버 제2공장도 불철주야 생산…스마트팩토리로 효율 극대화, 시범기업 선정

부산=이경주 기자공개 2020-09-07 15:02:55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4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풍 바비가 대한민국을 할퀴고 간 8월 27일. 파나시아 부산공장은 생산 중인 스크러버(선박 탈황장비)로 빽빽했다. 조선업계가 불황이라고 하지만 파나시아에겐 남의 일이다. 신조선은 물론 현존선 선주들이 국제해양기구(IMO) 규제에 걸리지 않기 위해 파나시아 스크러버를 잔뜩 주문한 덕이다.

파나시아는 IT기술과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협력사까지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해 공정을 수행한다. 덕분에 넘쳐나는 주문에 대한 납기를 100% 맞추고 있다.

◇올해 준공한 제2공장도 스크러버로 빼곡

부산시 강서구 미음산단3로에 위치한 파나시아 본사와 제1공장은 이미 강소기업이 아닌 중견기업 규모를 자랑했다. 2014년 12월 준공한 이곳은 건축면적 1만7115제곱미터(㎡), 연면적이 3만5606㎡다. 핵심장비와 부품생산에서부터 R&D(연구개발)와 고객관리까지 여기서 모두 이뤄진다.

파나시아 본사 및 제1공장 전경

파나시아는 제1공장으로도 부족해 지난 6월 제2공장을 준공했다. 제2공장도 건축면적만 9837㎡(연면적 1만5504㎡)에 달한다. 제2공장도 생산 중인 스크러버 바디(몸체)와 내부부품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스크러버는 선박 엔진과 보일러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을 해수와 반응시켜 제거하는 장치다.

현장에 있는 스크러버는 높이만 성인 키의 세 배 정도 되는데 가장 작은 사이즈다. 큰 사이즈는 작은 건물 크기에 이른다. 큰 사이즈는 이동이 어려워 배가 있는 조선소에서 직접 생산하고 설치한다. 가격은 작은 것이 10억원, 큰 것은 50억원이 넘는다. 파나시아는 주문폭주로 지난해에만 260개 스크러버를 생산했다. 2018년(20개)과 비교해 240개나 증가했다. 2018년 572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3284억원으로 폭증한 배경이다.

파나시아 제 2공장을 빼곡히 채운 스크러버와 관련부품

코로나19에도 파나시아가 분주한 것은 주문이 향후 1~2년은 더 생산해야 할 정도로 쌓여있기 때문이다. 상반기말 기준 스크러버 수주잔고는 4095억원이다. 스크러버는 완제품 생산까지 총 8개월, 매출로 인식되는 납품까진 11~12개월 정도 소요된다.

◇주문폭주에도 100% 납기, MES시스템이 비결

파나시아는 주문폭주에 경쟁사 견제도 심했다고 한다. 파나시아가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불량을 내거나 납기를 못 맞출 것이라고 선주들에게 흘렸다. 하지만 파나시아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납기를 맞추지 못한 적이 단 한 건도 없다. 오히려 경쟁사들이 코로나19 여파로 납기를 못 맞추고 있다.

비결 중 하나는 공정전반을 전산화시킨 MES시스템(제조실행시스템)에 있다. 사람 크기만한 모니터를 갖춘 MES시스템이 공장 곳곳에 설치돼 있다. 스크러버 커팅에서부터 벤딩, 산처리, 보온, 조립, 선주검사 등 생산에서부터 납품까지의 공정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표기해 준다.

파나시아 MES시스템(제조실행시스템)

파나시아 엔지니어와 80여 곳 협력사 직원들은 모두 MES시스템에 바코드를 찍어 업무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이는 공정마다 있을 수 있는 문제를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하게 한다. 불량률을 낮추고 생산속도를 극대화한다. 파나시아가 독자 설계한 시스템이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과거엔 공정 지연이 있으면 협력사에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알리고 해결했다”며 “반면 다른 공정 작업자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해 작업순서가 뒤엉키고 더 큰 지연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모든 참여자가 실시간으로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며 “덕분에 작년부터 주문급증에도 납기지연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서 핵심부품 생산, 정부 시범기업 선정

또 다른 비결은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에 있다. 2016년 8월 조선기자재 업체 최초로 도입했다.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로봇팔을 공급받은 것 외에 모두 독자적으로 갖춘 공장이다.

이곳에선 수위제어계측장비와 UV램프를 만든다. 수위제어계측장비는 스크러버를 비롯해 대다수 장비에 들어가는 기초 부품이다. UV램프는 다른 주력제품인 선박평형수처리장치 경쟁력을 좌우하는 부품이다.

파나시아 스마트팩토리

UV램프 성능은 선박에 대한 IMO규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선박평형수는 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해수를 뜻한다. 짐이 없을 땐 배가 위로 떠 균형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바다에서 해수를 끌어와 균형을 맞춘다. 반대로 짐을 실을 땐 해수를 다시 배출해야 한다.

해수를 배출할 때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배 안에 있던 해수에 미생물이 자라 배출지역 생태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선박평형수처리장치는 미생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UV램프가 수행한다. 이에 일관된 품질이 중요한데 파나시아는 최초 설립한 스마트팩토리로 확보했다.

앞선 관계자는 “과거엔 사람이 직접 UV램프를 만들어 불량률도 높고 제품별로 성능편차가 심했다”며 “스마트팩토리는 UV램프 성능을 결정하는 불의 세기와 수소 농도를 일관되게 제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품질뿐 아니라 원가절감과 대량생산 효과까지 확보했다”며 “하루에 사람이 10개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300개 정도를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요인이다. 핵심부품을 타 국가에서 조달받아 왔을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앞선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경쟁사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있다”며 “핵심부품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친화경 장비도 ICT화, 위성관제시스템으로 원격관리

본사에는 4차산업과 언택트 시대에 어울리는 위성관제시스템(MSCS)도 갖추고 있었다. 파나시아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파나시아가 공급한 스크러버는 전 세계 해역이나 조선소에 위치해 있다.

파나시아는 스크러버에 통신시스템을 장착해 MSCS로 원격 관리하고 있다. 위성을 통해 스크러버 고장 여부를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는 고객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다. 스크러버가 고장나면 최악의 경우 항해를 중단해야하고 큰 손실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파나시아 위성관제시스템

앞선 관계자는 “MSCS로 문제가 될 것 같은 신호를 우리가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선박이 정박하는 항구에 전문가와 관련 부품을 배치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MSCS는 경쟁 대기업보다 먼저 시작한 기술”이라며 “이 같은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수주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나시아는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수소추출기 사업에서도 MSCS와 유사한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정부는 전국에 수소차에 필요한 충전소를 2040년까지 1200개 설치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지난해 1월 공개했다. 수소추출기는 LNG등 천연가스에서 개질을 통해 고순도 수소를 추출하는 장치로 충전소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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