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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M&A와 '1등 디스카운트'

김병윤 기자공개 2020-09-17 08:53:28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6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업계 1위 기업이 매물로 나왔다. 선두 업체라는 간판 하나면 인수전의 흥행은 기대해봄직하다. 더욱이 영업이익률이 50%를 웃돈다. 대박은 아니어도 평타 이상은 치지 않을까.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예상과 다르다. 1위 간판에 걸맞지 않게 거래는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파는 쪽이나 사려는 쪽이나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법인명 빗썸코리아) M&A 얘기다.

빗썸은 나름대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업체다. 가상자산 거래 좀 해본 사람이라면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다. 가상자산 거래를 해보지 않은 사람도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다. 인지도가 높다고 인식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빗썸이라는 간판, 귀에는 분명 익숙하지만 환영받는 존재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빗썸의 매각이 조심스레 진행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빗썸을 향한 부정적 시각은 가상자산 투자(혹자에겐 투기가 옳은 표현이겠다)와도 맞닿는다. 혜성처럼 등장한 가상자산은 주식에 지친 동학개미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비트코인 시세가 2000만원을 뚫을 정도였으니 그 투심에는 뜨겁다 못해 미쳤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세뱃돈을 비트코인으로 달라'는 우스갯소리는 가상자산 광풍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상자산 신드롬은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 감당하기 벅찬 손실을 호소하는 곡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일확천금을 꿈꾼 투자자는 형언할 수 없는 배신감에 휩싸였다. 가상자산을 바다이야기로 칭한 전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노여움에 기름을 부었다.

비판의 화살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로 향했다. 성난 여론의 최우선 표적이 된 곳은 가상자산을 사고 판 거래소였다. 활발한 매매 덕에 수수료 수입이 많아진 게 화근이었다. 비난 속 축적한 부가 환영받을 리 만무했다. 이 가운데서도 1등 사업자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도마 위에 오른 건 당연했다. 여론의 집중포화는 언제나 빗썸에 우선적으로 향했다.

광풍이 할퀴고 간 매물의 M&A. 시작 전부터 기대보다 우려가 큰 딜이었다. 회의적 시선의 뿌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선두 업체라는 시장지위가 자리하고 있다. 탐나는 매물이라면서도 인수전 참여에 주저하는 모습, 괜히 응찰했다가 금융당국의 집중 감시를 받을까 걱정부터 앞서는 모습. 그 이면엔 환영받지 못하는 비지니스 내 1위 사업자이기에 감수해야 할 피로감이 반영돼 있다.

빗썸 M&A는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1등 디스카운트를 뚫고 빗썸의 새 주인이 나타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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