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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에어부산 증자 300억 참여 까닭은 지분율 44→40% 희석 불가피, 보유 중인 CB 전환 가능성도 염두

유수진 기자공개 2020-10-05 09:50:48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9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 에어부산의 유상증자에 30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 현재 지분율(44.17%)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보다 적게 출자하면서 일부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알면서도 출자금을 300억원으로 정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에서는 M&A 무산 후 자회사 지원이 난처해진 아시아나항공의 입장이 반영된 금액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여력 부족으로 외부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를 적극 도울 수도, 그렇다고 모르는 척 할 수도 없는 처지기 때문이다. 결국 유증 참여를 하긴 하되 금액을 낮춰 지분율 희석을 감수하는 방안을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에어부산이 28일 이사회를 열고 추진하기로 결의한 유증은 891억원 규모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만 일반공모로 돌린다. 미달분은 공동주관사인 KB증권과 BNK투자증권이 가져가는 총액인수 방식이다. 3분기 들어 자본잠식에 빠졌던 에어부산은 이번 자본확충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게 됐다.

신주 중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된다. 기존 주주들은 나머지 713억원을 지분율대로 나눈 금액만큼 유증에 참여하면 희석을 막을 수 있다. 44.17%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몫은 315억원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출자금을 최대 300억원으로 정했다.


이번 증자가 완료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율은 40.33%가 된다. 기존(44.17%)보다 4%포인트 가까이 낮아지는 셈이다. 물론 최대주주로서 지위를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통상 증자를 실시하면 최대주주는 지분율에 따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해당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다른 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실제로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의 경우 지난 7월 최대주주(티웨이홀딩스)의 참여 저조로 유증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기업들은 증자 결의에 앞서 비공식적으로 대주주와 사전 교감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에어부산이 서둘러 증자에 나선 건 아시아나항공의 지원을 기대한 목적이 컸다. 대주주의 참여가 불발되면 증자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인수 무산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사실상 8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는 채권단 관리 하로 들어가 비용절감 등 추가자구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재무상태가 악화돼 채권단의 도움을 받고 있는 중이다. 2분기 1조7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 받은데다 2조40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까지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껏 자회사를 도와준다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 어느정도 선을 지켜 균형을 잡을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어떻게든 에어부산을 잘 끌고 가야 하지만 채권단이나 여론의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아예 도와주지 않을 수도, 마냥 도와줄 수도 없으니 합의점을 찾은 지점이 300억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증자 참여 결정에 앞서 채권단과도 사전 협의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금액도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에어부산으로부터 인수한 영구 CB가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지분율이 일부 희석되더라도 추후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회복이 가능하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에어부산이 발행한 500억원 규모의 영구 CB 전량을 인수했다.

500억원어치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총 1269만6800주다. 신주 전량이 아시아나항공 몫이기 때문에 지분율이 48.33%로 올라간다. 전환권 행사는 내년 7월1일부터 가능하다. 다만 추후 채권단이 재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에어부산 분리매각 등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전환 여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유증 참여 금액을 정했다"며 "에어부산이 발행한 영구 CB에 투자했다는 점 등을 염두에 두고 지분율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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