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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신화 오광근의 앱코, '퀀텀점프' 지속된다 [IPO & CEO]PC조립 밑바닥부터 시작, 게이밍기어 PC방서 가정용까지 점령

이경주 기자공개 2020-11-03 13:59:13

이 기사는 2020년 10월 30일 0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게이밍기어(PC게임용 주변기기) 1위 앱코가 보여준 실적은 놀랍다. 2016년 297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843억원으로 3배 늘었다. 올 상반기에는 전년 연간치에 근접한 740억원을 벌었다.

창업주인 오광근 대표를 만나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숫자였다. 오 대표는 용산전자상가 신화로 불린다. PC조립사업을 하며 소비자 니즈를 최전방에서 읽었다. 이는 앱코 경영에 녹아들었다. 앱코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제품을 가장 빨리 알고, 또 발 빠르게 내놓았다.

이른 바 '기동성'이 앱코 최대 무기이자 경쟁력이다. 대기업보다 먼저 시장을 발굴해 장악해 나갔다. 게이밍기어는 시작이다. 최근 진출한 신사업까지 괄목할만한 성과가 난다. 오 대표는 내년 실적 퀀텀점프를 확신했다.

◇진출 2년 만에 PC방 석권…용산 DNA로 신화창출

최근 서울 마곡 앱코본사에서 만난 오 대표는 게이밍기어 실적 비결을 묻자 PC방을 장악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게이밍기어는 게임에 특화된 키보드와 헤드셋, PC케이스, 의자 등을 일컫는다. 모니터와 PC본체를 제외한 모든 주변기기다.

시기는 2014년이다. 전국 PC방을 돌아다니며 사장님들이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 물었다. 답은 키보드 방수기능이었다. 손님들이 커피와 음료수를 흘리기 일쑤였는데 기계식 키보드는 먹통이 돼버리는 게 문제였다. 게임 헤비유저를 위해 비싼 장비를 들였는데 손해가 컸다.

광축 키보드 방수기능을 설명하는 오광근 앱코 대표

오 대표는 '광축' 키보드를 구상하게 된다. 기계식이 터치압력을 전기적으로 인식했다면, 광축은 센서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10미터 깊이 물속에서도 타이핑이 가능하다. 헤드셋의 경우 업계 최초로 외부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시켰다.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FPS(1인칭 슈팅게임)는 상대 플레이어가 내는 소리를 얼마나 잘 캐치해 내느냐에 승패가 좌우된다.

덕분에 앱코는 2년 만에 외국산이 대다수였던 PC방을 90% 가량 점유하며 완전히 장악했다. 전체 시장에서도 1위로 부상했다. 올 1분기 말 기준 앱코 국내 게이밍 키보드 판매 점유율 49%(다나와리서치 기준)에 이른다. 시장 절반이 앱코제품이다. 헤드셋 점유율도 51%, PC케이스는 65%로 모두 1위다. 게이밍 마우스는 32%로 2위다.

후발주자도 시장을 제대로 분석하고 걸맞는 아이디어를 내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차별화된 아이디어는 당연히 특허를 취득해 경쟁사 모방을 막는다. 오 대표가 밑바닥서부터 체득한 성공방정식이다. 오 대표는 용산전자상가에서 조립PC 판매직원부터 시작해 자수성가한 창업가다.

오 대표는 “용산은 소비자 니즈와 트렌드 변화를 가장 빨리 알고 앞서 대처하는 것이 핵심인데 수많은 업체들이 성공도 하고 소멸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그들의 약점은 버리고 강점만 습득한 것이 지금의 앱코”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수혜…덩치 큰 가정용까지 잠식

PC방 시장부터 노린 것은 코로나19로 신의 한수가 된다. PC방 주요 고객은 10대에서부터 30대까지다. 올해부터 언택트 생활이 강요되자 이들은 자신들 집에 엡코 장비로 풀셋팅하기 시작했다. PC방 시절 가장 익숙한 장비였기 때문이다.

PC방에서 돌려가며 쓰던 장비를 개인들이 모두 구비하기 시작하니 앱코 매출이 폭증할 수밖에 없었다.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연간치에 근접한 배경이다.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10~20대도 예외가 아니다. 원격수업용 장비를 구매하는 참에 게임병행이 가능한 앱코를 택했다.

특히 해외 B2C(일반 소비자용) 게이밍기어 매출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마존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올 2분기에만 매출 42억원을 기록했는데 손익분기점을 넘는 수준이다. 역시 해외소비자 니즈에 맞춘 현지화 제품으로 승부를 봤다.

오 대표는 “아마존에서 불과 6개 품목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는 수준의 매출을 단기에 달성했다”며 “내년까진 품목을 150개로 늘리고 진출국가도 영국과 인도로 넓힐 것이기 때문에 해외 매출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굵직한 신사업 ‘뉴라이프·스마트스쿨’

앱코 특유의 기동성은 신사업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성장성면에서 본사업 못지않다.

앱코는 지난해부터 뉴라이프 가전제품 시장진출을 본격화했다. 뉴라이프 가전은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새로운 수요가 생긴 제품을 뜻한다. 스타일러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인기와 유행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는 제품이 무궁무진하다. 앱코는 소형가전 브랜드 ‘오엘라’와 음향기기 브랜드 ‘비토닉’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오엘라는 지난해 판매대수가 4393대였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22만403대로 5000%가까이 늘었다. 비토닉 역시 같은 기간 2만9534대에서 21만4972대로 628% 증가했다.

오 대표는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뉴라이프 가전시장은 앱코의 강점(기동력)과 잘 어울린다”며 “진출 1년 만에 가파르게 매출이 늘고 있어 2021년 정도엔 상당한 볼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마트스쿨 신사업은 또 다른 성장 안전판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체 38만 교실에 와이파이(Wi-Fi)를 100% 구축하는 그린스마트스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앱코는 2017년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해 단독으로 스마트단말충전함을 공급해왔다. 내년 초 본사업을 진행하는데 경쟁자가 마땅히 없어 주력공급사 지위가 유력하다. 스마트단말충전함 시장은 5000억원에 이른다.

덕분에 오 대표는 '실적 퀀텀점프'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 대표는 “게이밍기어 성장세에 신사업도 본 궤도에 올라 내년부터 매출이 대폭 늘어 날 것”이라며 “샤오미나 로지텍 같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목표다. 창업 당시부터 꿈꿨던 것으로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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