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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출자자에서 운용역으로…센트로이드 김준희 상무캐피탈 LP 14년차 베테랑…코오롱화이버 투자 조력

조세훈 기자공개 2020-11-04 10:04:25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3일 10: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16년이 되면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운용사(GP)와 출자자(LP)의 장벽도 점차 허물어지면서 인력간 이동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김준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 상무도 그 중 한명이다. 캐피탈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지난해 신생 PE 운용사인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이하 센트로이드)로 이동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김 상무는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센트로이드의 균형추를 맞추는 역할을 맡았다. 센트로이드는 코오롱화이버, 웅진북센 등 중견기업의 사업부문 매각인 카브아웃(carve-out) 딜을 연달아 성사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다만 업계에선 보기 드물게 대표와 운용인력 대부분이 30대 젊은 구성원으로 이뤄진 만큼 연륜을 보탤 운용인력이 절실했다. 김 상무는 출자 경험과 LP마케팅의 비교우위를 보태 센트로이드를 중견 PEF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성장스토리: 투자 기본기 산캐서 체득…운용사서 2막 '활짝'

김 상무는 2006년 산은캐피탈에 입사하며 투자업계에 입문했다. 산은캐피탈은 1999년 한국기술금융과 한국산업리스가 합병해 탄생했다. 합병 후 몸집이 커지자 신규 인력을 받지 않다가 2005년에서야 1기 공채를 선발했다. 2기로 입사한 김 상무는 5년간의 산은캐피탈 채용 공백의 결과 자연스럽게 주니어 인력으로 다양한 업무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됐다. 기업금융 업무를 맡은 융자영업실이 첫 부서였다. 2008년 촉발된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와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안정적 회수의 중요성을 몸소 실감했다.

2011년에는 투자부문으로 보폭을 넓혔다. 산은캐피탈이 대출과 투자 부서의 칸막이를 없애고 상호 영업이 가능하도록 조치한 덕분이다. 다만 산은캐피탈의 영업 기조에 따라 LP출자보다는 직접 투자에 방점이 찍혔다. 상장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 투자에 집중했지만 PEF의 성장으로 투자 기회가 점차 줄었다. 투자처가 마땅해지지 않자 산은캐피탈도 LP 출자를 크게 늘렸다. 산은캐피탈이 중소형 GP의 주요 LP이자 캐피탈업계의 '맏형'이 된 배경이다. 김 상무도 칸서스파트너스의 금호고속 인수, NH PE의 현대중공업터보기계 인수 등에 적극 참여했다.

김 상무는 능력을 인정받아 비교적 일찍 승진했다. 2012년 기업금융실 팀장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업계에서 친화력이 높고 마당발로 통한 그는 2014년 직원들의 높은 신망을 받아 노조위원장에 선출됐다. 낯선 경험이었지만 노조 업무는 그의 시야를 한층 넓혀줬다. 노조업무를 하며 노사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과 합리적인 인사 업무 등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김 상무는 "금융업계에서 투자인력이 인사업무를 알기 어렵다"며 "2년 간 노조위원장을 하며 노사 협의와 합리적인 인사제도를 만드는 업무 등을 수행하며 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투자금융실 팀장을 맡으며 그가 마지막까지 공을 들인 것은 블라인드펀드 조성 업무였다. 2018년 국민연금 출자사업에 와이어드PE와 손을 잡고 도전장을 던졌다. 낯선 업무는 그에게 새로운 열정을 가져다줬다. 김 상무는 "내부에서는 '안될 일'에 힘를 쓰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조직의 한 단계 성장을 위해서는 블라인드펀드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LP로 제안을 받는 입장에서 벗어나 제안서를 밤새워서 써보니 힘들지만 도전 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지만 산은캐피탈의 변화에 한몫했다. 산은캐피탈은 에이비즈와 함께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지원해 최종 위탁운용사로 선정됐으며 현재 1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조성이 막바지 단계에 와있다.

2019년 감사실로 자리를 옮긴 그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 고심했다. 이때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후배인 정진혁 센트로이드 대표가 영입 의사를 내보였다. 지난해 말 "더 늦으면 도전이 어렵다"는 조언에 그간 쌓아올렸던 LP 커리어 대신 신생 PEF의 운용인력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그의 투자 인생 2막이 열렸다.


◇투자스타일 및 철학: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투자

LP의 역량은 선구안으로 결정된다. 다양한 출자 건 중 옥석을 가려내 적확한 곳에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만 타협의 여지가 큰 분야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LP의 출자 결정과 외부의 평가를 우선해야 투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LP 인력이 투자철학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상무는 이런 LP 환경속에서도 자신만의 철학을 꿋꿋이 지키는 우직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투자'를 중시한다. 단기적인 수익률이나 실적에 얽매이기보다는 기업의 본질가치가 커질 수 있거나 투자의 순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곳을 최우선으로 둔다. 그는 "부정적 이슈가 있지만 수익성이 부각되는 투자건이나 단순히 안정성만 확보됐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투자철학에 부합된다고 하면 단발성 이슈보다는 기업가치 성장 가능성에 더욱 주목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기계 투자건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기계는 2016년 2월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업 조정 과정에서 분사한 후 매각 절차를 밟았다. NH PE는 지난해 1월 산업용 펌프부문과 압축기 설비를 생산하는 현대중공업기계 인수를 추진했다.

김 상무는 현대중공업기계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조선 업황의 회복을 염두에 두고 투자 추진에 나섰다. 그러나 윗선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다수였다. 분사 이후 독자적인 매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 상무는 이 회사의 기술력을 대체할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뚝심있게 투자를 설득해 총 700억 투자금 중 지분 및 인수금융을 통해 80억원을 투자했다.

그의 분석은 적중했다. 2017년 말 709억원의 매출과 5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현대중공업기계는 2019년 말 매출 890억, 영업이익 93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실적이 개선됐다.

그는 어느 분야든 협업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산은캐피탈 시절 소수 지분을 투자한 뒤 대주주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 산은캐피탈의 넓은 네트워크와 금융적 지원이 밑바탕이 됐다. 그의 투자 스타일은 센트로이드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아웃 인수를 한 코오롱화이버, 웅진북센은 여전히 구주주 측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CFO 등을 맡으며 성장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트랙레코드1: 구조조정 마지막 퍼즐, 금호고속 딜 참여

LP 투자는 GP의 투자 구조 및 적정성을 평가해 최종 투자를 결정한다. 주어진 딜 구조의 최종 점검자로 활동한다. 그는 산은캐피탈 시절 다양한 출자 결정 중 금호고속 딜을 가장 기억에 남는 딜로 꼽는다.

칸서스파트너스는 2015년 금호고속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거래 규모는 3900억원이었다. 지분 투자금으로 1900억원을 조성하고 남은 2000억원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하는 구조였다. 금호홀딩스가 후순위 일부를 투자하고 남은 금액은 프로젝트펀드 조성을 추진했다.

김 상무는 거래 안정성과 금호그룹의 정상화에 보탬이 된다는 판단아래 펀드 출자를 결정했다.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꼭 되찾아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금호고속은 1946년 설립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와 같은 상징성을 지녔다. 2012년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에 금호고속을 팔았지만 3년 만에 되찾아왔다. 하지만 금호산업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칸서스파트너스에 매각을 결정했다.

금호산업은 300~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견실한 기업으로 인수 후 유동성 마련이 용이했다. 여기에 후순위 출자와 2년 3개월의 콜옵션 계약을 맺으며 하방 안정성이 보장됐다. 더욱이 긴 구조조정 터널을 지나온 금호그룹의 막바지 작업이라는 의미도 있는 딜이었다.

예상대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7년 6월 콜옵션을 행사하며 금호고속을 되찾아갔다. 칸서스파트너스는 내부수익률(IRR) 13%가량의 준수한 수익을 올렸다. 인수금융을 절반 가량 쓰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린게 주효했다.


◇트랙레코드2 : LP 마케팅부터 투자, PMI 이끈 코오롱화이버

GP로 자리를 옮긴 김 상무는 첫 딜인 코오롱화이버 인수를 측면에서 도왔다. 센트로이드는 지난해 말 코오롱그룹으로부터 화섬유업체 코오롱화이버를 인수했다. 옐로씨매니지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구주 인수금액 430억원과 생산설비 확충 목적으로 신주 180억원 등 총 610억원을 투자했다. 1년 반 넘게 협의를 지속하면서 코오롱글로텍의 화섬사 사업을 물적 분할해 카브아웃((carve-out) 딜 형식으로 인수를 마무리했다.

김 상무는 딜 막바지 단계에 센트로이드에 합류했다. 합류 후 주 전공인 LP마케팅을 이끌었다. 투자금을 조금 더 모아야하는 상황에서 그는 LP 맞춤형 투자설명서를 5쪽 내외로 만들어 설득에 나섰다. GP 입장이 아닌 LP 시각으로 작성한 설명서는 손쉽게 딜 클로징을 위한 자금모집을 이끌어냈다. 통상 1~2달 걸리는 LP마케팅이 순식간에 끝나며 2019년 말 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센트로이드는 인수후 통합(PMI) 작업을 김 상무에게 맡겼다. 코오롱화이버 CFO를 맡은 그는 직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생산설비 가동 효율화를 이끌기 위한 전략에 착수했다. 중견기업 자회사에서 PEF로 매각되자 다소간 직원들의 불만이 표출됐다. 그는 노조 위원장 출신 경험을 살려 내부 규정을 신설하고 직원들의 화합을 끌어내는 인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들과 유기적인 소통 체계가 마련되면서 안정적인 PMI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비효율적 생산공정을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여기에 부직포를 생산하는 코오롱화이버는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수요 급증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코오롱화이버는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512억원의 매출액과 3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2%, 68.5% 증가한 수치다. 현재 설비가 완전 가동되고 있으며 추가 설비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5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업계 평가: 포기하지 않는 투자자

김 상무는 LP업계에서 '포기하지 않는 투자자'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확신이 들면 끝까지 투자를 완성시키려는 근성이 돋보여서다. 윤준희 IBK캐피탈 팀장은 "김 상무는 지독하다고 할 정도로 포기를 안한다"며 "부서장이나 심사 부서의 반응이 안좋으며 타협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이 업계에서 확신을 한 딜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공과 사에 엄격하는 평가도 받는다. 윤 팀장은 "학교 동아리 선후배인 정진혁 센트이로드 대표와 각별한 사이이지만 산은캐피탈은 그 하우스에 단 한건도 투자하지 않았다"며 "친분 때문에 투자 집행 했다고 보이기 싫어 엄격하게 평가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우스내에서는 바이아웃 딜에 적합한 운영인력으로 분류된다. 정진혁 센트로이드 대표는 "산은캐피탈 시절 대출, 투자, 노조 활동, 감사 등 폭넓은 경험을 통해 바이아웃에 적합한 능력을 갖췄다"며 "일반적인 GP에 있던 분보다 거시적 이해도가 높으며 조직 융화도 잘 이끌어낸다"고 평가했다.

◇향후 계획: 블라인드 펀드 조성 후 오퍼레이션 전문 인력 발돋움

2015년 설립된 센트로이드는 굵직한 바이아웃 투자로 설립 5년 만에 누적 운용자산(AUM)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제품수명주기관리 업체 솔리드이엔지를 시작으로 코오롱화이버, 웅진북센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던 올 상반기 웅진북센 인수를 성사시키며 프로젝트펀드 조성에 강점을 보였다.

향후 과제는 첫 블라인드펀드 조성이다. 중견 PEF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실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우스 내에서도 LP 출신인 김 상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그 역시 본인의 강점을 살려 첫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김 상무는 "LP들이 요구하는 지점을 반영하면서도 센트로이드의 강점을 잘 살려 성공적인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역할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오퍼레이션 전문팀을 이끄는게 목표다. 투자부터 엑시트까지 그 경계가 불분명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피투자회사를 관리할 전문가 집단을 갖춘 하우스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바이아웃 딜을 지향하는 하우스는 유능한 C레벨 경영진을 확보해야 한다. 그는 "웅진북센과 코오롱화이버 CEO들을 보좌하면서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다"며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이끄는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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