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직판 진퇴양난]금투협-사모 운용사 직판 설명회 '공회전'② 운용사·사무관리사 접점 마련 의도…비용·리스크 부담 운용사 몫 '여전' 한계
정유현 기자공개 2020-11-10 08:20:58
[편집자주]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을 계기로 사모펀드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판매사 의존도가 높았던 자산운용사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활로를 물색하고 있다. 수탁은행 수탁 거부 사태까지 겹치면서 살 길이 더욱 막막해진 사모운용사들은 펀드를 직접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모펀드 직판 움직임의 현황과 걸림돌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6일 10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투자협회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를 돕기 위해 펀드직판(직접판매)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업계의 평가는 냉정하다. 당장 시스템 도입을 원했던 사모 운용사 입장에서는 리테일 직판의 현실적 어려움만 재차 확인했다는 답변이 지배적이다. 현실적 대안 없이 구색만 갖춘 설명회였다는 것이다.◇ 금투협 사모 운용사 대상 설명회, 사무관리사 직판 시스템 소개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29일 전문사모운용사를 대상으로 펀드 직접판매 시스템 설명회를 열었다. 대략 30여곳의 운용사에서 50~60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설명회는 A 사무관리사가 발표자로 참여해 자사의 펀드 직접판매 시스템에 대한 소개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A 사무관리사는 주력 사업외에도 직접 판매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A 사무관리사뿐 아니라 직판을 제공하는 다른 사무관리사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직판 인프라를 또 다른 회사의 시스템에 연동해 제공하는데 A 회사는 자체적으로 개발했고 이 부분이 수수료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금투협 측에서 먼저 연사로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은 향후 요청이 있다면 직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타 사무관리사들을 불러 추가 설명회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금투협이 이번 설명회 자리를 마련한 것은 사모운용사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고 전해진다. 최근 판매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명목으로 판매 운용사 풀(pool)을 대거 줄이고 장벽을 높이면서 리테일에서 펀드를 파는 것이 사실상 중단됐다. 기관 수익자 대상으로 펀드를 설정해 판매하는 곳들도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리테일 판매가 필요하다. 개인 대상 펀드 영업에 대한 다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운용업계도 자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펀드 직판이다. 공모 운용사도 직판을 도입한 곳이 3곳으로 많지 않다. 인프라 구축 등에 시간이 필요하기에 사모 운용사가 직판을 바로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금투협은 당장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직판을 제공하는 업체와 운용사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A 사무관리사는 자사의 직판 서비스 및 서비스 비용 등을 설명하는 등 운용사 대상으로 직판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도를 높였다. 코스콤이 직판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순이익이 1억원이 안되거나 사실상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사모 운용사가 많은 만큼 직판 인프라 도입 비용은 민감한 이슈다.
A 사무관리사의 직판 서비스는 도입 기본 비용이 코스콤의 절반 이하 수준이고 관리 비용도 사무수탁보수 수준으로 안내한 것으로 전해진다. 설명회에 참석한 A 사무관리사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는 특별한 영업 목적보다는 협회 차원에서 요청이 있었다"며 "직판 서비스를 소개하며 향후 운용사들이 다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 리테일 직판 시스템 위탁 사실상 불가…비용·리스크 부담 운용사 몫
하지만 이날 설명회에서 일부 사모 운용사들과 금투협의 간극이 벌어진 점은 A 사무관리사의 직판 서비스가 법인과 기관을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금투협은 한 곳의 사례를 들어 직판에 대한 다양한 기회를 여는 자리를 마련한 것에 의의를 뒀지만 운용사들은 당장 리테일 대상 직판 도입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사무관리사들의 직판 시스템이 법인 및 개인 특화로 짜여진 것은 개인 판매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관 대상으로 볼륨이 큰 펀드를 설정할 때 판매 보수 등을 줄이기 위해 운용사들이 사무관리사들의 직판을 활용해왔다. 그동안 리테일 직판에 대한 운용사들의 수요도 크지 않았다. 시장에서 수요가 확인된다면 서비스 개발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수요도 크지 않다고 전해진다.
물론 설명회가 끝나고 법인 대상 직판에 대한 수요가 있었던 운용사들은 이날 설명회를 만족했다는 평가다. 행사가 끝난 후 금투협을 통해 법인 대상 직판 도입에 대한 문의를 넣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리테일 직판을 고민했던 곳들은 여전히 답답함을 호소했다. 결국 사모 운용사들이 리테일 대상으로 직판을 실시하려면 위탁할 곳은 아직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모 운용사가 리테일 대상 직판을 위해서는 비용을 투자해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고 그 시스템을 관리해야 하는 인력까지 추가적으로 뽑아야 한다.
설명회에 참석한 B 사모 운용사 관계자는 "코스콤 대비 저렴한 수준의 비용으로 도입을 할 수 있고 관리 보수도 사무수탁 수준의 보수를 받기 때문에 이 정도는 투자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었다"며 "하지만 이 서비스도 개인 대상으로 판매가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발표에 실망감이 들긴 했다"고 설명했다.
리테일 대상 직판을 위해서는 비용도 문제지만 사모 운용사들이 개인의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만큼 업계에서도 리테일 직판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있었다.
직판을 고려하지는 않지만 상황에 대한 파악차 설명회에 참석했던 C 사모운용사 관계자는 "금투협이 운용 업계가 직면한 상황에 대해 같이 타계하고자 마련한 자리인데 당장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을 가지고 온 곳들은 실망했을 수도 있다"며 "비용 부담은 물론이고 중소 운용사가 직판을 도입한다고 해도 리스크를 감내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역시나 리테일 직판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운용사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금투협은 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를 뀄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판매, 수탁 등이 막히며 사모펀드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당국에 제도개선에 대한 건의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한 대안을 찾다가 설명회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며 "업계의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계속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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