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원뱅크 통합 진통]부산·경남은행 합병 불씨 '아직 꺼지지 않았다'⑤BNK지주 백기투항으로 마무리? 업계 "IT·인건비 등 문제점 각인 계기"
김현정 기자공개 2020-11-12 15:20:57
[편집자주]
부·울·경을 아우르는 대형 지방은행이 탄생할 수 있을까. BNK금융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통합 논의에 돌입했다. 이는 곧 '생존'과 맞물린 문제다. 코로나19로 지역 경기가 휘청이고 디지털전환(DT)이 가속화하면서 지방은행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환경 속에 거대 은행으로 재출범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안팎의 반발이 만만찮다. 양행 통합론의 속사정과 걸림돌은 무엇인지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1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남은행 노동조합이 부산은행과 합병 반대 투쟁을 중단키로 하면서 최근 20여일간 불붙었던 논란이 일단락된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사의 합병 필요성이 집중 조명을 받은 데다 그 불씨도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먼저 이번 이슈에 불을 지핀 건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21일 비공개석상에서 일부 인사들에게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합병과 관련해 임기 중 방향을 마련해놓을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회장의 발언이 외부로까지 알려져 큰 이슈가 됐다. 김 회장이 2017년 9월 취임 후 양행 합병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흡수합병이 유력시되는 경남은행 측은 노조를 중심으로 즉각 반발하고 강경 투쟁에 나섰다.
결과는 BNK금융지주의 '백기투항'으로 끝을 맺은 모양새처럼 됐다. 경남은행 노조는 양행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것이란 약속을 받아냈다며 투쟁을 멈췄다. 지역사회와 경남은행 구성원이 동의하지 않는 통합은 지주 차원에서 검토하지 않을 것이란 확답을 받았다는 성명서도 냈다.
그렇다면 김 회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9일 더벨과의 통화에서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것이 없거니와 해당 사안은 노코멘트”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경남은행 노조의 투쟁 중단 선언에 대해) 더 이상 안하겠다는 점에 고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김 회장의 답변과 경남은행 노조의 성명서를 종합해보면 결국 합병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임기 중 방향을 마련하겠다"는 김 회장의 최초 언급을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연임한 김 회장의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 BNK금융지주 지배구조 내규에는 회장 연임 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있어 이후 퇴진이 불가피하다. 바꿔 말하면 양사의 합병 로드맵을 그리고 이를 단행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 2년 넘게 남아 있다는 의미다.
특히 김 회장이 양행 합병을 언급한 것을 계기로 BNK금융그룹이 '투뱅크' 체제로 인한 손실이 크다는 점을 시장에 재차 각인시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슈가 불거지자 합병 시 이점으로 양사 중복점포 운영, IT 등 전산 구축 중복비용, 인건비 등을 크게 경감시킬 수 있다는 점이 집중 조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부산은행 임직원과 경남은행 임직원도 대다수가 공감하는 문제다.
일단 BNK금융지주는 인건비 문제로 고심이 깊은 상태다. BNK금융 CIR(총영업이익경비율)은 51.15%(2020년 3분기 기준)로 지난해 동기 대비 크게 높아졌다. 부산은행(50.68%), 경남은행(51.98%) 모두 각각 해당 비율이 악화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CIR은 은행권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경영효율성 지표로 총영업이익 가운데 판관비의 비율을 뜻한다. CIR 수치가 낮을수록 경영효율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를 줄이는 데 결정적 지수가 되는 판관비 대부분을 바로 인건비가 차지한다.
특히 전산 투자 비용이 불필요하게 양행에 이중으로 들어가는 구조란 점이 BNK금융그룹에 상당한 자금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서로 다른 조직에서 각자 IT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두 은행은 현재 서로 다른 모바일뱅킹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경쟁사들 경우 통합 모바일 플랫폼 개발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BNK금융은 디지털에 쏟는 에너지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으로 분산돼있다.
업계에선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 들어가는 전산 관련 비용 지출이 한 해 적어도 1000억원에서 최대 3000억원가량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룹 전체로 보면 두 은행 통합 시 한 해 전산비용을 적어도 600억원 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역시 나온다.
장기적으로 보면 엄청난 비용이다. IT 비용이 현재와 같은 추세라고 가정 하에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추후 10년 동안 전산 관련 7000억원 규모 자금 투입이 예상되고 있다. 합병 시에는 적어도 3분의 1 가량 비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투뱅크 체제 유지로 인한 기회비용이 그만큼 많이 발생하는 셈이다.
경남은행이 한 해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1800~1900억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아울러 은행 업무 환경의 '언택트' 추세를 보면 추후 디지털 비용은 규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언택트 시대 대비를 위한 디지털라이제이션 측면에서 봐도 통합 시 더욱 강력한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가뜩이나 지방에는 우수한 인력이 부족하고 디지털 및 IT 인재는 더욱 드문 상황이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인력을 합치면 디지털 쪽에 큰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란 기대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측 의견이 팽팽한 만큼 한 발 물러나 있을 뿐 의견을 달리한 쪽은 사실상 없다”며 “최근이 ‘의견차를 좁힌’ 의미 있는 논란의 시기가 아니었던 만큼 추후 거센 갈등이 다시 재점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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