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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고차매매 진출 파장]'전속 캐피탈사 없다' 무한경쟁 예고, 독일까 약일까①중고차금융 잠식 vs 상생 모델 기대…파급효과에 쏠린 눈

이장준 기자공개 2020-11-25 07:40:10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의 중고차매매업 진출 예고로 캐피탈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고차금융 주도권을 쥐고 있던 가운데 이제는 강력한 경쟁 구도 속에서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불건전한 '레몬마켓'을 정화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금융계에 미칠 파장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3일 15:3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고차 매매업으로 영토를 확장한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이 워낙 혼탁했던 만큼 대기업이 나서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갖췄다. 구체적인 상생 방안이 나온 뒤에야 본격적인 진출이 가능해 보이지만 시장 진입 자체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이를 두고 중고차 판매 딜러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다. 중고차금융을 영위하는 캐피탈사들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신차금융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가운데 중고차금융마저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대로 현대차가 단숨에 시장 지배자적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규제 등을 볼 때 전속(captive)사가 물량을 전담하기는 힘든 구조여서 다른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당장 방향성을 예상하기는 어려우나 중고차 금융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중고차매매업 진출 공식화

"중고차 판매의 근본적인 문제는 품질 평가, 가격 산정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에 있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중고차 사업을 해야 한다."

지난달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김동욱 현대자동차 정책조정팀장 전무(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셈이다.

*사진=김동욱 현대자동차 정책조정팀장 전무(출처=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그동안 법적 제한에 가로막혀 중고차 매매업을 영위할 수 없었다. 2013년부터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중고차 판매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작년 초 규제가 일몰된 이후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을 여기 포함하는 게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칼자루를 쥔 소관 부처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현대차의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중기부의 추가 요청에 따라 현대차가 상생방안을 도출하는 상황이다.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은 어느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회의를 진행했으나 시각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시장 진입 자체는 가능할 전망이다. 중기부 역시 이견 조율이 먼저라는 입장이지만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19일 행사에 참여한 뒤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블록체인 기술 등 새로운 이익 분배 모델이 담긴' 프로토콜 경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중고차 딜러 간 갈등 해소에 앞장선 모양새다.

구체적인 사업 형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그룹 내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최대주주(23.29%)인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중고차 경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기존 도매업에서 B2C(Business to Consumer) 소매업으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의 생산 기술이 개선되고 자동차 보유기간도 늘어나자 중고차시장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2012년에는 내수 기준 중고차 거래 대수가 322만대였으나 지난해 361만대 수준에 이르렀다.

*국토교통부 통계자료 기준

그동안 '정보의 비대칭성'이 작용하는 '레몬 마켓(lemon market)'이라는 점이 한계였다. 차에 대한 정보를 독점한 중고차 딜러에게 수수료를 과도하게 지급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고객 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현대차가 직접 중고차매매업을 할 경우 혼탁한 시장이 정화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업계 전반적으로는 중고차 관련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고차금융 강점 캐피탈사, 현대차 진입 여파 '촉각'

중고차 매매업은 캐피탈사의 숙원이기도 하다. 중고차 판매부터 오토할부·리스·론 제공, 보험판매 대리업무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구현하겠다고 구상했으나 현실화하지 못했다.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배제될 경우 캐피탈사 역시 부속업무로 이를 영위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 덕을 보는 셈이다.

차를 사고팔 때 금융도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이 금융계에 미칠 여파는 상당할 전망이다. 신차금융시장에서는 낮은 금리나 혜택을 앞세운 은행과 카드사에 자리를 내줬지만 중고차금융시장은 여전히 캐피탈사가 꽉 잡고 있다.

자동차 관련 모든 업종과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쌓아온 만큼 연계영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중고차 플랫폼을 통해 매물을 구입하면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실제 캐피탈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신차금융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10년 전만 해도 신차금융이 캐피탈사의 자동차금융에서 85% 가량을 차지했지만, 올 6월 기준으로는 73%까지 떨어졌다. 주춤한 영업자산은 자동차렌탈 등을 통해 메꿀 수 있었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리포트(변화하는 캐피탈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유동성 확보가 먼저다)

이번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은 기존 딜러와 네트워크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캐피탈사 중심의 중고차금융 시장을 흔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차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A 캐피탈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중고차 업무를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대차가 인증하고 가격도 적당하다면 고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논캡티브(non-captive) 캐피탈사의 먹거리를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에 유보적인 입장도 나온다. B 캐피탈사 관계자는 "기존에 매매단지에서 직판하는 딜러들의 물량을 일부 가져갈 수는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지수"라며 "다만 현대차와 플랫폼을 운영하는 캐피탈 사업자 간 경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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