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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대한항공]KCGI가 쏘아올린 변화, 사외이사로 옮겨진 무게추사외이사 비중 기준치 상회, 안전위원장만 사내이사…교육 등 소통 강화

유수진 기자공개 2020-12-03 08:58:30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5일 08: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은 짧은 기간 내 이사회에 큰 변화를 준 기업으로 꼽힌다. 2년 전 시작된 사모펀드 운용사 KCGI의 경영권 공격에 맞서 지배구조 전반을 재점검한 결과다. 그보다 시기적으로 앞섰던 '땅콩회항'이나 '물컵 갑질' 등도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미쳤다. 한진그룹 간판 계열사지만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조원태 회장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사회에 힘이 실린 건 올 초부터다. 사실상 자발적 의사라기 보단 한껏 덩치를 키워 경영권을 흔들기 시작한 KCGI에 대응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주총 한달 전인 2월 그룹 차원에서 경영 투명성 및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시작됐다.

이사회 개편은 오너기업 특유의 폐쇄성을 타파하기 위해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KCGI가 요구한 위원회 다양화와 사외이사 비중 확대 등이 자연스레 반영됐다. 이사회의 무게추가 사외이사 쪽으로 옮겨진 것이다. 그것도 '전문성'을 고루 갖춘 사외이사다.

현재 대한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6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두 배나 많다. 사외이사 비중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다. 상법상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채우면 되지만 대한항공은 해당 기준을 자발적으로 초과 이행하고 있다.

이사회 산하에는 9월 말 기준 5개의 위원회가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안전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다양하다. 눈에 띄는 건 안전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4개의 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돼있다는 점이다. 위원장도 당연히 사외이사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도 분리돼 있다. 조원태·우기홍 대표이사가 아닌 연세대 총장 출신 정갑영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다. 최근 재계에서 둘을 분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겸임 상태에서는 경영진을 감시·견제해야 하는 이사회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한항공도 '원래'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조원태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다. 정관에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해당 내용을 삭제한 건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다. 다만 여전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이 될 여지는 남아 있다. '대표이사≠의장'을 못박은 것이 아니라 이사회 결의로 이사 중 의장을 선임토록 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까진 대부분의 위원회에 사내이사가 포함돼 있기도 했다. 사외이사들의 자율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고자 위원회 구성에 변화를 줬다는 의미다. 위원회별로 과반(사추위)이나 3분의2 이상(감사위)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지만 이보다 사외이사 비중을 더 높인 셈이다.

그래도 안전위원회에는 사내이사를 남겨뒀다. 설치 목적이 안전 성과 및 관리에 대한 모니터링으로 회사가 담당하는 역할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전문성도 필요하다. 안전위원장은 정비본부장 출신으로 오퍼레이션(Operation)부문을 총괄(COO)하는 이수근 부사장이 맡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사외이사들의 전문성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통상 사외이사들은 경영이나 재무·법률 등 특정분야의 전문가인 경우가 많아 항공업 관련 전문성이 낮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항공업은 항공기 리스 등으로 부채비율이 높고 환율이나 유가 등의 외생변수의 영향이 도드라지는 등 재무적 특수성도 강하다.


대한항공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올해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총 13차례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현황이나 전망과 관련된 내용 뿐 아니라 올해 집중하고 있는 화물사업 등에 대해서도 교육했다. 항공사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과 관련된 내용도 빼놓지 않았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육이 사외이사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회계와 재무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는 감사위원들은 재무본부장과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별도의 교육을 받았다. 신규 사외이사들 역시 선임 직후 지배구조와 지속가능경영 등 회사의 주요 사항들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횟수와 내용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작년에는 연간 기준 총 5회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2~5회 교육은 사외이사의 일정에 따라 동일한 교육이 반복된 것이어서 사실상 2회 이뤄졌다고 보는 게 맞다. 1년에 두 차례 실시됐던 교육이 한달에 한번꼴로 바뀐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올해는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항공업과 경영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확대했다"며 "전년 대비 사외이사와의 소통을 강화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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