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 회장, '담대한' 투자' 아쉬운 발표 타이밍 취임후 3년간 1.5조 베팅, 리걸 이슈에도 투자 단행 의지
이우찬 기자공개 2020-12-08 08:57:57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3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달 새 1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스판덱스 초격차를 실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가 부각되는 가운데 수소경제 구축에 발맞춰 관련 투자에도 힘을 싣고 있다.조 회장이 2017년 회장직 부임 후 단행한 투자금액만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탄소섬유 생산에 1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고, 올해 스판덱스 해외 공장 증설 투자 등에 5000억원 투자 계획을 알렸다.
눈길을 끄는 점은 투자 발표 시기다.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은 판결 선고일과 맞물려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는 했다. 2019년 9월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기 전인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던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관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올해 11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 조 회장은 일주인 만에 브라질 스판덱스 공장 400억원 투자를 이끌었다. 판결 결과에 따라 법정구속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총괄할 만큼 사업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올해 들어서 3차례 정도 굵직굵직한 투자를 지휘했다. 지난달 초 효성티앤씨는 터키 공장 증설에 600억원 투자를 결정했고, 이달 초에는 브라질 공장 증설에 400억원을 투자했다. 터키 공장의 생산능력은 기존 연산 2만5000톤(t)에서 4만톤으로 늘고, 브라질의 경우 1만톤 증설해 연산 2만2000톤으로 늘어난다.
스판덱스 투자는 2위와 격차를 벌리는 압도적 초격자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판덱스 시장은 연간 6~7% 성장으로 기타 섬유 시장이 2~3% 성장하는 것보다 먹을거리가 넘친다. 이 시장에서 효성은 33%가량의 점유율로 10년 이상 글로벌 1위 사업자를 유지하고 있다.
터키 스판덱스 공장을 증설하는 것은 이 같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터키에 스판덱스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은 효성티앤씨가 유일하다. 2위 업체인 중국의 후이펑(화평, 점유율 18%)은 중국 내수업체로 글로벌 지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유율 10%로 3위인 더 라이크라 컴퍼니(라이크라) 또한 터키에는 공장이 없다. 브라질 공장 증설도 비슷한 맥락이다. 효성은 브라질에서 시장점유율 65%로 압도적인 1위 업체다.
스판덱스의 선제적 투자는 조 회장이 섬유 부문에서 쌓은 경력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조 회장은 1997년 효성티앤씨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해 효성그룹의 신사업 등 사업 관련 전략을 짜는 일을 했다.
특히 2007년 이후 섬유부문 총괄 사장으로 스판덱스뿐만 아니라 나이론, 폴리에스터 등 효성에서 진행하는 모든 섬유 사업들을 총괄했다. 효성 관계자는 "섬유 쪽 실무경험이 많은 점이 투자결정을 할 때도 선제적 투자가 가능한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또 다른 투자 키워드는 수소경제로 요약할 수 있는 '친환경'이다. 수소는 정부의 뉴딜정책에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효성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며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 4월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수소사업 관련 MOU를 체결하며 2022년까지 3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울산 용연공장에 있는 3만㎡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 액화수소 공장을 설립하는 게 골자다. 승용차 10만대 사용 가능한 연산 1만3000톤 규모라고 알려져 있다.
효성은 지난해에는 탄소섬유 관련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전북 전주에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연산 2만4000톤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탄소섬유는 친환경 에너지 절감을 위한 필수 소재라고 평가된다. 철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강도가 높아서 주로 항공기 동체, 자동차 등 모빌리티에 많이 쓰인다. 탄소섬유는 특히 수소차 연료탱크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조 회장은 2017년 회장 취임 이후부터 친환경 경영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효성 관계자는 "회장 부임 이후 첫 일성으로 전사적으로 강조한 게 친환경"이라며 "화학섬유회사이지만 그럴수록 친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티앤씨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지난 10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통합 'A+' 등급을 기록했다. 특히 환경 등급도 'A+'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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