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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푸르덴셜 PMI 진통]조직문화 존중한다더니…깊어지는 갈등의 골①일방적 지점 축소 통보에 LP 반발, 민기식 대표 취임 후 설계사 면담 '0회'

이은솔 기자공개 2020-12-10 07:57:11

[편집자주]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후통합(PMI) 절차가 초기 단계부터 마찰음을 내고 있다. KB금융이 새롭게 선임한 경영진의 소통 방식을 두고 푸르덴셜 라이프플래너(LP)들의 집단 문제 제기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푸르덴셜 M&A 밸류 측정의 핵심은 고효율 엘리트 설계사 조직인 LP이고, 통합 관건도 이들의 안착이다. 푸르덴셜 PMI가 진통을 겪고 있는 이유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4일 10:0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푸르덴셜생명 설계사인 라이프플래너(LP·Life Planner)와 매니저 사이에서 소통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점화되고 있다. KB금융 인수 후 시작된 '뉴 푸르덴셜' 체제가 라이프플래너의 전통적인 조직문화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게 갈등의 핵심이다.

최근 푸르덴셜생명이 지점 통폐합이나 국제 컨벤션 폐지, 보수체계 개편 등 영업 조직의 업무 능률과 직결된 여러 사항을 의견 수렴 없이 결정하면서 LP들의 저항과 일부 이탈의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LP와 매니저의 협의체인 필드협의회는 민기식 푸르덴셜 대표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지난주부터 강남구 푸르덴셜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갈등이 발생한 건 지난 9월 민기식 사장이 푸르덴셜생명에 부임한 직후다. 푸르덴셜생명 출신으로 KB금융이 독자적인 경영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선임한 민 대표는 지난달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화를 위한 지점 통폐합을 단행했다.

전체 76개 지점 중 13곳이 통폐합되면서 해당 지점에 속해있던 53개팀은 흩어져 다른 지점 공간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 일종의 예우 차원에서 개인 부스를 제공받던 일부 EX LP(Executive Life Planner)들은 업무 공간 축소를 통보받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 일부 LP는 이동하려는 지점에서 거절 의사를 밝히자 자진 퇴사하기도 했다. 지점장들이 실적을 이유로 해촉되자 남아있는 다른 지점에서도 실적에 대한 압박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의 한 LP는 "비용 절감과 공간 축소가 필요하다면 먼저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게 절차"라며 "그런데 이런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돼 LP들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지점 통폐합을 통보하는 과정에서도 구성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게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들의 불만이다. 지점장 해촉이 발표된 당일 아침 사내방송을 통해 '주주가 바뀌어도 업무에 변화는 전혀 없을 것이니 안심해도 좋다'는 CEO메시지를 전달받았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날 저녁 지점장 해촉이 공지됐다.

지난 8월 공식 출범한 푸르덴셜 필드협의회는 수 차례 경영진에 면담을 요청했다. 푸르덴셜생명과 KB금융의 협상 당시 영업 조직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온 비상대책위원회는 매각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필드협의회로 전환하면서 LP 1600여명과 지점장, 매니저 등의 구성원 투표를 통해 회장을 선출했다. 영업 일선에서 LP들이 느끼는 상품이나 시스템, 고객 서비스 등에 대한 개선점을 전달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자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민 대표이사가 부임한 이후 3개월 동안 필드협의회와의 면담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개최했던 '타운홀미팅' 역시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졌을뿐 설계사 대상으로는 열리지 않았다.

경영진이 방문해 의견을 들어왔던 EX LP 협의회에도 올해는 발길이 끊겼다. 푸르덴셜생명의 커리어제도는 시니어그룹, 컨설팅그룹, EX LP 등 단계적으로 나뉘어져있다. 실적 상위그룹인 EX LP 협의회는 그동안 필드 조직의 이야기를 경영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EX LP 협의회를 열면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지방까지 방문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푸르덴셜 내부의 전통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푸르덴셜본사에서 진행한 올해 협의회에는 본부 팀장급 직원도 등장하지 않았다. LP들 사이에서는 '필드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졌다.

과거 LP들은 언제든 경영진을 만나 수평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푸르덴셜생명은 예전부터 필드의 모든 구성원들이 파트너십을 갖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지점 축소와 수수료체계 개편 등 주요 사항이 이전과 같은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수직적으로 통보되자 LP들은 자부심을 갖고 일하던 '푸르덴셜 문화'의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LP는 "외부에는 푸르덴셜의 영업 조직과 철학을 존중한다고 말해놓고 실제로는 LP와의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는 게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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