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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4년만의 계열사 부회장 배출 '의미는' "그룹 경영 미관여, 개인 성과 보상"…SKT·이노·하이닉스 '단골', SK E&S 급부상

박상희 기자공개 2020-12-08 08:50:27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기업집단에서 부회장은 보통 그룹의 2인자를 의미한다. 오너일가가 회장을 맡고 전문경영인이 부회장을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SK그룹의 부회장 직급이 갖는 의미는 통상적인 그룹과는 다르다. 2013년 SK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를 도입한 이후 수펙스 위원장이 그룹 2인자로 불린다.

그렇다고 SK그룹에서 부회장 직급을 평가절하 하는 것은 아니다. 부회장 승진은 SK조직의 일원으로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직급이다. 또 계열사 입장에서 부회장을 배출했다는 건 그룹 핵심으로 자리잡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SK그룹은 3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유정준 SK E&S 사장이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6년 SK하이닉스 박성욱 부회장의 승진 이외에는 계열사 사장으로 부회장 승진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4년 만에 계열사 CEO 가운데 부회장이 승진한 것이다.

기존 SK그룹은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조기행 SK건설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었다. 최재원·최창원 두 부회장이 오너일가인 점을 감안하면 전문경영인 출신 부회장은 2명이었다. 조 부회장은 이번에 고문으로 물러났다. 박 부회장은 직급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대표이사 직에선 2년 전에 물러났다.

SK그룹의 부회장은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수펙스 도입 이전에는 '부회장단' 체제로 운영됐기 때문에 그룹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수펙스가 도입된 2013년 이후로는 수펙스 산하 위원회에서 그룹 경영 전반을 컨트롤한다. 수펙스는 현재 산하 7개의 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조대식 의장이 올해 재연임에 성공했다. 수펙스 의장은 계열사 CEO를 평가하고 인사 전반에 관여하기 때문에 그룹 2인자로 불린다.

그렇다면 SK그룹에서 부회장 승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SK그룹 관계자는 "수펙스 도입 이후로 부회장은 그룹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면서 "부회장 승진은 개인이 보여준 성과와 로열티에 보상하는 차원의 인사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두 부회장은 오랜 기간 CEO로서 SK그룹의 성장을 견인했다. 두명 모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고려대 후배라는 공통점도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박 부회장은 ‘전략형 참모'로 중요한 순간마다 최 회장을 곁에서 보좌해왔다. 1963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선경으로 입사해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 뉴욕사무소 지사장, 마케팅전략본부 팀장,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지원팀장,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등을 거쳐 2015년 SK C&C 대표이사 사장, SK 대표이사 사장,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박 부회장은 2004년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최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아 곁에서 보좌했고 한국이동통신 및 신세기통신 인수,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다. 최근에는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 ADT캡스 인수, 우버와의 모빌리티 혈맹(합작사 설립), 아마존의 11번가 투자 등을 진두지휘하며 지난 4년간 SK텔레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1962년생인 유 부회장은 경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딜로이트앤터치 뉴욕사무소에서 선임회계사를 지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 한국사무소에서 LG그룹 컨설팅을 맡던 중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눈에 들어 LG건설(현 GS건설)에 입사했고 35세의 나이로 임원이 됐다. SK그룹으로 옮겨온 지 8년 만에 상무보가 됐고, 상무와 전무를 거쳐 44세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초고속 승진했다.

SK그룹에서 SK 종합기획실장 상무보, SK 최고재무책임자(CFO), SK에너지(SK이노베이션) R&C 사장, SK루브리컨츠 대표이사, SK에너지 R&M 사장, SK그룹 G&G추진단(미래 성장동력 발굴 전담조직) 단장 등으로 해외사업과 에너지사업을 이끌었다.

특히 유 회장은 SK E&S에서 몸 담으면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간 부회장을 배출해 온 단골 계열사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었다. 정철길 전 부회장, 구자영 전 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하성민 전 부회장과 임형규 전 부회장은 SK텔레콤 출신 부회장이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도 부회장을 자주 배출하는 계열사로 손꼽힌다.

부회장을 곧잘 배출했던 SK이노베이션은 구 전 부회장 이후 명맥이 끊긴 상태다. 올해 저유가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도 현재 진행형이다.

SK E&S는 처음으로 부회장을 배출했다. SK E&S는 최 회장의 아들 인근씨가 올해 경영수업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는데,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아들이 SK E&S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SK E&S도 매출이 조단위이기는 하나 수십조원대인 SK텔레콤이나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SK E&S는 최근 SK그룹의 수소사업 추진단 등 미래 에너지 사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계열사다.

SK는 최근 새만금에 2조1000억원을 투입해 데이터센터와 창업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지난 9월 SK E&S와 브로드밴드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산업투자형 발전산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수상태양광 사업권을 인센티브로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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