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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GS그룹]GS리테일, CEO·의장 분리…그룹 첫 사외이사 선임LG그룹서 분리 후 16년만, 임춘성 사외이사 선임…'GS홈쇼핑 합병' 부담된 듯

최은진 기자공개 2020-12-11 07:59:55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8일 10: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S리테일이 GS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LG그룹에서 분리한 후 줄곧 이어진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관행이 16년만에 깨졌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 직접 의장직에서 내려오겠다는 결단을 내리면서 GS리테일은 물론 GS그룹 내 첫 사외이사 의장이 탄생했다.

이사회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GS리테일의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GS홈쇼핑과의 합병 결의 직전에 이뤄진 교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졸속 합병'이라는 의혹 및 부담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결단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GS리테일은 정관에 이사회 의장에 대해 '이사회 소집권자가 맡는다'고 규정한다. 이사회 소집은 대표이사가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토록 하는 셈이다. 이 관행은 LG그룹서 분리된 16년간 이어졌다.


LG그룹에서 분리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대표이사를 맡던 허승조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고, 2016년 바통을 넘겨받은 허연수 부회장이 최근까지 의장활동을 했다. 오너일가가 GS그룹 각 계열사를 장악하는 형태의 경영구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오너가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차지하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8월 허연수 부회장이 GS리테일 이사회 의장직을 자발적으로 내려놨다. 보통 이 같은 작업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표되곤 하는데 특이하게도 연중에 어떤 공표도 없이 이뤄졌다.

어떤 사유였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으나 공식적으로는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차원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하면서 의사결정 시스템을 보다 전문화 시키고 투명화 하겠다는 목표라는 설명이다.

경영진이 오너일가라는 특성을 감안해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GS홈쇼핑과의 합병을 추진하던 상황에서 이뤄진 결단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주들의 이목을 신경 쓴 행보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과의 합병은 갑작스레 이뤄진 빅딜인데다 GS홈쇼핑 주주들에겐 다소 불리한 조건인 만큼 주주들을 신경쓸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평가다. 오너일가가 직접 계열사 합병건을 의결한다는 점이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합병 의도가 왜곡될 가능성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장직 사임을 결단했을 수 있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의 합병을 발표하며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겠다는 주주친화정책을 함께 공표했다는 점도 이 같은 평가에 힘을 싣는다.


허연수 부회장이 결단을 내리자마자 GS리테일은 즉각 이사회를 열어 정관 규정 일부를 변경하고 이사회 의장을 신규로 선임하는 절차를 밟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규정이 어떻게 변경됐는 지는 아직 공시되진 않았으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는 규정이 추가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의장은 임춘성 사외이사로 지난달부터 활동을 개시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인물이다. 임 의장은 선임되자마자 첫 활동으로 GS홈쇼핑의 합병계약서 승인을 통과시켰다. 양사 합병에 대한 부담을 허연수 부회장이 회피하기 위해 선제적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유야 어찌됐든 GS리테일은 GS그룹 내 처음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하는 안을 채택하게 됐다. GS그룹 핵심 계열사 대부분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GS칼텍스가 유일하게 대표이사가 아닌 의장을 두고 있지만 이 역시 대표이사를 맡던 오너일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과 이사회를 분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계서는 GS리테일을 계기로 GS그룹 계열사들도 경영과 이사회를 분리하는 작업을 추진할 지 주목하고 있다. 워낙 보수적인 분위기인데다 수십명의 오너일가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구도인 만큼 경영과 이사회를 분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그간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현재 경영에 참여 중인 GS그룹 오너일가 가운데 시니어에 속하는 허연수 부회장이 결단을 내린데 따라 같은 전략이 전반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및 이사회의 의사결정권, 감독권에 대한 독립성 강화를 위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며 "허연수 부회장은 대표이사로만 있고 의장은 임춘성 사외이사가 맡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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