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소비자보호 패러다임 전환]칼 뽑은 우리은행, '정도영업' 프로세스 통했다⑤위원회·협의회 비토권 사례 많아져…권광석 행장 주도 내부통제 강화

김현정 기자공개 2020-12-28 09:52:39

[편집자주]

2019년 DLF와 라임사태, 2020년 옵티머스 사태까지. 잇따라 터진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로 시중은행들은 지난 1년 동안 홍역에 시달렸다. 고객의 신뢰로 살아가는 은행인만큼 내부통제 부실과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은 더욱 무거웠다. 엄격한 기준 재수립과 리스크관리 강화 등 소비자보호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펀드사태 후 과연 어떤 변화를 이뤘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4일 13: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DLF 사태 이후 소비자보호와 관련한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두고 '제로베이스 혁신'을 실시했다. 힘든 시기를 겪은 만큼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에 모든 조직이 가세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였다.

올 한 해 우리은행이 마련해 실시하고 있는 소비자보호 장치들은 실효성 높은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이다. 협의회 구성원인 소비자보호센터장이나 리스크총괄부장 등이 비토권을 놓아 실제로 상품 출시가 무산된 사례들이 많다. 소비자보호그룹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행내 상품 전문인력을 배치해 소비자보호그룹의 상품선정 모니터링 기능에 전문성을 더했다.

더불어 권광석 행장의 ‘정도영업’이 불완전판매 근절에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행장은 소비자보호 의사결정기구에서 의장으로 활동하며 우리은행의 완전판매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소비자보호그룹 위상 'UP', 전문인력 총집합

우리은행은 올 2월 기존의 소비자브랜드그룹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과 홍보브랜드그룹으로 나눠 재편하고 신설된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은행장 직속 독립 조직으로 뒀다. 고객보호 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우리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그룹 내 인력을 50% 증원했다. DLF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2019년 상반기만 해도 40명 정도에 그쳤는데 지금은 60명이다. 시중은행들 가운데 가장 많다. 그만큼 업무량도 많이 늘었다.

현재 금융소비자보호그룹에는 금융상품 리스크관리에 대한 역할이 부여돼있다. 예전에는 상품을 팔았던 소관부서에서 판매 전 리스크관리 및 사후관리를 모두 통제했지만 펀드 사태 후 금융소비자보호그룹, 리스크관리그룹, 준법감시인 등으로 그 책임을 나눴다.

금융소비자그룹 측에서 금융상품 선정 시 리스크 모니터링을 할 뿐 아니라 금융상품 약관·설명서·안내문 작성에도 사전협의를 수행하고 있다. 그만큼 최근 1년 사이 금융소비자그룹에 전문 인력이 대거 배치됐다.

예전에 펀드나 신탁에 대한 업무를 담당했던 신탁부, 제휴상품부 출신 인력을 금융소비자그룹 쪽으로 이동시켰다. DLF와 라임 태스크포스팀(TFT)에 참여해 사후관리를 했던 인력들도 금융소비자보호그룹으로 많이 발령났다. 이렇듯 우수 인력을 금융소비자그룹에 포진시켜 힘이 실리는 효과가 생긴다.

조병열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은 “신탁 및 펀드 등 많은 금융상품에는 파생이 내재돼있기 때문에 구조가 어려워 상품을 잘 모르는 사람은 보기가 힘들다”며 “실제로 금융상품을 만들어본 인력, 펀드 TFT에 참여해 문제가 된 이슈들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전문 인력들로 그룹을 충원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금융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거름망 장치를 마련해뒀다. 기본적으로 자산관리그룹에서 리스크를 감안해 상품을 선정하고 산하 제휴상품부에서 리스크관리 조직과 사전협의를 한다.

올 7월 말부터 리스크총괄부에 투자상품 리스크 모니터링 기능이 부여돼 상품선정 시 리스크총괄부에 배치된 인력 2명이 고난도 펀드·신탁 신상품 출시 전 사전 리스크 검토를 한다. 이들에게서 반려된 금융상품도 꽤 된다.

이렇게 걸러진 금융상품들은 자산관리상품실무협의회(부서장급)와 자산관리상품위원회(임원급)로 간다. 자산관리상품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상품은 공모 ELF 등 고난도 금융상품이고 이외 일반 상품은 자산관리상품실무협의회에 선정을 위임했다.

실무협의회에는 금융소비자보호부장과 리스크총괄부장, 개인고객부장, 중소기업고객부장, 디지털영업부장 등이 참여하고 있고 위원회에는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 리스크관리그룹장, 개인그룹장, 중소기업그룹장, 디지털금융그룹장 등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한다.

실제 실무협의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이나 리스크총괄부장이 부결권을 행사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상품 출시의 적시성과 투자자보호 측면 등을 검토해 상품 출시에 비토권을 놓는 것이다.

협의회 참여자들은 추후 문제가 됐을 때 책임이 부여돼 있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부분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코로나 시국에서는 중국 관련한 펀드들이 시장 상황을 봤을 때 시기상조라 판단해 출시를 나중으로 미뤘다.

조 센터장은 “이제는 이런 협의회 및 위원회 등이 절대 유명무실하게 운영될 수가 없다”며 “실제 협의회 현장을 가면 운용사 평가기준, 고위험펀드 한도관리 기준 등 심의사항에 대해 적극적이고 치열하게 토의를 하고 위원회의 경우 그때 그때 원안마다 적절한 외부전문가를 한명 배치해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광석의 정도, 고객과 은행 모두 '윈윈'

권 행장은 사태 수습과 조기 정상화의 특명을 안고 올 2월 취임했다. 당시 일련의 사태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함께 어떤 경우에도 항상 고객을 최우선시 하는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실제로 권 행장이 강조하는 정도(正道)영업이 고객 중심의 영업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정도영업은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영업하고 내부통제와 영업을 동일선상에 놓으라는 게 골자다. 경영전략회의와 확대영업본부장회의 등 그룹 및 본부의 수장이 모인 자리에서도 늘상 정도영업을 강조한다.

권 행장은 은행장 직속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직접 관리하는 한편 우리은행의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회의체인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에서 ‘의장’을 맡고 있다. 기존에는 소비자브랜드그룹장이 의장을 맡았다. 아무래도 행장이 소비자보호 정책을 직접 결정하다보니 타 그룹에서도 자기 분야에서 소비자보호를 강구할 방안을 더 찾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보호 정책은 ‘금융소비자보호실무위원회’에서 의장인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이 자산관리그룹, 리스크관리그룹 등과 함께 소비자보호 관련 현안 및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권 행장이 의장인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에서 최종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권 행장은 회의 전 준비 과정에서도 수시로 대면보고를 받으며 의제를 직접 관리한다고 한다.

CEO의 강한 의지 아래 우리은행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현실화하는 중이다. 먼저 KPI에 큰 변화가 생겼다. 단기성과주의를 지양하기 위해 기존 반기평가였던 KPI 평가 체제를 연간평가로 변경했다. 펀드·신탁 등 개별 상품 지표를 폐지해 자율영업 기반으로 바꿨다.

또 본점 차원의 고객가치 강화를 위한 정책을 각 영업점에서 성실히 수행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항목도 신설해다. 고객Care 항목의 하위 지표로 불완전판매 모니터링(30점), 미스터리 쇼핑(20점)을 만들었다. 본점 차원에서 수시로 영업조직들을 평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내부통제은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최대 160점이 총점에서 감점된다. 내부통제 감점항목으로 불건전영업행위 모니터링, 서류점검, 정보보호, 민원관리, 전기통신 금융사기 예방 등 다양한 소비자보호 관련 지표가 포함돼 있다. 영업현장에서도 소비자보호를 밀착 관리하라는 뜻이다.

이 밖에 우리은행은 소비자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올 초 ‘우리 팬 리포터’를 신설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우리은행 고객 20명을 선발해 ‘우리 팬’으로 운영 중이다. 분기별 간담회에서 우리 팬 리포터와 우리은행 상품개발 담당자가 함께 토론하고 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고객 의견 수렴 및 개선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조 센터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디지털과 언택트 트렌드의 확대로 일반 소비자의 금융거래 편의성이 향상되는 한편, 반대로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거래 편의성은 저하되는 측면이 있다”며 “우리은행은 동전의 양면을 함께 살펴 추후 그늘진 곳을 좀 더 세밀하고 촘촘하게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3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