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금융사 SRI채권 전망]현대차 금융계열 총동원, 그룹 친환경차 플랜 지원사격②정기 발행사 등극 예고, 사후보고까지 '모범'

이지혜 기자공개 2020-12-16 14:15:58

[편집자주]

2020년 원화 SRI채권 시장은 코로나19 사태에도 폭풍 성장했다. 공공기관이 앞에서 끌었다면 뒤를 받친 건 금융사였다. 신한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민간기업 SRI채권 발행의 물꼬를 튼 이래 카드사, 캐피탈사까지 가세해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2021년에도 문재인 정부의 뉴딜정책에 보조를 맞춘 금융사의 발행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SRI채권 수급 요인을 점검하고 팽창 여력 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4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등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가 친환경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다.이를 지원사격하는 역할을 금융계열사가 맡고 있다.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발행을 통해서다.

현대캐피탈을 시작으로 현대카드, 현대커머셜이 녹색채권 등을 발행하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기차 판매에 힘을 보탰다. 친환경차의 경우 그룹 경영은 물론 정부 정책에도 호응하는 만큼 사회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력사업과 친환경분야의 접점을 찾아 투자자들에게 적극 홍보한 덕분에 인기도 높았다는 후문이다.

발행도 중요하지만 SRI채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리다. 적어도 현대캐피탈은 모범생이라 불릴 만 하다. 한국거래소 등의 방침이 있기도 전에 사후보고를 외부 기관에서 검증받았다.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도 규제가 바뀐다면 외부기관에 사후보고를 검증받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초’ 타이틀에서 멈추지 않는다, 주요 시장참여자 될 것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채권 플랫폼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가 발행한 SRI채권은 모두 1조87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400억원, 올해 1조1300억원 발행됐다. SRI채권 시장은 2018년 개화했는데 2019년부터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이 시장의 구성원으로 참여한 것이다.
첫 물꼬를 튼 것은 현대캐피탈이다. 지난해 4월 현대캐피탈은 3000억원 규모로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캐피탈사 중 최초로 발행된 원화 SRI채권이었다. 최초 타이틀은 또 있다. 현대캐피탈은 올해 6월 캐피탈사 중 처음으로 지속가능채권을 23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현대캐피탈을 시작으로 현대카드, 현대커머셜도 발행대열에 합류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녹색채권을 2400억원 발행한 데 이어 올해도 4500억원 규모로 찍었다. 현대커머셜은 올해 새로 합류했는데 지속가능채권을 25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의 SRI채권 발행은 다양성 측면에서도 일조했다. 올해 SRI채권 시장은 전체적으로 보면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녹색채권 발행량은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 1조원도 채 넘기지 못했다. 발행사도 4곳뿐이었는데 이 중 2곳이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였다.

현대캐피탈 등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들은 SRI채권 시장의 주요 참여자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일회성 발행에 그치지 않고 해마다 SRI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반기에 한 번씩 2000억~3000억원 규모로 SRI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친환경차량 판매 확대 규모를 검토한 뒤 2021년 SRI채권 발행 규모를 올해보다 확대할 방침이다.

◇친환경차 사업 지원사격, 시너지 도모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친환경차사업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SRI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다.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ESG 경영에 발맞추고 SRI채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금리메리트는 없지만 점차 SRI채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ESG 투자 기준을 적용하는 자산군 규모를 전체의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ESG 관련 펀드를 출시하는 등 SRI채권을 향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1년이 되면 SRI채권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SRI채권 시장 전망이 밝은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경영도 발행 유인으로 작용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올해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2021년을 전기차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2025년까지 현대와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로 23종 이상의 전기차를 내놓고 세계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10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대캐피탈은 녹색채권과 지속가능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현대차와 기아차의 친환경차를 대상으로 한 신차 할부나 대출 재원으로 활용했다. 현대카드도 마찬가지다.

현대커머셜도 지속가능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현대차와 기아차가 생산한 차량으로 한정했다. 다만 상용차 모델에만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현대차그룹 협력사를 대상으로 저금리 금융을 지원하고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원리금 납부도 유예해주기로 했다.

◇현대캐피탈, 사후관리 ‘모범’

SRI채권은 발행보다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조달자금이 목적과 달리 사용되는 ‘그린워싱’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발행사는 자금을 소진할 때까지 투자자안내문 형식의 사후보고를 해마다 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서 검증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이런 측면에서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발행한 두 건의 녹색채권의 사후보고를 삼정KPMG에서 검증받았다. 삼정KPMG는 사후검증 보고서에서 ““녹색채권 발행대금이 중요성 관점에서 녹색채권 원칙에 부합하지 않게 사용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두 건의 사후보고는 채권 발행과 동시에 발간됐다. SRI채권으로 조달된 자금이 기존에 진행된 사업에 투입되면서 채권을 발행함과 동시에 자금 배분을 마쳤기 떄문이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서 검증받지 않았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발행한 녹색채권에 대해 자체적으로 발간한 투자자 안내문만 내놨다. 현대커머셜은 올해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기에 아직 사후보고 시기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둘다 외부기관에서 사후보고를 검증받을 가능성은 열어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어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서 검증해야 한다면 기꺼이 규제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의 SRI채권 사전검증은 올 들어 딜로이트안진이 다수 맡는 경향을 보였다. 딜로이트안진은 올해 현대캐피탈의 SRI채권 두 건과 현대커머셜의 딜도 맡았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정KPMG를 기용했는데 올 들어 검증기관을 바꿨다. 현대카드는 지난해와 올해 둘다 EY한영에서 사전검증을 받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