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승부수]구광모 회장의 고객 강조, 올해는 '초세분화'키워드로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 제시...고객을 LG팬으로 만들어야
조은아 기자공개 2021-01-07 08:20:08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5일 11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광모 호(號)’의 변신은 진행 중이다.최근 몇 년 사이 LG그룹의 변화는 놀랍다. LG화학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맞았다. 여러 부회장이 순차적으로 회사를 떠나면서 부회장단도 3인체제로 재편됐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은 5개의 계열사를 들고 그룹을 완전히 떠난다.
LG전자 주가가 12년 만에 상한가를 찍은 것 역시 구광모 호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보여준다. 그동안 LG그룹은 신중하다 못해 소극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지만 이런 평가도 이제는 없어질 때가 온 것 같다.
변화 속에서도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신년사는 꾸준하다. ‘변화가 거셀수록 기본은 지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구 회장의 신년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몇 년째 ‘고객’이다. 올해 신년사는 1700자 수준으로 길지 않지만 ‘고객’은 무려 27번이나 들어갔다.
대부분 기업이 최우선 가치로 고객을 강조하지만 구 회장의 신년사는 매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라진다. 지난해 1단계를 통과했다면 올해는 다른 과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구 회장은 4일 신년사를 통해 “2년 전 저는 앞으로 LG가 나아갈 방향이 역시 고객에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그 뒤로 우리는 ‘LG만의 고객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그 출발점으로 고객 페인포인트에 집중하며 고객의 소소한 의견,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이 이번에 들고나온 키워드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초세분화)’이다. 고객을 하나의 평균적인 집단으로 보지 않고 훨씬 촘촘히 쪼개서 봐야 한다는 의미다. 고객 세분화라는 말이 등장한 지는 오래됐지만 그동안 보통 세분화가 쉬운 금융이나 통신, 서비스업 쪽에서 주로 쓰였다.
LG그룹의 핵심은 제조업이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 LG생활건강이 모두 공장을 통해 무언가를 생산한다. 제조업의 핵심도 당연히 표준화, 효율화일 수밖에 없다. 초세분화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구 회장의 이번 신년사는 LG그룹 전반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범하고 보편적인 제품으로 그럭저럭 만족을 주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구 회장의 요점이다.
구 회장은 초세분화를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는 AI(인공지능)·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구 회장은 ‘LG AI연구원(LG AI Research)’을 출범시켰다. 그룹의 AI 역량을 한데 모아 기술을 개발하는 전담 조직이다. 당시에도 구 회장은 “LG가 추구하는 AI의 목적은 기술을 넘어 고객의 삶을 더 가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LG AI연구원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며 3년 동안 2000억원이 투입된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이 단순 선언이 아니라 몇 년 안에 현실화할 구체적 목표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모든 걸 통해 구 회장이 이루려는 건 고객을 LG의 팬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는 “고객이 감동하고 열광할 때까지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집요함으로 작은 것 하나부터 정성스레 만들어가면 좋겠디”며 “올해도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은 계속된다”는 말로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LG그룹이 겪는 여러 변화 가운데 시무식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기업이 비대면으로 시무식을 진행했지만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역시 올해와 마찬가지로 영상으로 시무식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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