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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투자 동그라미 산후조리원, 돌연 법정관리 배경은 4년여 전 두 차례 150억 유치···청사진 내건 중국 진출 무산·저출산 기조 악영향

이명관 기자공개 2021-01-13 09:00:15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1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기업형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며 벤처캐피탈(VC) 투자까지도 받던 와이케이동그라미(이하 동그라미 산후조리원)는 왜 법정관리행 처지가 됐을까.

투자유치 과정에서 청사진으로 내건 중국 진출이 무산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회사 사정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회생개시 여부 판가름, 법률 자문 법무법인 경연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이 작년 말께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개시절차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지난 5일 재판부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모든 회생채무액에 대한 강제집행, 가압류, 경매절차를 임의로 진행할 수 없게 한 절차다.

향후 서울회생법원은 신청서와 각종 자료들을 검토한 뒤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첫 번째 심문 기일은 오는 12일로 예정됐다. 이와 관련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은 법무법인 경연과 법률자문 계약을 맺었다. 법무법인 경연에서는 박동수, 이창규, 성낙환 변호사가 이번 소송대리를 하고 있다.

2004년 출범한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은 프리미엄 산후조리원 브랜드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을 운영 중이다. 서울 13개점, 경기도 7개점의 산후조리원과 자체 산모케어 전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은 업계 최초 기업형 조리원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설립 초기 여울소라는 이름을 쓰다 2006년 강남지점을 오프하면서 동그라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한국산후조리원협회도 설립하기도 했다.

이후 매년 지점을 가파른 속도로 늘려나갔다. 2007년 4개 지점을 설립한데 이어 2008년엔 7개점을 추가로 열었다. 그리고 2009년 주식회사 동그라미 산후조리원 법인을 설립하면 기업의 모습으로 골격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 진출에 나서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중국 진출에 성공할 경우 몸집을 크게 불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 시작은 중국 장춘 1호점의 컨설팅이었다.

그렇게 몸집을 키워나가며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의 2015년 기준 매출은 170억원, 영업이익은 20억원까지 증대됐다. 이 같은 성장세에 VC업계도 주목, 투자로 이어졌다. 첫 번째 투자 유치에 성공한 시기는 2015년이다.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은 2015년 6월께 전환상환우선주(RCPS)와 CB(전환사채)를 발행해 총 7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로 나선 곳은 포스코기술투자와 KDB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이었다. 포스코기술투자는 동그라미산후조리원의 RCPS 15억원, CB 15억원 어치를 인수했고, KDB산업은행은 CB 30억원을, 신용보증기금은 10억원 규모의 RCPS를 인수했다.

동그라미산후조리원은 해당 자금을 활용해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 당시 기준 2020년까지 국내에 20곳 이상의 직영점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중국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영유아 관련 인접 산업으로의 신사업 진출도 추진키로 했다. 이미 계열사를 통해 추진 중인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책임지는 서비스업과 연계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동그라미산후조리원은 산후조리로 시작해 영유아 및 성인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라이프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했다.

이 같은 청사진에 이듬해 VC들의 추가적인 러브콜이 이어졌다. 2016년 4월 그렇게 80억원의 VC 자금이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으로 유입됐다. SBI인베스트먼트·IBK캐피탈·수림창업투자·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자로 나섰다.

SBI인베스트먼트가 20억원 규모의 RCPS와 10억원 규모 CB를 인수했으며, IBK캐피탈과 수림창업투자가 각각 13억3000만원 규모의 RCPS와 6억7000만원 규모의 CB를 각각 투자했다. 함께 참여한 유안타인베스트먼트도 6억7000만원 규모의 우선주와 3억4000만원의 사채를 인수했다. 이렇게 단기간 150억원을 조달한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은 이후 계획을 착실히 이행해나가는 듯 했다.

2015년 신규 브랜드 레피리움을 만들고, 2개점을 새로 오픈했다. 중국 지점 컨설팅도 이어졌다. 이듬해인 2016년엔 신규 브랜드인 레피리움 3개점을 열고, 동그라미 산후조리원도 4개점을 추가로 오픈했다. 지점 수가 늘면서 자연스레 실적도 나날이 개선됐다.

2016년 처음으로 매출 200억원 고지를 밟았고, 2017년엔 300억원을 넘어섰다. 2018년엔 39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최고 성적을 냈다. 수익성도 뒷받침됐다. 2016년 25억원으로 불어나더니, 2017년 31억원, 2018년 39억원 등으로 우상향했다. 특히 투자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현금창출력만 놓고 보면 불과 2~3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2015년 35억원에서 2018년 93억원으로 늘었다.

◇VC 투자 이후 중국 진출 무산, 고정비 발목

하지만 2019년 대규모 적자 속에 재정난이 불거졌다. 2019년 순손실액은 무려 170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쌓아놓은 자본금이 바닥났고, 자본잠식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이어진 상황도 녹록치 않으면서 재정난이 한층 악화했다는 점이다. 결국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은 작년 말께 법원을 찾기에 이르렀다.


탄탄대로를 걷던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의 부도는 중국 진출 실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은 중국 업체들과 연계해 컨설팅을 제공하며 호시탐탐 중국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컨설팅에 그쳤고,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VC업계 관계자는 "당시 국내 조리원은 시스템이 체계적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가 갖춰져 있었다"며 "이에 산후조리원 이용을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 산모들이 증가세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경우 국내와 비슷한 조리원 문화가 있었는데, 옥의 티는 콘텐츠였다"며 "콘텐츠에 대한 니즈로 동그라미 산후조리원과 합작사업을 모색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컨설팅을 통해 채워지면서 합작사 설립에 대한 필요성이 사라졌다"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동그라미 산후조리원 입장에서 보면 남 좋은일만 한 꼴이 된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남아 진출도 여의치 않게 됐고, 저출산에 대한 문제가 차츰 불거졌다. 이는 실적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매출은 20% 가량 감소했다. 문제는 고정비는 지속해서 동일하게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점을 늘리면서 고정비 또한 늘어날 대로 늘어난 탓이다.

고정비 중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임대료다. 전체 102억원의 영업비용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억원을 차지했다. 이는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다. 작년 역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지속된 손실에 법원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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