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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독립론 재점화]"왜 하필 지금인가" 내부선 원장 떠난 뒤 후폭풍 걱정⑤윤석헌 원장, 임기만료 앞두고 쟁점화…'시기·방식' 설왕설래

고설봉 기자공개 2021-01-13 07:44:55

[편집자주]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해묵은 이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 돼 있는 감독 기능의 재정립을 두고 당국과 학계 등은 10년 넘게 논의를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논의가 재점화된 모양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올해를 시작하며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내부적으로도 본격적인 개편안 구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독립 주장의 근거와 현실화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2일 11: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금감원 독립론’ 쟁점화를 내부 인사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순간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다시 꺼내든 시점과 그 실현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윤 원장의 임기만료가 코앞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윤 원장이 역대 금감원장 가운데 가장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금감원 독립론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두고서는 대부분 높은 점수를 주는 모양새다. 정부 조직에 속하지 않고 예산과 인력 자율권을 보장받으며 금융감독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진화하길 바라는 조직원들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공감을 얻었다는 말도 들린다.

금감원 한 직원은 “윤석헌 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금감원 독립안을 마련하겠다는 발언을 할 때 순간적으로 직원들이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금감원 조직 자체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에 강성으로 알려졌던 것보다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왜 하필 지금인가'란 의구심 어린 목소리가 있다. 사실상 임기 내에 실현 불가능한 일에 대해 윤 원장이 최근 들어 직접 불을 지핀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이전부터 금감원 독립론을 주장했지만 결정적으로 이를 본인이 적극적으로 쟁점화한 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다. 그는 ‘금감원 독립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고 이때부터 금감원 기획조정국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물론 금감원 독립의 세부 방안들까지 폭넓게 마련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2018년 5월 취임한 윤 원장의 임기가 오는 4월 말 만료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남은 3개월 임기 내에 금감원 독립이란 성과를 내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가 꺼낸 금감원 독립론이 추진력을 얻으려면 연임뿐인데 현실적으로는 이루기 쉽지 않아 보이는 일이다. 무엇보다 연임 사례가 전무하다. 역대 금감원장 중 연임은 고사하고 임기를 채운 원장은 2명뿐이다. 금감원 내에 윤 원장이 매듭짓지 못할 사안을 섣불리 쟁점화해 혼란만 키웠다는 평가가 많은 이유다.

이면에는 '장기존속'에 대한 금감원 조직 차원의 위기의식도 자리잡고 있다. 윤 원장의 학자로서의 소신과 이론도 중요하지만 금감원이란 조직의 장은 정부 조직 및 정치권과의 역학관계도 생각해야 하는 자리다. 이런 와중에 '소신 발언'만 하고 성과 없이 원장이 떠나게 되면 난데없이 모든 여론을 조직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다른 금감원 직원은 “포문을 연 것도 중요하지만 윤 원장이 떠나고 나면 다시 흐지부지 될 수도 있는 문제”라며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성급하게 선언하듯이 독립론을 꺼내든 것은 오히려 당국과 전반적인 여론만 더 안 좋게 만든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각종 사모펀드 부실에 대한 금감원의 책임론이 불거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금감원 독립론을 재점화한 것 역시 부담이란 지적도 있다. 지난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사모펀드 부실 사태를 두고 윤 원장은 금감원의 감독 문제가 아닌 금융감독체계가 잘 정비되지 않은 탓이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와 각을 세운 양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사실 이 같은 금감원 내부의 우려는 일종의 '회의감'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금감원 구성원들은 역대 금감원장들 중 상당수가 독립 이슈를 꺼냈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기억을 갖고 있다. 당국과 확실한 교류 없이 즉흥적으로 꺼내든 사안이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윤 원장이 주도한 이번 사안도 상위기구인 금융위 등과 사전 교감없이 이뤄진 것이라면 결국 '실패'로 끝나고 당국과 불협화음만 키울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와 어느정도 사전교감을 통해 독립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 뒤에 이를 공론화 하고 일이 진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이 있는 것"이라며 "윤 원장이 현 당국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선언적으로 이슈화 한 것일까봐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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