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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실체 감춘 '물밑 상장' 눈길 가는 까닭은 자금줄 '손정의 비전펀드' 엑시트 수순, 투자중단 이어 포트폴리오 재편

최은진 기자공개 2021-01-13 08:22:32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2일 14: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의 미국 나스닥 상장 임박설은 뚜렷한 실체는 없지만 시장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쿠팡이 추진하는 일련의 조치가 상장을 빼놓고 달리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엑시트(Exit)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고 쿠팡 투자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는 점에서 상장 시점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의 상장설이 처음 공개된 건 외신을 통해서다. 블룸버그는 이달 6일 소프트뱅크가 올해 6개 이상의 포트폴리오 기업을 상장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상장 계획에 포함된 쿠팡의 기업가치를 300억달러로 전망했다. 우리돈으로 약 33조원에 달한다. 기업공개(IPO) 시기는 쿠팡에 정통한 관계자 말을 인용해 올해 2분기 내 이뤄질 것으로 점쳤다.


며칠 뒤인 11일 이번에는 국내에서 IB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쿠팡의 미국 나스닥 상장 예비심사가 통과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주관사는 골드만삭스로, 예비심사 청구는 비밀리(confidential)에 추진됐다고 전했다. 상장시기는 이르면 3월 정도로 전망했다.

하지만 쿠팡은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예비심사 통과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쿠팡은 원칙상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것을 제외하고 내부적으로 추진 중인 사안에 대해 사실 공개를 하지 않는다. 언론 공식창구인 홍보실 역시 명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해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를 감안하면 나스닥 상장 관련 실체적 진실이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쿠팡이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쿠팡은 상장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나스닥 상장 예비심사 통과 여부를 확인해 주기 어렵지만 적절한 시기가 오면 IPO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매번 되풀이되는 해명이지만 쿠팡의 상장에 대한 시선은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이 말하는 적절한 시기가 언제인지는 특정할 수 없지만 왜 지금 상장 임박설이 나오는지에 대해선 짚어볼만 하다. 우선 자금줄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상황을 들여다 봐야 한다.

쿠팡은 지분 100%를 보유한 쿠팡LLC(Coupang, LLC)의 지배를 받는다. 쿠팡LLC는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회사다.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소비재 섹터를 담당하는 리디아 제트(Lydia Jett) 등 주요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쿠팡LLC의 지분구조는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비전펀드가 대략 40%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라는 사실만 전해질 뿐이다. 김 의장의 지분 규모가 명확치 않으나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쿠팡을 지배하는 최대주주로서 돈줄을 쥐고 있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엑시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17년 설정된 이 펀드는 2019년 투자기업수를 91개까지 늘렸고 지난해 3분기까지 총 9개 기업을 엑시트 했다. 일정 규모에 오른 기업들을 상장 등을 통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비전펀드가 운용보고서에 다룬 적 없던 엑시트 계획을 지난해 3분기부터 기재하기 시작하면서 차익 실현으로 전략을 선회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펀드설정기간은 기본 12년으로 앞으로 8년 내 모든 기업의 엑시트가 완료돼야 한다. 소프트뱅크가 현재 비전펀드 2호의 설정을 준비하는 상황인 만큼 소위 돈 될만한 회사를 서둘러 엑시트 할 개연성도 충분하다.

비전펀드가 쿠팡에 집행하던 투자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2015년부터 쿠팡은 해마다 매 분기 보통주를 증자를 통해 투자금을 받았다. 비전펀드가 쿠팡LLC에 자금을 넣고 쿠팡LLC가 다시 쿠팡에 증자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늘어난 자본금 규모는 총 3조6000억원이다.

하지만 2019년부터 줄어든 증자횟수는 지난해 단 두차례만 진행됐다. 2020년 7월부터는 사실상 투자가 중단됐다. 비전펀드가 엑시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이르렀고 2호펀드 설정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에 투자가 더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쿠팡은 당장 투자금 유치가 끊겨도 운영이 가능하다. 회계적으로는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지만 현금 유동성이 상당히 원활하다. 판매대금 정산이 한달주기로 돌아가다 보니 20조원에 달하는 거래액이 고스란히 자금줄로 활용될 수 있다. 재무회계적 실적보다 더 중요한 게 현금흐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이 조단위 누적적자에도 불구하고 거물급 인력을 영입하는 것은 물론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조달해 줄 창구는 필요하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사세를 더욱 키워야 하는 것은 물론 플랫폼 확장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 따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쿠팡은 OTT, 핀테크, 중고차 매매, 택배 등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기업의 엑시트 필요성과 쿠팡의 안정적 자금조달 등의 관점에서 상장임박설에 힘이 실리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세무 회계 및 내부통제 시스템을 쿠팡 내부에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상장을 위해서는 관련 투명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만큼 전열을 다듬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최근 김 의장이 대표이사에서 내려오고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경영총괄은 대관업무 및 법률 전문가인 강한승 대표가 맡았다.

상장주체는 쿠팡이 아닌 비전펀드가 직접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쿠팡LLC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쿠팡이 쿠팡LLC의 연결 회계시스템을 구축할 인력 채용에 나섰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미국 나스닥 시장 가운데 대형 및 중소형주 쪽에 상장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된다. 나스닥은 기업 규모와 상장요건 등에 따라 글로벌 셀렉트 마켓(Global Select Market)·글로벌 마켓(Global Market)·캐피털 마켓(Capital Market) 등으로 구분된다. 아마존은 글로벌 셀렉트 마켓으로 분류된다.

쿠팡도 글로벌 셀렉트 마켓이나 글로벌 마켓의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조건은 다양하다. 세전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매출액이 9000만 달러(한화 1조원) 이상이면 상장 추진이 가능하다는 조건 등이 마련 돼 있다. 적자 실적이 지속되면 상장이 어려운 국내 주식시장 조건과 차이가 있다.

쿠팡 관계자는 "상장과 관련해선 당장 코멘트 할 것이 없다"며 "적절한 시점에 이를 공개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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