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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한' 이노션-롯데컬처웍스, 스와프 깨질 가능성은 IPO 약속 기한 '핵심'…롯데컬처웍스, 정 고문 풋옵션 행사 염두 부채 반영

유수진 기자공개 2021-03-12 11:07:10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0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롯데컬처웍스 임원을 이사회에 합류시킨다. 기존 이사가 사임하며 직무 수행이 불가능해지자 후임자를 이사 후보로 올렸다. 2019년 사업제휴로 시작된 양사의 협력관계가 지분 스와프(맞교환)와 인력교류로 이어지며 점점 끈끈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롯데컬처웍스의 기업공개(IPO) 시점이 불투명해지며 양사간 협력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컬처웍스가 약속한 기한 내 IPO를 마치지 못하면 계약에 따라 정성이 이노션 고문에게 발행한 신주를 다시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사 협력의 '핵심'인 지분 스와프가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노션 이사회 한 자리는 롯데컬처웍스 몫…협력관계 '굳건'

이노션은 오는 2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제1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김병문 롯데컬처웍스 경영전략부문장을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앞서 이노션은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김재철 롯데컬처웍스 경영전략부문장을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했다. 임기(3년)는 2023년 3월까지로 아직 2년이나 남았다. 하지만 김 이사가 경영전략부문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이사회 활동이 어려워졌다. 이에 이노션 이사회는 후임인 김병문 부문장을 새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올렸다.

이노션 관계자는 "김재철 이사가 경영전략부문장 직에서 사임해 김병문 부문장을 새로 선임하는 것"이라며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는 롯데컬처웍스 경영전략부문장이 맡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사회의 한 자리를 롯데컬처웍스 측에 내줬다는 의미다.


신임 이사에 내정된 김병문 부문장은 2015년부터 롯데컬처웍스에서 근무하며 총무팀장과 경영지원부문장, 경영전략부문장을 차례로 역임하고 있는 인물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롯데백화점 중국본부 경영전략팀에서 근무했던 경험도 있다.

이노션 이사회는 "김 후보는 경영전략 분야 전문가로서 관련 분야의 경험을 통해 회사 성장과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공정위 이슈 해소·성장 발판 마련…맞아떨어진 이해관계

이번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은 이노션과 롯데컬처웍스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로 볼 수 있다. 두 회사는 2019년 5월 체결한 사업제휴를 기반으로 2년 가까이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당시 광고사인 이노션과 영화 사업을 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콘텐츠'란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함께 조성하는 등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이들은 지분 스와프도 추진했다. 이노션 최대주주인 정성이 고문이 보유 중인 지분(28%) 중 10.3%(206만주)를 롯데컬처웍스에 넘기고 롯데컬처웍스는 신주 13.63%(768만7456주)를 발행해 정 고문에게 배정했다. 이에 정 고문은 롯데컬처웍스의 2대주주가, 롯데컬처웍스는 이노션의 4대주주가 됐다. 회사 측은 사업협력 및 업무제휴를 극대화하고 신뢰관계를 돈독히 다지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전까지 한차례도 거래가 없었던 두 회사가 갑자기 지분 스와프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양사는 니즈가 분명했다. 이노션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오너일가 지분율을 20% 밑으로 떨어뜨려야 했고 롯데컬처웍스는 성공적인 IPO를 위한 사세 확장이 시급했다.

지분 스와프는 서로의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켜 줬다. 정 고문의 이노션 지분율(28%→17.7%)이 대폭 낮아지며 당시 정의선 수석부회장(2%)과 합쳐도 19.7%로 법망을 피하는 데 문제가 없게 됐다. 롯데컬처웍스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을 파트너 삼아 IPO 추진을 위한 외연 확대에 나설 기회가 생겼다. 양사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는 접점이 지분 스와프였던 셈이다.

◇IPO 약속한 '기한'이 핵심, 지분 관계 해소 가능성

다만 당시 롯데컬처웍스는 정해진 기한 내 IPO를 완료하지 않을 경우 정 고문에게 발행한 주식 전량을 도로 매입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양측 모두 관련 내용을 함구했지만 롯데컬처웍스가 작년 8월 주식 재매입 가능성을 감안해 연결 재무제표를 재작성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가 특정기간 동안 IPO를 끝내지 못하면 정 고문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이 같은 가능성을 고려해 1107억원을 비유동부채로 추가 반영했다. 회사 측은 "2019년 발행한 보통주와 관련해 현금 등 금융자산으로 해당 주식을 재매입하거나 상환해야하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물론 롯데컬처웍스가 기한 내 IPO를 마무리 지으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IPO 관련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계약서에 명시된 '일정기간'이 정확히 언제를 의미하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추후 롯데컬처웍스가 주식을 되사야 하는 상황이 실제 생긴다면 지금과 같이 끈끈한 관계가 지속될 거란 보장은 없다.

정 고문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롯데컬처웍스 역시 보유 중인 이노션 지분 정리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정 고문과 롯데컬처웍스는 정해진 기한까지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질권 및 기타 담보로 제공할 수 없고 양도금지 기간이 끝난 후에는 각각 직접 또는 제3자를 지정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지분 보유 상황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노션 관계자는 "지분 스와프 당시 체결한 계약에 대해선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다"며 "롯데컬처웍스가 IPO를 약속한 기한 등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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