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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감원장 3년 리뷰]소비자보호 중심 조직개편…구호 컸지만 성과 낮았다②피해 보상만 집중, 금융사고 사전 검사·예방 '한계' 노출

김민영 기자공개 2021-03-16 07:32:32

[편집자주]

윤석헌 금감원장이 임기 막판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내부에선 직원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고 상위 기관인 금융위와의 대립도 수습하기 어려운 단계다. 금융사들에 대한 감독당국의 위상도 예년만 못하다. '역대 최초'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되던 그가 임기 만료 2개월을 앞두고 조기 퇴진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더벨은 금감원 안팎의 갈등 양상을 짚어보고 윤석헌 체제 3년 동안의 '공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13:2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취임 이후 금융감독원 조직개편의 핵심 키워드는 소비자보호 부서 확대 재편이었다. 이 기조에 걸맞게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산하 부서와 팀을 크게 늘렸다. 금융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과거 어떤 원장보다 공을 쏟는 모습을 보여줘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3년여가 지난 지금 거창한 구호에 비해 성과는 낮았다는 평가가 오히려 많다. 특히 금융사고가 난 뒤 사후관리에만 과도하게 집중한 탓에 예방 자체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소처 쪽 외 조직은 인력은 제 때 충원해주지 않고 업무만 늘린 게 내부 불만을 키운 양상이다.

◇힘 실은 금소처, 펀드 선보상·사후정산 도입 '명암'

2019년 6개 부서 26개팀 규모에 그쳤던 금소처는 지난해 13부서 40팀을 거쳐 올해는 13부서 45팀으로 대폭 확대됐다. 특히 올해는 분쟁조정3국을 신설했고 그 아래 사모펀드팀을 새로 뒀다.

조직 못지 않게 인력도 대거 보강했다. 지난해 3월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의 김은경 부원장이 금소처장으로 취임하면서 금감원의 ‘소비자보호주의’가 한층 강화됐다. 김 부원장은 보험산업 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보험법 전문가다.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과 옴부즈만, 금감원 분쟁조정위원과 제재심의위원으로도 활약했다.


금소처장 아래에 소비자피해예방과 소비자권익보호를 담당하는 부원장보를 각각 둬 금소처의 위상을 높였다. 직원도 2019년 270여명에서 현재 380여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금소처가 금감원의 핵심 부서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은다.

조직 개편에 그치지 않고 연이어 터진 사모펀드 부실 사태에서도 금융회사들이 피해자 보상에 적극 나서도록 했다. 특히 금소처 임직원들이 만들어낸 ‘사후정산 방식의 피해 구제’ 논리는 금감원 내부에선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펀드는 원칙적으로 환매 또는 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된 경우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옵티머스펀드 등의 청산이 이뤄지려면 최소 수 년의 시간이 걸려 피해자 구제가 늦어질 뻔 했는데 금감원의 묘수로 금융사들이 미리 배상에 나설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사들이 부정적 여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선뜻 배상 얘기를 꺼내지 못한 건 이사회 등에서 제기한 배임 문제 때문이었다”며 “금감원의 선보상 후정산은 금융사들도 놀라게 만든 금감원의 카드였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의 이러한 움직임은 즉각적인 피해자 구제 및 보상이란 성과로 이어졌다. DLF,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 등이 이런 과정을 거쳐 피해 보상이 진행되고 있다. 분쟁조정위원회와 제재심의위원회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이유도 선보상 후정산 방식 덕분이다.

10년 만에 재조사에 나서 금융사의 일부 배상을 이끌어낸 키코(KIKO)도 윤 원장의 성과 중 하나다. 윤 원장은 취임 직후 키코 재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2019년 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키코를 판매한 은행이 피해액 일부를 물어줄 것을 권고했다.

금융사 가운덴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피해자 구제에 나섰다. 한국씨티·신한·DGB대구은행이 일부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보상을 결정했다. 현재 키코 문제 해결을 위한 은행협의체에 10개 은행이 참여해 피해자 구제를 논의하고 있다.

오는 25일 시행을 앞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도 윤 원장의 물밑 노력이 지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감원이 금융사 징계 방식을 통한 소비자보호에만 너무 치우쳐 본연의 검사 및 감독 업무 등에 오히려 소홀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련 부서들은 예전보다 검사 및 사전 감독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있다.

윤 원장은 취임 이후 폐지됐던 금융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부활시켰고 상시 검사 체계도 활성화했다. 다만 인원은 늘지 않고 업무량만 많아지면서 검사와 감독 부서의 업무 강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극심한 인력 부족을 겪는 부서들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부서를 확대하면서 다른 부서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이라며 “특히 검사와 감독 부서 직원들은 할 일은 많은데 사람이 부족해 불만이 조금씩 늘어났다”고 말했다.

◇사후관리만 치중, 검사·감독 본연 업무 소홀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감독 부실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실제 사모펀드 부실 사태에서 금감원의 감독부실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물론 2013년과 2018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에 제약이 없어진 측면도 있지만 규제는 풀어준 대신 더 꼼꼼하게 사모펀드 시장을 들여다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은행법 시행령,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보험업법 시행령 등 다양한 법령에서 정부는 금감원장에게 검사의 의무를 이관하고 필요한 권한을 줬다.

하지만 금감원의 감독 부실로 사모펀드는 몇 년째 속에서 곪아가고 있었다. 내부의 무능과 일탈은 금융당국의 적절한 감시와 통제를 받지 못하면서 조금씩 상처가 벌어지고 짓물렀다. 결국 더 이상 가릴 수 없을 만큼 터졌을 때 그동안 가려져 있던 상처가 외부로 드러났다.

검사와 감독 부서의 업무 강도를 엿볼 수 있는 수치가 있다. 금감원은 2018년 754회의 검사를 진행했는데 2019년엔 989회로 대폭 늘었다. 작년엔 코로나19 때문에 613회 검사를 나갔다. 올해도 793회 검사를 계획하고 있다. 검사 연인원도 2018년 1만7330명에서 2019년 2만1346명, 작년 1만4186명이었다. 올해 예상 동원 인원은 2만3630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금융사 수도 급증했다. 2018년 말 기준 5491개, 2019년 5700개, 작년 말 5983개로 매년 200개 이상의 회사가 늘고 있다. P2P, 간편송금·결제, 모바일 해외송금 등 새로운 금융의 등장, 자본시장 활성화 등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검사 대상기관이 늘어나면서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감독해야 할 대상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은 늘었는데 일에서 보람을 찾기는 어려워졌다”며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어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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