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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태생 DNA' 이유있는 바이오 노크 '제조 본류' 신격호 명예회장 시절 만지작, 유통부진 돌파 카드

최은진 기자공개 2021-03-24 07:26:30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10: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지주가 신사업으로 '바이오'를 겨냥해 지분투자 및 인수합병(M&A) 등을 검토하는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그룹에게 바이오 진출은 해묵은 과제로 지난해 별세한 신격호 명예회장 시절부터 적잖은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와 화장품 등 제조 및 화학 기반 사업 확대를 추진했으나 유통과 제과의 벽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초됐다.

생존의 갈림길에서 롯데그룹은 다시 '잘 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오래 전 폐기처분 했던 바이오 카드를 꺼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롯데케미칼에서 오랜시간 근무하며 쌓은 노하우와 애정이 발휘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롯데지주는 이훈기 부사장이 이끄는 경영혁신실을 중심으로 코스닥 상장기업 '엔지켐생명과학'의 일부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내부적으로 어느정도 사업성 검토에 대해 논의를 마쳤고 다음 절차로 실무진을 접촉하며 본격 협상에 돌입했다.

이동우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되고 이 부사장 중심의 경영혁신실이 새롭게 구성된 후 내놓는 첫번째 딜(Deal)이란 점에 주목된다. 다만 주관사 선정조차 하지 않은 내부검토 수준에 불과한 만큼 딜의 최종 성사를 논하기기는 이른 감이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2018년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으로 동물약품, 화학약품, 식품, 건강보조식품, 식품첨가물, 의약품, 의약외품, 화장품 등을 제조 및 판매한다. 현재 수출주력 품목은 항결핵제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MRI & CT 조영제 합성 기술 영역에서는 고순도의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필요 핵심기술을 모두 확보하며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지주가 전혀 해보지 않던 바이오시장을 눈여겨 본 건 당장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초소재 중심으로 고부가사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롯데케미칼이 있기는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나 제약바이오 등 경쟁사들이 조기 진출한 시장에 뛰어들지 못해 성장 기회를 놓쳤다.

삼성, SK, LG, 한화그룹 등 경쟁 상위권 대그룹 등이 화학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하나씩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롯데그룹 역시 생존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주도권을 갖지 못해도 유망 벤처기업의 지분투자라도 단행하면서 어느정도 발을 걸쳐 놓을 수 있게 포트폴리오를 확장하자는 게 근본 취지다.

그렇다면 왜 하필 꺼내든 카드가 바이오인지에 관해서는 그룹 태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대회장인 신 명예회장 시절의 유전 인자(DNA)가 이어진 결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유통이 중심이긴 하지만 원래 제조가 기반이었다. 신 명예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교 화학과 재학 당시 일본에서 여성용 화장품으로 크림과 비누를 만들어 종잣돈을 마련했다. 화학학도였던 그는 손쉽게 제조하면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품을 눈여겨 봤고 그 첫 타깃이 화장품이었다. 그러나 이후 더 많이 팔릴 거라는 기대에 '츄잉껌'으로 눈을 돌려 오늘날 롯데그룹을 제과 및 유통왕국으로 만들게 됐다.

화학과 제조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던 신 명예회장은 한국에서 호남석유화학 등을 키우는 과정에서 바이오 및 화장품 사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방안도 끊임없이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롯데케미칼 주요 임원들이 신사업으로 관련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조언을 쏟아내면서 신 명예회장도 심도있게 검토했다는 일화가 있다. 막판까지 고심하다 철회했지만 여전히 고위경영진들 사이에서 '아까운 사업'으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신 명예회장은 화장품과 바이오가 해보고 싶은 영역이지만 '잘 하는 사업'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는 말로 관련 보고를 반려했다고 알려졌다. 한창 유통공룡으로서 성장가도를 달리던 상황이었던 만큼 욕심을 내지 말자는 의미였다고 경영진들은 평가했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지금 시대가 변화면서 더이상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로 생존하기 어려운 처지에 내몰리면서 롯데그룹은 잘 하는 사업이 아닌 '잘 할 수 있는 사업'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신 회장의 지원이 상당부분 자리하고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경영수업을 받다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가장 처음 부임한 곳이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이였다. 여전히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롯데케미칼에서 근무한 역사만 30년이 넘는다.

부친처럼 화학학도는 아니지만 나름의 애정과 역량이 상당한 만큼 관련 분야에서 신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을 키우고자 하는 의지의 일환으로 바이오를 주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유통에서 신사업을 발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타깃을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내부적으로 이번 엔지켐생명과학의 딜이 좌초되더라도 관련 분야 진출이 앞으로도 꽤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룹 성장인자인 제조 역량을 다시 강화하면서 재창업 수준의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만들겠다는 의지이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아주 오래 전 신 명예회장 시절에도 바이오와 화장품 사업은 장기간 논의가 됐었지만 중도 폐기 됐던 사안"이라며 "신동빈 회장 시대로 넘어오면서 더는 기존 사업으로 승부가 어렵다고 보고 원천 경쟁력인 제조로 다시 눈을 돌리는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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