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운용 스케일업펀드, 바이넥스 사태에 '울상' [헤지펀드 포트폴리오 엿보기]작년 하반기 CB 100억 투자…주가 폭락, 리픽싱 최저 조정가 아래
양정우 기자공개 2021-03-25 07:02:19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헤지펀드 운용사 아이온자산운용이 조성한 코스닥스케일업펀드가 난관에 부딪혔다. 의약품 불법 복제 사태를 일으킨 바이넥스의 전환사채(CB)를 투자 타깃으로 정조준한 탓이다.바이넥스의 주가는 지난달 고점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코스닥스케일업펀드가 투자한 CB의 리픽싱(refixing) 하향 한도가보다 낮아졌다. 주식 전환이 아닌 상환으로 매듭짓는 것도 부담스럽다. 바이넥스를 후하게 평가하면서 상환시 이자율을 0%로 책정한 탓이다.
◇바이넥스, CDMO 큰 장에 찬물…아이온 스케일업펀드 CB 투자
아이온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말 '키움아이온코스닥스케일업 창업벤처전문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코스닥스케일업펀드)'를 통해 바이넥스의 CB를 100억원 어치 인수했다. 당시 총 380억원 규모로 발행된 CB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코스닥스케일업펀드는 키움프라이빗에쿼티(PE)와 공동 운용하고 있다.
바이넥스는 올해 초까지 주목 받던 바이오의약품 수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백신과 치료제 생산 수요가 폭증하자 토종 CDMO 기업에 러브콜이 쏟아졌다. 바이넥스의 경우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생산 컨소시엄에 합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이넥스가 허가사항과 다르게 의약품을 제조한 것을 확인한 후 수탁 생산한 38개 품목에 대해 제조판매 중지와 회수 조치를 취했다. 모든 제조공정에 정해진 규격이 있는 의약품 제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바이넥스의 주가는 지난달 중순 고점 3만8800원에서 1만3150원까지 수직 하락했다.
코스닥스케일업펀드가 보유한 CB의 전환가액은 3만950원이다. 현재 주가(전일 종가 1만9800원)보다 전환가액이 현저히 높아 주식으로 전환할 여지가 없다. 반전 흐름이 없는 여건에서 이 CB의 전환 가치(Conversion Value)는 '0'에 불과하다. 오로지 투자금에 이자를 붙여 상환 받는 채권 가치(Straight Bond Value)만 남아있다.
◇'리픽싱 특약' 벗어난 폭락…CB 상환시 이자율 0%
국내 메자닌 시장엔 리픽싱 조항이 존재한다. 주가가 부진할 경우 CB 발행 후 매 3개월이 경과한 날마다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특약이다. 이 조항 덕에 메자닌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코스닥스케일업펀드가 보유한 CB의 경우 바이넥스 주가가 리픽싱 하한선(2만1665원) 밑으로 폭락했다. 주가 하락 폭이 리픽싱 혜택에도 기댈 수 없는 수준이다.
주가 흐름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코스닥스케일업펀드는 결국 상환 요청으로 CB 투자를 매듭지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CB는 이례적으로 만기이자율이 0%로 설계됐다. 상환시 자금 제공에 따른 이득이 없는 구조다.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상환도 결국 손실에 불과하다. 바이넥스의 성장성에 베팅하면서 주식 전환에 초점을 맞춰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헤지펀드업계 관계자는 "바이넥스 CB의 경우 메자닌 투자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향하고 있다"며 "상환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지 않겠으나 당초 기대와는 상반된 결과"라고 말했다.
바이넥스는 국내 CDMO '큰 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의약품에 들어가는 주원료의 용량을 임의로 줄이고 제조공정을 변경해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압수수색 등 수사를 종결한 후 결과 보고서를 공표할 예정이다.
코스닥스케일업펀드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출자사업을 토대로 결성된 펀드다. 아이온자산운용과 키움PE가 공동운용사로 지원해 최종 GP로 낙점 받았다. 당시 결성총액은 약 1000억원이었다. 정부 정책자금이 500억원 가량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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