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3월 24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 해운사 KSS해운이 대표이사 임기를 최장 '6년'으로 제한한다. 기존 9년에서 3년을 더 줄이는 것이다. KSS해운은 벌써 수년째 정관상 대표이사·사외이사 임기와 정년 관련 조항을 손봐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창업주 박종규 고문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한다.

KSS해운은 오는 26일 서울시 종로구 본사에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회사 정관에 명시된 대표이사 최장 임기를 기존 '9년'에서 '6년'으로 단축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원안대로 통과되면 추후 신규 선임되는 대표이사는 단 한 차례만 연임이 가능해진다.

재계에서 정관에 대표이사의 임기를 명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관련 규정 자체가 없어 몇번이든 연임할 수 있다. 하지만 KSS해운은 3년 전 처음 정관에 임기 관련 내용을 못박은 이래 매년 업그레이드 시켜왔다.


시작은 2018년 3월 주주총회다. 정관 제32조에 대표이사와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하는 내용을 처음 담았다. 이때는 연임 횟수를 정했다. 대표이사는 2회, 사외이사는 3회를 넘길 수 없도록 했다. 이사의 임기가 최장 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표이사는 9년, 사외이사는 12년 제한인 셈이다. 대표이사 정년도 만 65세로 못박았다.

바로 다음해엔 '연임 횟수'를 '총량'으로 바꿔 적었다. '임기 총량제'를 도입해 한눈에 최장 기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표기법은 달라졌지만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임기를 각각 9년, 12년으로 제한한다는 의미는 동일했다.

이때 사외이사의 정년도 추가했다. 사외이사의 최장 임기(12년)가 대표이사(9년)보다 3년 길다는 점을 반영해 정년도 3년 높은 만 68세로 정했다.

2020년에는 일부만 수정했다.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 임기가 최장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된 것을 반영해 사외이사 임기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이때 남겨둔 대표이사 임기(9년)를 올해 6년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4년 연속 주총에서 해당 조항에 손을 대게 됐다.

KSS해운 이사회는 변경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상법 시행령상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 규정에 맞춰 사장의 임기를 조정하려는 것"이라고 짧게 밝혔다. KSS해운 관계자는 "이사회가 결정한 내용으로 정확한 배경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SS해운의 '임기 총량제'에 창업주 박종규 고문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해석한다. 박 고문은 '직원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회사를 키워온 인물이다. 경영 철학은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 박 고문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했다.

1995년 장두찬 전 사장이 대표 자리에 앉으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본격화됐다. '직원'이 실제 '사장'이 된 건 3대 CEO인 윤장희 전 사장 부터다. 윤 전 사장은 1974년 입사한 공채 1기고 현 CEO인 이대성 사장 역시 1988년 신입사원으로 KSS해운(옛 한국특수선)에 입사했다.

다만 두 사람은 각각 14년, 11년씩 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임기가 길었다. 기존 임원이 장기재직하면 CEO가 될 수 있는 직원의 수가 줄어들게 된다. 바꿔 말해 CEO 임기를 제한하면 사장을 꿈꾸는 직원들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KSS해운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길러주기 위해 국내기업 최초로 이익공유제를 도입했고 24년 연속 현금배당을 실시해오고 있다. 올해(2020년 결산) 배당금은 주당 300원으로 전년(주당 270원) 대비 30원 오른 역대 최대 규모다.

2014년 3월 대표이사에 오른 이 사장은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만으로 7년간 대표이사를 지낸 셈이다. 하지만 기존 임원의 임기가 보장되는 만큼 정관이 바뀌더라도 곧바로 적용을 받진 않을 전망이다. 이 사장의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