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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존의 무기 '컬래버']'배터리가 끌고, 수소가 밀고'…현대차-SK 모두 '윈윈'④최태원-정의선 회장 친분, 비즈니스 협업 '만개'…조단위 수소투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박상희 기자공개 2021-04-08 10:19:39

[편집자주]

수직 계열화는 국내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이었다. 시대가 변했다. ESG 열풍 속에 친환경 그린 모빌리티와 수소 경제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계열사를 통해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수직 계열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한 경영 전략이 아닐 수도 있다. 과거의 라이벌과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협업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의 새로운 생존 무기가 된 '컬래버'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6일 16:1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간 협력이나 파트너십을 맺을 때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주고 받을 것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때로는 오너나 CEO의 친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SK와 현대차의 사례는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한다. 전기차와 수소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 협력이 두 그룹에 모두 '윈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친분은 사업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와 연쇄 회동을 했다. 이 가운데 기술 협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배터리 생애 주기나 수소 충전 인프라 협업까지 나아간 곳은 SK가 유일하다.

민간 기업 가운데 나란히 수소사업에 최대 규모를 투자하는 SK(18조5000억원)와 현대차(11조1000억원)는 ‘한국판 수소위원회(K-Hydrogen Council)'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시작된 SK와 현대차의 협업이 수소경제 시대를 맞아 밀월 시대를 열지 주목된다.

◇현대차, 배터리 3사 연쇄 회동...SK와는 배터리 기술+@협력

지난해 배터리 회동은 'K-배터리 어벤저스'로 주목을 끌었다. 재계 순위 1~4위 그룹 총수가 연쇄적으로 만남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삼성·현대차·SK·LG그룹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가 모두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업계는 배터리사 별로 전기차용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는데 현대차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 동향 및 삼성의 개발 현황을 현대차와 공유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장수명(Long-Life), 리튬-황,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개발 방향성을 공유했다.

SK이노베이션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력반도체,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20년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눈에 띄는 차이점도 있었다. SK이노베이션과는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BaaS, Battery as a Service)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SK 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BaaS나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는 삼성SDI나 LG화학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는 나오지 않았던 이슈였다. 현대차그룹이 SK그룹과는 단순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 이상의 협업 관계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특히 배터리 서비스 플랫폼인 BaaS는 현대차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던 분야였는데, 경쟁자가 될뻔한 SK와 현대차가 협업 MOU를 맺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정의선 회장, SOVAC 참여…미래 모빌리티 통해 SK와 '공통분모' 강조

최 회장과 정 회장은 지난해 7월 초 배터리 회동 이후에도 인연을 계속 이어갔다. 지난해 9월 SK그룹에서 주최한 '소셜밸류커넥트 2020(Social Value Connect, SOVAC)'에 정 회장이 영상을 통해 응원 메시지를 전달했다.

SOVAC은 SK그룹의 경영 이념인 ‘사회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 만든 포럼이다. 지난해 2회를 맞은 포럼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신한금융(조병용 회장), 포스코(최정우 회장), 독일 바스프(BASF, 마틴 브루더뮐러 회장) 등이 동참했다.

정 회장은 SK그룹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SOVAC 참여를 요청하자 뜻을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SK와 임팩트 펀드 등 사업을 같이 해왔고, 포스코는 사회적 가치 사업 관련 SK와 꾸준하게 교류를 해왔다"면서 "현대차의 경우는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회장과의 친분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SOVAC에서 "현대차그룹의 사회적 가치는 이동의 진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 고객에게 새로운 행복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기후변화와 미래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인 해법으로 전기·수소차 중심의 모빌리티를 제공하고 사회와 인류를 위한 혁신과 진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SOVAC에서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전기·수소차 중심의 모빌리티 전환이 SK그룹이 주창하는 사회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설파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수소차의 연료가 되는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SK가 '사회적 가치', 'ESG 경영' 등 경영 이념을 공유하는 동반자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정의선 친분, SK-현대차 '협업' 시너지효과 기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서 시작된 SK와 현대차의 협업은 '수소 경제'에서 만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와 현대차는 국내 재계에서 수소 사업에 최대 규모 투자에 나서는 기업 1, 2위다. SK그룹은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chain)에서 글로벌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3월 초 국무총리실에서 주재한 3차 수소경제위원회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민간 기업에서 43조원의 투자가 단행된다.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는 SK그룹이 18조5000억원으로 투자 규모가 가장 크다. 수소차 등을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이 11조1000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수소환원제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이 10조원을 투자한다. 그밖에 한화그룹이 1조3000억원, 효성그룹이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SK의 국내 수소 생태계 조성 전략은 크게 2단계로 진행된다. SK는 1단계로 2023년까지 부생수소 기반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액화 수소 3만톤을 공급하고, 2단계로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청정수소 25만톤을 보령LNG터미널 인근지역에서 추가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월 초 정세균 국무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남춘 인천시장(오른쪽부터)에게 액화수소플랜트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달 초 열린 SK의 액화수소플랜트 사업계획 설명회에 현대차 정 부회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는 점이다. 최 회장과 정 회장은 지난해 배터리 회동 이후 SOVAC, 수소경제위원회 등을 통해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왔다.

두 그룹 경영진은 3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앞서 간담회를 갖고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협력 및 국내 기업 간 수소 사업 협력 CEO 협의체인 ‘한국판 수소위원회(K-Hydrogen Council)' 설립을 상반기에 추진하는 등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수소차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시장이 필요로 하는 수요 이상의 수소가 공급이 돼야 하고, 인프라 구축도 필수다. 현대차 입장에선 수소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방 사업을 SK그룹에서 담당해주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회장 친분이 두텁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이전까지는 SK와 현대차가 사업적으로 크게 협력할 일이 없었다"면서 "2019년 현대차그룹이 E-GMP 1차 물량을 SK에 몰아주는 등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서 시작된 양사의 파트너십이 미래 성장동력 사업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수소사업에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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