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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IPO]실적 부진에도 증시 입성 추진하는 배경은작년 영업이익 반토막…지배구조 개편 위한 정의선 회장 실탄 마련 목적

강철 기자공개 2021-04-16 13:37:35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5일 09: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 추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이벤트다. 다만 일각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현대엠코 합병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점을 거론하며 상장 시점을 왜 굳이 지금으로 잡았는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IPO 시장이 기관과 개인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역대급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점이 실적 악화를 감수하게 한 배경으로 꼽힌다. 지배구조 개편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현대차그룹의 판단도 상장 강행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장 시점 의문…지난해 실적 밸류에 마이너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 입찰제안 요청서(RFP)를 배포했다. 오는 23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한 후 프리젠테이션(PT)을 포함한 일련의 정성평가를 거쳐 주관사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주권을 거래할 시장은 코스피(유가증권시장)로 결정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IPO는 이미 10년 전부터 시장에서 얘기가 나온 이슈다. 특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단골 뉴스로 등장했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 경영진은 현대엠코를 합병한 2014년부터 IB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구체적인 상장 밑그림을 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선 상장을 공식화한 지금의 시점을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매우 부진했기 때문에 우호적인 기업가치 산정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 인지할텐데 그럼에도 상장을 진행하는 배경에는 피치 못할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0년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7조1884억원, 영업이익 2587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대비 매출액은 4000억원가량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프로젝트 지연으로 매출원가가 대거 불어난 것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영업이익 2587억원은 현대엠코 합병 이래 가장 저조한 수치다.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 지표인 순이익도 같은 기간 2985억원에서 1739억원으로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가수익비율(PER)로 상장 기업가치를 계산한다면 순이익 1739억원으로 산출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은 최대 2조원 정도다. 아무리 동종기업의 PER 배수를 후하게 산정한다 해도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10조원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코로나19로 인한 비용 증가 리스크를 지난해 상당 부분 해소한 만큼 올해부터 꾸준한 실적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 재발이라는 변수가 남아있는 한 건설 경기가 안정적인 회복 흐름을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RPF를 수령한 IB도 보수적인 관점에서 제안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결 기준

◇막대한 시장 유동성 호재…거버넌스 정비도 필요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IPO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은 지금이 상장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기라 판단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막대한 유동성 랠리가 올해 들어 강도가 더 세지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 지난 1분기 공모주 수요예측을 실시한 상장사는 대부분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달성하며 만족스러운 기업가치로 증시에 입성했다.

조단위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대어들은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에 맞춰 하나둘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최대 22조원의 가치를 산정한 크래프톤은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조만간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금이 최적의 시점이라는 판단 하에 예정보다 상장 일정을 앞당겼다.

시장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지금의 유동성이면 실적 부진으로 인한 투심 위축을 어느 정도 만회하며 공모 흥행을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예비 상장사 사이에서 물 들어올 때 노저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이슈도 상장 공식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요 주주는 현대건설(38.6%), 현대글로비스(11.7%), 현대모비스(9.4%), 기아자동차(9.4%) 등이다.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덕분에 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가장 큰 과제인 순환출자 고리에서는 벗어나 있다.

다만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16.5%의 지분을 직접 보유한 계열사라는 점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그룹 지배구조에 차지하는 위상은 상당하다. 특히 정의선 회장을 축으로 하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관련해서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구주 매출로 확보한 자금을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2019년 현대오토에버가 상장할 당시 보유 지분 일부를 매출해 1000억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며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의 실질적인 목적 역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오너일가의 자금 확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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