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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 없는 홍철팀, 소비자 없는 ‘금소법’ [thebell note]

김규희 기자공개 2021-04-26 07:54:00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3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철 없는 홍철팀’은 유명한 인터넷 유행어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나온 에피소드에서 유래됐다. 팀장을 맡은 박명수와 노홍철은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사람만 팀원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팀을 구성했다. 박명수는 4연패 끝에 승리하고 노홍철을 지목했다. 이어 마지막 순서에서 이긴 뒤 자신을 지명하며 팀짜기를 마무리한다.

홍철팀 팀장인 노홍철은 박명수팀의 팀원으로 합류했고 ‘홍철 없는 홍철팀’이 탄생했다. 이 에피소드는 인터넷에서 밈(MEME,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트렌드)으로 사용되고 있다.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이 핵심 대상이 빠진 상황을 비유하는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서 그 홍철팀의 모습이 보인다. 홍철팀에 홍철이 없듯 금소법에 소비자가 없다.

금소법은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잇따라 터지며 소비자 피해가 커지자 종합적인 소비자 보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도입됐다.

일부 금융상품에 적용됐던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 6대 판매규제를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위반 시 해당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내부통제에 소홀했던 CEO에 대한 징계는 덤이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세부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은 채 법이 시행되자 금융사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벽을 높게 쌓았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누더기 같은 질문지와 기계적인 설명서 낭독, 형식적인 녹취로 인해 금융투자상품 하나를 가입하는 데에만 1시간30분이 꼬박 걸린다.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반차를 써야한다는 얘기는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설명서를 일일이 낭독하고 녹취하는 건 고달픈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내달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까지 감안해 ‘증거’를 남겨둬야 한다. 그래야 CEO가 살아남을 수 있다. 금융사에게 금소법은 소비자가 아닌 회장님을 위한 법이다.

그렇다고 금융사만 욕할 수는 없다. 일선 현장에서 오는 혼란과 불만은 결국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금소법에 기인한다.

금융위가 부랴부랴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부실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은 소비자가 아니라 운용사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금융당국의 감독 부재에 있다. 고객에게 짐을 덧씌울 게 아니라 금융사 설계·검증능력 및 당국 감독 강화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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