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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쉬네트 성공은 추억으로…미래에셋 명성 '주춤' [비독립계 GP 해부]와이디온라인 송사 겹쳐…미래증권PE는 사실상 포기

김선영 기자공개 2021-06-08 08:01:38

[편집자주]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현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이 태동한지 17년이 흘렀다. 대체투자 수요가 매년 증가하면서 운용사의 숫자와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대형 금융사들도 사업부 혹은 자회사 형태로 조직을 갖추고 PE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으나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독립계 GP에 비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더벨은 금융·산업계열 GP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풀어야 할 숙제들을 하우스별로 상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7일 13: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오랜 기간 사모투자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곳 가운데 하나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PE사업부를 통해 굵직한 딜에 다수 참여하면서 활발한 투자 활동을 수행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투자의 명가답게 미래에셋자산운용 외에도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계열사별로 PE 비즈니스를 다양하게 전개해 오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아쿠쉬네트 엑시트 이후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는 있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미래에셋증권PE도 사실상 용도폐기되는 분위기다.

◇3년전 새출발 알린 미래에셋증권PE, 용두사미 그쳐

2018년 미래에셋증권은 IB3부문 산하에 PE본부를 신설하며 사모투자 투자를 강화에 나섰다. 유상현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해외대체투자실장을 PE본부장으로 영입하며 진용도 새로 다졌다. 그때만 해도 미래에셋증권은 순혈주의가 강한 증권사로 통했다. 외부인사에 배타적이었던 미래에셋증권이 내부가 아닌 밖에서 본부장급 인력을 기용했다는 점에서 특히 이목을 끌었다.

유 전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하자마자 글로벌 사모펀드와 공동투자를 추진하는 등 국민연금 재직 시절 다진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첫 딜은 KKR이 BMC소프트웨어 경영권을 인수하는 9조원 규모 딜에 공동투자자(Co-GP) 자격으로 참여한 건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1억달러를 총액인수한 후 LP 모집을 통해 프로젝트펀드를 만드는 방식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하지만 출범 1년여 만인 2019년 말 PE본부를 PE팀으로 격하시키며 역할을 축소했다. 소속도 IB3부문에서 IB1부문으로 바뀌었다. 함께 소속돼 있던 M&A 자문과 인수금융 조직 역시 IB1 부문으로 이동했다. 현재 PE팀은 IB1부문 소속 안성철 상무가 총괄하고 있다.

기존 블라인드펀드 소진은 마친 상태로 신규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활동을 벌이기 보다는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PE 조직은 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IB조직에 대해 확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조직개편이 마무리된 후 실무진들이 대거 경쟁사로 이탈하는 등 투자인력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내부 인사를 통해 유상현 전무를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이동 배치하면서 미래에셋증권의 PE 사업에 힘이 빠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3년전 새출발을 알리며 공격적으로 딜을 성사시킨 것과 대조적으로 현재는 기존 투자 건의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의 PE본부는 역사는 짧았지만 공격적으로 딜에 뛰어들며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대기업과 관련한 스페셜시츄에이션 성격의 거래에도 관여했다. 2018년 LG그룹이 매각한 물류 계열사 판토스 지분을 매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래에셋증권 PE본부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판토스 지분 전량(19.9%)을 인수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사전에 해소하는 데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후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도 힘을 보탰다. 2019년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합병해 신설법인을 설립할 때 FI로 참여해 3대주주 지위를 얻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3879억원을 투자해 통합법인의 3대주주 지위를 취득했다. 거래가 마무리된 후 SK브로드밴드가 회사채를 발행할 때도 미래에셋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나서 흥행을 이끌었다. 당시 시장에선 SK브로드밴드가 3대주주인 미래에셋증권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CJ CGV가 해외 현지 영화관을 묶어 단행한 투자유치에도 참여했다. 2019년 CJ CGV는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업을 CGI홀딩스의 통합법인으로 묶어 외부투자자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시 또다른 FI인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 2억86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거래로 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은 CGI홀딩스 지분 28.57%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됐다. 현재 CGI홀딩스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실적이 크게 악화, 투자 성과도 미미한 상태다.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아시아나항공 공개입찰에도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위를 점했다. 미래에셋증권-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으나 HDC현대산업개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돌연 인수의사를 철회하면서 아쉽게 거래 목전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1호 사모펀드' 명성 되찾을까

미래에셋금융그룹에서 PE 투자를 가장 활발히 하는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자산운용사 내에 PE부문이 별도로 있어 '미래에셋PE'로 불리기도 한다. 미래에셋PE는 2004년 국내 1호 사모펀드를 등록해 성공적으로 운용한 기념비적 경험을 갖고 있는 운용사다. 첫 사모펀드인 '미래에셋파트너스1호 PEF'는 내부수익률(IRR) 18.3%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청산됐다.

미래에셋PE는 경영권을 인수해 매각하는 바이아웃(Buyout) 거래부터 기업과 제휴해 동반 성장을 이끌어 내는 그로쓰캐피탈(Growth Capital) 투자와 기업 재무구조 개선 투자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과거부터 활발한 활동으로 미래에셋금융그룹에 걸맞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하우스로 각인돼 왔다. IMM PE와 공동 투자한 DIP홀딩스 딜은 시장에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두산그룹은 계열 4개 자산(삼화왕관, KAI, 두산DST, SRS코리아)을 묶어 특수목적법인을 만들고 이 SPC 소수지분을 팔았던 딜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IMM PE와 함께 DIP홀딩스 지분 49%를 투자해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이후 두 FI는 하나금융투자PE까지 끌어들여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DICC)에 투자하기도 했다. 다만 DICC는 두산그룹과의 콜옵션 3심 소송까지 가면서 아직 엑시트가 요원한 상태다.

대표적인 투자 성과는 2011년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을 보유한 글로벌 1위 골프 제조기업인 아쿠쉬네트(Acushnet)투자다.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딜로 전략적투자자(SI)였던 휠라코리아와 손잡고 세계 유수 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였다. 2017년 뉴욕거래소 상장에 성공하면서 원금 대비 2배 넘는 수익을 챙겼다. 국내 토종 PE 운용사가 단행한 해외 투자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증권의 PE부문 축소 기조와 맞물려 조직 구성에 변화가 있었다. 미래에셋증권에서 PE본부를 총괄하던 유상현 전무가 올초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유 전무 영입과 함께 PEF 부문을 두 개로 쪼갰다. 1부문은 기존 PEF 부문을 이끌고 있던 기존 안성우 대표가 담당하고, 유 전무는 2부문을 맡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에서 유 전무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최진호 상무 등 2명도 함께 미래에셋PE로 왔다. PEF 1부문은 기존 투자자산의 관리와 펀드레이징 등을 맡고, PEF 2부문은 대기업 관련 딜 발굴에 초점을 두는 식의 구도로 자리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의 조직 변화를 보면 미래에셋금융그룹은 PE 투자 역량을 미래에셋증권 보다는 기존의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PE)에 집중시키는 모양새다. 지난해 운용역 일부가 이탈한 충격을 조직 신설과 임원급 인력 영입 등으로 보완하면서 무게감을 더해줬다는 평가다.

미래에셋PE는 2009년에 투자한 와이디온라인을 엑시트하는 과정에서 송사를 겪으며 한때 투자활동이 위축되기도 했다. 투자를 주도했던 미래에셋PE의 유정헌 전 대표와 실무자가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PE는 5호 펀드를 활용해 와이디온라인을 인수했다가 2017년 클라우드매직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는데 검찰이 이 과정에서 공시 등이 제때에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거래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이후 안성우 전무 체제 하에 조직이 재정비되며 PE본부도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미래에셋PE에는 현재 13명의 운용인력이 있다. 누적 펀드 규모는 3조934억원으로 그룹에서 가장 큰 규모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등 국내 주요 기관출자가(LP)들이 펀드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소진을 마친 블라인드 펀드는 9호 펀드다. 2016년 5160억원 규모로 결성된 이 펀드는 총 5개 포트폴리오 자산을 담고 있다. 차헬스케어, 서울공항리무진, HK이노엔(전 CJ헬스케어), 론디안(Londian),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 등이다.

헬스케어와 2차전지, 식음료, 기술분야 등 신성장 산업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 역량을 보유한 업체에 투자한다는 목표 아래 단행된 포트폴리오들이다. 현재 미래에셋PE는 신규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9호 펀드와 유사한 규모로 결성한다는 목표다.



◇미래에셋벤처도 PE 투자…AUM 1조 '눈앞'

강소기업 위주로 그로쓰 투자에 집중해왔던 미래에셋벤처투자는 규모를 늘리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운용자산(AUM)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K텔레콤과 함께 공유오피스 기업 스파크플러스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산하에 VC투자 부문과 PE투자 부문이 나뉘어있다. PE부문은 5명의 운용인력이 있으며 이큐파트너스(현 한국투자PE) 출신인 홍동희 상무가 총괄하고 있다. 콘텐츠 관련 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간 단행했던 소수지분 투자가 최근 IPO 시장 호황에 힘입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마켓컬리, 네오이뮨텍, 리디북스 등이 성공적인 회수가 기대되는 포트폴리오들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의 경우 주로 VC 투자를 전담하고 있다. 신기술투자본부도 기본적으로는 VC 투자를 표방한다. 다만 지난해 그랩에 17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최근에는 PE 투자 수준의 대규모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의 펀드 약정 총약은 약 1조8000억원이다. 정지광 상무가 신기술투자본부 인력 20명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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