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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의 재도약 도전기]'LX 계열 분리' 구본준은 언제 LG상사를 점찍었을까①2003년 전량 매도 후 2005년 주주 재등장·2007년 최대주주 등극...2007~2010년 CEO

박상희 기자공개 2021-05-24 10:12:05

[편집자주]

수출로 먹고 살던 시절 '무역 첨병'으로 불린 종합상사의 위상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자원개발, 식량산업, 발전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몇년째 실적과 수익성은 정체기에 빠져 있다. 와중에 상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이 2곳이나 출범했다.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LX그룹과 현대종합상사를 핵심 계열사로 분리독립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주인공이다. 종합상사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8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GS그룹의 계열분리 준비가 한창이던 2003년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현 LX그룹 회장·사진)은 보유 중이던 LG상사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당시만 해도 구본준 회장과 LG상사는 연결고리가 끊어진 듯 했다.

2년이 지난 2005년 구본준 회장은 LG패션 분리를 앞두고 LG상사 지분을 다시 매수했다. 2007년 추가 매수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고 2018년 ㈜LG 편입 이전까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했다. 구 회장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세상에 우연은 없는 법이다. LG상사를 중심으로 한 LX그룹의 분리독립은 LG그룹 오너 일가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시나리오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구 회장이 LG전자 부회장과 LG그룹 부회장으로 지내면서 LG상사 경영에서 멀어져 있을 때도 LG상사는 차분히 기초체력을 다지고 있었다. LG상사는 구 회장이 LG전자로 이동한 2011년 기준 자산 1조3986억원에서 2020년말 기준 5조3959억원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조9410억원에서 11조2826억원으로 증가했다.

◇LG패션 기업분할 이후 최대주주 등극...지주사 편입 안되고 구씨 가족회사 유지

LG상사는 1953년 11월 럭키금성그룹 내 수출·수입 전담회사로 설립됐다. 락희산업을 모태로 LG그룹 내에서 LG화학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계열사다. 1956년 반도상사, 1984년 럭키금성상사로 사명이 변경됐고 1995년에 현재의 이름인 LG상사가 됐다.

구인회 창업주는 LG상사를 구자경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故)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몫으로 주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구자승 사장의 장남인 구본걸 LF그룹 회장은 LG상사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구본걸 회장은 한때 LG상사의 최대주주이기도 했다. 2003년 카드사태로 인해 LG카드(현 신한카드)가 LG상사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LG상사와 LG그룹 간 직접적 지분관계는 모두 해소된 상태였다.

이와 맞물려 LG 창업일가인 구씨와 허씨 일가는 LG상사 지분 처분에 나섰다. 당시 지분 정리에 나섰던 대표적 인물이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 허창수 LG건설 회장, 허동수 LG정유 회장 등이 LG상사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구본준 회장이 매각한 LG상사 지분율은 0.84%였다.

2003년 말 기준 구본걸 회장은 7.98%의 지분율로 개인 최대주주였다. 구 회장의 친동생인 본순(3.70%), 본진(2.5%), 은영씨(0.90%) 등 일가가 LG상사 지분을 사들였다. 때문에 재계는 구본걸 회장이 LG상사를 계열분리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쳤다. 실제로는 2006년 LG상사 내 패션부문을 'LG패션'으로 분할했고 LF그룹으로 독립했다. LG상사가 아니라 상사 내 패션부문으로 계열분리한 셈이다.

LG패션 기업분할 직전인 2005년 구본준 회장은 LG상사 지분 11만3970주(1.68%)를 사들이면서 다시 주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LG패션 기업분할(인적분할)로 인해 보유 주식 수는 64만9629주로 줄어들었지만 지분율은 1.68%을 유지했다. 이듬해인 2007년 장내 매수로 51만6200주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지분율 3.01%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와 맞물려 기존 최대주주였던 구본걸 회장은 LG패션의 지분을 높이기 위해 LG상사의 지분을 일부 처분했다. 2007년 구본무 회장 등은 LG패션 지분을 매각하고 구본걸 회장 등은 LG상사 지분을 매각했다. 이후 구본준 회장은 2017년까지 줄곧 LG상사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했다.


◇2018년 지주사에 지분 양도, 계열분리 위한 사전 정지작업

LG패션의 계열분리가 완성됐지만 이후에도 LG상사의 위치는 LG그룹 내에서 애매했다. LG그룹 계열사 중 LG상사 지분을 들고 있는 곳은 없었다. LG상사는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 계열분리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했지만 ㈜LG 산하로 편입되지는 않았다. LG상사는 철저히 최대주주인 구본준 회장을 비롯한 구씨 일가의 가족 회사로 남아있었다.

LG상사의 운명을 가를 일은 2017년 11월 일어났다. ㈜LG가 이사회 승인 이후 구본준 당시 ㈜LG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개인 대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LG상사 지분 24.7%(957만 1336주)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후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거쳐 LG상사는 2018년 ㈜LG 자회사로 편입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LG가 LG상사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 것처럼 보였다. 구씨 일가 가족회사로 존재하던 LG상사가 LG그룹 계열사로 정식 인정받은 모양새였다. 결과적으로 해당 거래는 LG상사의 LG그룹으로의 완전한 편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LX그룹으로 분리 독립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불과했다.

LG상사가 LG그룹에 편입된 2018년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LG가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2018년 6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구본준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020년 11월 LG그룹은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LG신설지주(가칭)' 설립하는 분할계획 결의했다. LG신설지주가 지금의 LX홀딩스다.

재계는 2017년 ㈜LG가 LG상사를 편입할 때부터 구본준 회장의 계열분리를 염두에 뒀다고 해석한다. ㈜LG 출범 이후 14년 동안 지주사 체제 바깥에 존재하던 회사를 ㈜LG 산하로 편입한 것이 또 하나의 계열분리를 위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LG그룹은 GS그룹과 LS그룹, LF그룹, LIG그룹 등 계열분리를 할 때 지주사 설립과 인적분할, 그리고 지분 맞교환을 공식처럼 이용했다. LX그룹 출범도 같은 공식을 따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LG상사에서 LG패션이 분사할 때 구본준 회장이 LG상사 지분을 매입하고 이후 최대주주가 됐고 이후 오래 동안 LG상사는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되지 않았다"면서 "LG그룹 오너일가에서는 LG상사 개인 최대주주인 구본준 회장이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 하는 것이 오래 전부터 약속돼 있던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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