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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현대차X온라인 판매' 불가능한 조합? 위탁생산 경형 SUV 한정, 언택트·디지털 대응 목적…현대차 측 "다른 차종 확대 없다"

유수진 기자공개 2021-08-06 07:30:16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5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와 '온라인판매'. 국내에서 절대 같이 쓰일 수 없을 것으로 여겨져 온 두 단어가 만난다. 현대차가 올 하반기 위탁생산하는 차량을 온라인으로 고객직접판매(D2C)에 나서기로 하면서다. 대리점을 통한 오프라인 판매만 실시해 온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두 단어의 조합은 가운데에 '광주형 일자리'를 끼우며 성사됐다. '위탁'이라는 생산방식과 '경형 SUV'라는 차종 등 다소 특수한 상황이 새로운 형태의 판매방식을 가능케한 것이다. 국내에서 온라인판매를 해본 적 없는 현대차로선 시장 분위기를 살피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경형 SUV 온라인판매 추진, '예외적 결정' 배경은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하반기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생산하는 1000cc급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온라인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고객이 홈페이지에서 차량을 주문하는 방식으로 알려진다. 최근 노동조합과 이 같은 내용을 공유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눈에 띄는 건 다른 차종들은 지금껏 해온 것처럼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판매채널 다양화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온라인판매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 생산 차량에 한해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경형 SUV를 GGM에서 위탁생산한다. <출처:GGM 홈페이지>

현대차가 이런 결정을 내린 까닭은 뭘까. 회사 측은 언택트·디지털 소비 트렌드 대응과 고객들에게 새로운 구매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힌다. 특히 "신차 개발시부터 해당 차종의 특성을 고려해 판매방식을 검토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언택트 소비 트렌드는 시대의 변화에 의한 것으로 광주 생산 차량 뿐 아니라 기존 차종에도 적용이 필요한 부분이다. 고객들에게 디지털을 통한 새로운 구매경험을 제공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판매채널 다양화는 고객 편의 증대는 물론 판매량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차종의 특성'을 고려했다는 내용이 힌트가 될 수 있어 보인다. 경형 SUV라는 차종 특성상 2030 젊은층이 주요 고객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장년층 대비 상대적으로 디지털 구매에 익숙한 세대다. 해당 차량은 현대차가 2002년 아토스 단종 이후 19년 만에 내놓는 경차다.

가격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GGM은 지역 청년들에게 기존 완성차 생산직 임금 대비 절반 수준(5000만원대)의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광주형 일자리'의 모범 사례다. 가격 자체가 낮은 만큼 유통비용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아직 가격대가 확정되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위탁생산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 많다. GGM에 생산을 위탁한 형태기 때문에 현대차 노사간 단체협약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판매방식을 필수적으로 협의해야 되는 건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현대차 측은 이번 온라인판매를 놓고도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국내에서 온라인판매를 시작하지 못한 가장 큰 배경으로 노조가 지목돼 왔다. 판매방식을 협의해야 하는데 영업직 등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노조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온라인 등 판매채널 다양화는 테슬라 등 해외 브랜드는 물론 현대차도 이미 미국·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다.

자동차업계는 이번이 현대차가 국내 온라인판매에 대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걸로 본다. "다른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현대차 입장과 별개로 온라인판매 자체가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흐름이기 때문이다. 각종 부대 비용이 줄고 차량 가격도 낮아져 완성차업체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하는 방향이라는 관측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위탁생산이라는 방식과 경형 SUV라는 차종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온라인판매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노조의 반대를 비켜갈 수 있는 틈새를 영리하게 잘 파고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GGM, '광주형 일자리' 첫 모델…주요주주 추천으로 이사회 구성

GGM은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드라이브를 건 '광주형 일자리' 정책의 첫 모델로 2019년 9월 광주광역시와 현대차 등 34개사의 투자를 유치해 출범했다. 올 4월 광주 광산구 빛그린사업단지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경형 SUV 생산공장을 구축한 상태다.

법인 등기상 사업목적은 △자동차위탁생산업 △자동차부품판매업 △자동차 조립, 생산 및 판매업 등 일곱 가지다. 기본적으로 현대차가 개발한 신차를 위탁생산하는 역할이다. 판매와 마케팅 등은 현대차가 책임진다.


최대주주는 광주그린카진흥원을 통해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는 광주시다. 현대차와 광주은행이 각각 437억, 260억씩 투자해 2대(19%)·3대(11.3%)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초기 자본금은 2300억원으로 이후 추가 투자가 이뤄지진 않았다.

이사회 역시 주요주주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광주시와 현대차, 광주은행이 각각 1명씩 추천한 인물들이 이사로 활동 중이다. 전 광주시장인 박광태 대표이사와 현대차 부사장 출신 박광식 사내이사, 광주은행 부행장 출신인 고병일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회 멤버다. 이 밖에 선흥규·이중욱 감사도 등기임원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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