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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바이아웃 펀드 이끌 차세대 선봉장, 이성진 이사미국 회계사 거쳐 증권사·대기업 거친 전천후 플레이어

조세훈 기자공개 2021-08-18 07:53:05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6일 0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소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스몰 자이언트'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가 지난해부터 투자 색채를 대폭 바꾸고 있다. 구조조정 투자에서 성장기업(그로쓰)과 바이아웃 투자로 무게추를 완전히 옮겼다. 안정성보다는 성장성에 방점을 찍고 유니콘 기업부터 바이오 기업까지 종횡무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변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2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투자 전략을 새로운 인력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SG PE의 2세대 대표주자로 이성진 이사가 손꼽힌다. 미국 회계사 출신인 이 이사는 회계법인, 증권사, 대기업 등을 두루 거치며 동년배에 비해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특히 그로쓰 투자와 큰 바이아웃 투자에 강점이 있다. 향후 SG PE내 입지와 비중도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다.

◇성장스토리 : 호텔리어에서 회계 전문가로 변신

관광산업은 1990년대 ‘굴뚝 없는 공장’으로 불리며 각광을 받았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새로운 성장 산업이 됐다. 그중 호텔리어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망의 직업이 됐다. 2000년대 초까지 호텔리어 드라마가 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이 이사는 동시대 많은 이들이 그랬듯 호텔리어를 꿈꾼 청년 중 한명이었다. 꿈을 좇아 미국 네바다대학 호텔경영학과에 진학해 2004년 졸업했다. 그러난 꿈과 현실의 간극은 컸다. 졸업 전 인턴 업무를 맡았지만 호텔 서비스가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장래를 변경해야 했다. 그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경영학이다. 미국 호텔경영학과는 유럽과 달리 경영학의 파생 학문으로 자리잡았다. 학과 과정에서 회계, 재무 등을 충실히 다뤘다. 평소 회계학에 관심이 있던 그는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일리노이대학 회계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석사 학위 취득과 함께 미국 공인회계사(CPA) 자격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는 2006년 미국 KPMG에 입사해 기업회계 감사업무를 진행했다. 미국 기업의 속살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잦은 야근과 쳇바퀴 도는 삶에 지쳐갔다. 그런 와중에 한국으로의 이직 기회가 찾아왔다. 삼정KPMG 파트너 중 한명이 이직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제안을 했다. 인연은 미국 KPMG에서 맺어졌다. 삼정KPMG는 로테이션으로 미국 KPMG와 인력 교류를 한다. 미국에서 교환 근무를 할 때 이 이사의 역량을 높이 평가해 기업자문 부서로 영입한 것이다.

이 이사는 2010년 삼정KPMG으로 이동해 FAS(Financial Advisory Service) 업무를 맡았다. 주로 인수합병(M&A) 업무중 실사업무를 전담했다. 미국 기업 실사 경험이 풍부해 크로스보더(국경간거래) 딜에 자주 투입됐다. 유럽, 캐나다, 중국 등 다양한 기업의 크로스보더 딜을 담당하며 국제적 안목을 키웠다.

2012년에는 투자 업무를 하고자 키움증권 PI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PI본부는 증권사의 자기자본으로 다양한 분야에 투자한다. 사모펀드(PEF), VC, 출자업무(LP), 상장사 메자닌, 비상장사 프리IPO, 해외부동산 등이 투자 대상이다. 그는 다양한 투자를 경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PI본부에 합류했다. 이곳에서 성장성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 경험을 쌓으며 나름의 투자 색채를 정립할 수 있었다. 다만 경영참여형 PEF가 아닌 소수 지분 투자를 진행해 기업가치제고를 직접 할 수 없는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런 고민이 깊어지던 중 CJ제일제당에서 합류 제안이 왔다. CJ제일제당은 2015년 M&A를 통한 성장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우수한 인재를 적극 영입하던 시기다. 바이아웃 빅딜을 경험할 수 있으며 경영 전략적인 접근이 가능할 수 있어 또 한번의 이직을 결정했다.

그는 크로스보더 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외기업 인수 업무를 맡았다. 2016년~2017년 베트남 생선·미트볼 가공업체 '민닷푸드(Minh Dat Food)', 브라질의 세계 1위 농축대두단백 생산업체 셀렉타, 베트남 냉동식품업체 까우제 등의 인수에 참여했다. 셀렉타 인수 때는 브라질 현지에 세달간 머물며 실사와 협상을 진행했다.

충분한 내공이 쌓였다고 판단한 그는 2018년 PEF시장에 뛰어들었다. 하나금융투자PE실 부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하금투PE는 15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투자 섹터가 식음료 부문이다. 그는 CJ제일제당 투자 경력이 있는 만큼 누구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딜을 주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밀키트업체 프레시지, 육가공업체 세중 등을 투자하며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CJ제일제당 시절 인연을 맺은 김양우 SG PE 본부장이 러브콜을 보내면서 2020년 다시 한번 이직을 결정했다. CJ제일제당 상무 출신인 김 본부장은 바이아웃 투자 당시 호흡을 맞춘 이 이사의 역량을 높이 평가해 적극적으로 영입을 제안했다. 이 이사는 SG PE가 새롭게 도전하는 바이아웃 투자에서 중책을 맡게 됐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 유연하지만 확실한 투자 지향

세상에 똑같은 투자는 없다. 과거에는 적확한 투자 행위이지만 지금 기준에선 부적절한 판단이 될 수도 있다. 과거의 경험이 지금의 정답을 이끌어내는 비책이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인정해야 한다.

이 이사의 투자 철학도 이와 비슷하다. 철학이 하나일 수 없고 시시각각 변해야 한다고 그는 믿는다. 이런 사고를 갖게 된 데는 호텔리어를 꿈꾸다 회계사가 되고, 대기업 M&A 실무자에서 다시 투자자가 된 삶의 궤적과 맞닿아 있다. 각 자리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문에 "투자의 세부적인 잣대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신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투자를 추구한다. 확신은 완벽한 분석에서 나온다고 그는 강조한다. 디테일한 실무까지 완벽하게 파악해 혹시 모를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한다. 그는 실무 영역에서만큼은 '비타협적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기업 감사 및 실사 경력을 최대한 살려 확신할 수 있는 숫자와 구조를 도출하려 노력한다는 것이 이 이사의 생각이다.

그는 "합의점 도출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히면 스스로 손해를 보는 심정으로 임한다"며 " 조금씩 양보하면 진심이 통하고, 자연스레 소통이 된다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투자, 기업가치제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며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트랙레코드 1: 밀키트 시장 확신...떡잎 알아본 프레시지 투자

밀키트 분야 선두 업체 프레시지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장점유율 70%를 확보했으며 지속적인 외부 투자로 생산설비 확장까지 나서고 있다. 이 이사는 PEF 영역에서는 처음으로 그로쓰 단계에 있는 프레시지의 시리즈B 투자유치를 주도하며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 이사가 프레시지를 처음 알게된 것은 2018년 시리즈A 투자 유치 당시다.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 기업 프레시지는 미국 '블루에이프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국내 밀키트 사업을 시작했다. 설립 2년 차에 시리즈A 투자를 진행했으며 국내 벤처캐피탈(VC)에게 투자 유치를 받았다. CJ제일제당 재직 시절 시리즈A 제안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투자까지는 가지 않았다. 다만, 기업 스터디를 통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봤다.

하금투PE로 자리를 옮긴 2018년 프레시지의 정중교 대표를 만나 투자 유치에 관해 논의했다. 시리즈B는 통상 VC들의 투자 영역이지만 이 이사는 PEF 단독 투자를 결정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만큼 260억원을 단독으로 투자해 회사의 성장을 돕겠다는 구상이었다.

프레시지는 이 자금으로 '프레시지 제 2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1인가구 증가 등 가정간편식 수요가 크게 증가한데다 지난해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으로 밀키트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프레시지의 가치는 크게 치솟았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전 생산공장 증설에 착수해 안정적인 성장 궤도를 이룰 수 있었다.

이 이사는 같은해 이뤄진 시리즈C 투자유치에서도 프레시지 측과 논의를 진행하며 딜을 이끌었다. 이 이사는 "평일에는 CFO 등과 미팅을 하고 정 대표와 매주 주말에 티타임을 가졌다"며 "경영진과 의견을 공유하며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프레시지는 외부투자금을 순조롭게 유치하자 빠르게 성장했다. 2018년 218억 수준이던 매출은 2019년 712억원, 2020년 1271억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프랙시스캐피탈이 구주와 신주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하금투PE가 향후 프레시지 투자금을 회수하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트랙레코드 2: '전기차' 시장 선점, 명신 투자 '척척'

SG PE는 최근 그로쓰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가 자동차 부품제조업체 명신이다. 전기차 위탁생산(OEM)으로 보폭을 넓힌 명신의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서며 향후 전기차 OEM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명신 투자는 이 이사의 투자 색채를 잘 보여준다. 그는 하금투PE 시절 명신산업에 투자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직접 목격했다. 명신산업은 핫스탬핑 공법을 통해 차체 부품을 경량화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테슬라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한다. 지난해 말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공모가 6500억원이던 주가는 13일 종가 기준 37400원으로 6배 가까이 뛰었다. 하금투PE는 2018년 500억원을 투자했으며 최종 엑시트를 하면 수배의 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는 명신산업 이사진에 합류한 이후 엠에스오토텍 그룹의 성장 전략을 옆에서 지켜봤다. 명신산업 이후 주목받는 기업으로 명신이 있다. 명신은 한국GM의 군산공장을 생산공장으로 활용해 전기차 OEM을 진행한다. 대창모터스가 위탁한 다니고 밴 3000대를 OEM 방식으로 생산했으며 지난 6월 첫 출고를 하며 가능성을 내보였다. 그밖에 한국 모빌리티플랫폼업체 MVL에도 배터리팩을 공급한다. 이 업체는 캄보디아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인 삼륜차 툭툭을 전동화한 신개념 모빌리티 차량인 'ONiON T1'을 개발했다. 연내 생산 및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이사는 엠에스오토텍이 발행하는 교환사채(EB) 250억원과 명신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 300억원을 각각 취득했다. 전기차 OEM업체로 우뚝 서는데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본격적인 성장은 오는 2023년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평가받는 페러데이퓨처는 올해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으며 2023년 2분기부터 'FF81'·'FF71' 등의 모델을 명신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한국GM의 군산공장은 연 27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지로 경쟁력이 뛰어나는 평가다. 이 이사는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돕겠다는 목표다.

◇업계 평가: 실력과 인성 두루 갖춘 팔방미인

이 이사는 기본기가 탄탄한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미국 회계법인을 시작으로 국내 회계법인과 대기업, 증권사를 거치며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는 투자가로서 자양분이 됐다.

키움증권 PI본부 시절 담당 임원이던 김지준 상무는 "기업 실사와 밸류에이션 평가 경험이 많아 메자닌, 프리IPO 회사 투자 당시 깊이 있는 분석을 이끌어낸 인물"이라며 "키움증권PI에서도 큰 성과를 보였지만 PE쪽에 더 적합한 역량을 지녔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현철 SV인베스트먼트 상무 역시 "많은 후배들 중에서 단연 '에이스 오브 에이스'였다"며 '실력은 두말할 나위 없으며 인성까지 두루 갖춘 운용인력"이라고 평가했다.

뛰어난 능력과 더불어 친화력이 좋다는 평가도 있다. 신경철 삼정KPMG 부대표는 "언어 능력과 실사 능력이 뛰어난데다 팀 내에서 친화력까지 좋았다"며 "이직을 준비할 때 붙잡으려고 노력했을 만큼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 "바이아웃 투자 징검다리 될 것"

SG PE는 세대교체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창업 1세대였던 최창해·김진호 대표가 실무에서 서서히 물러나고, SG PE의 미래를 짊어질 새로운 멤버들이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는 본부장이 주축이 되고 있지만 젊은 운용인력을 키워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 이사는 원만한 세대교체를 이루는데 일조하는게 단기적 목표다. 본인까지 세대교체 대상으로 보고 실무 운용인력들을 육성하는데 노력할 계획이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SG PE가 바이아웃 하우스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이사는 "과거 뛰어난 성과를 자랑했던 구조조정 투자 등 과거 패턴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메자닌 투자를 기반으로 순수 바이아웃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는 미드캡 중심의 블라인드펀드 역시 바이아웃 역량을 키워 라지캡으로 확대하는 목표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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