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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법 시행 1년]낮아진 VC 진입 장벽, 혼란 야기 조항 정비 '착착'①팁스 운영 방침·특수목적 펀드 조항 개정, 현장 목소리 반영 고심

양용비 기자공개 2021-09-08 08:24:19

[편집자주]

지난해 8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이 시행된 이후 1년이 흘렀다. 벤처투자의 문턱을 낮추고 체계적인 투자환경을 구축해 민간주도의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취지라 벤처생태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법이다. 더벨은 벤처투자법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벤처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6일 13: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8월 본격 시행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처투자법)에는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고민이 녹아있다. ‘제2 벤처붐’을 위해 모험자본이 벤처기업에 폭넓게 뿌려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고 산재했던 규정들은 일원화했다.

벤처투자법엔 벤처투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조치가 담겨있다. 펀드별로 적용되던 창업벤처기업 대상 의무투자비율(40%)이 총 운용자산(AUM) 기준으로 유연해졌다. 실리콘밸리 투자 방식인 ‘SAFE'와 벤처투자조합을 통한 투자목적회사(SPC) 설립 등 신규 조항을 명문화했다. 법 시행 전후로 한국식 벤처캐피탈 문화의 시발점이 될 거라는 기대가 나왔던 이유다.

벤처투자법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났다. 업계는 법 시행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을 체감하진 못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대부분 ‘아직은’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법에 대한 평가가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다.

1년간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벤처캐피탈과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등 신규 모험자본이 급증했고 혼란을 야기했던 조항들은 즉각적으로 보완·수정됐다.

◇신규 벤처캐피탈 급증, 펀드 결성 날개 단 신규 LLC

벤처투자법 시행 이후 신규 벤처캐피탈과 액셀러레이터의 증가세는 뚜렷했다. 지난해 8월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중소벤처기업부에 창업투자회사(창투사)로 등록한 벤처캐피탈이 30곳을 넘었다. 벤처투자법 시행 이전 신규 벤처캐피탈은 연평균 약 15곳이었다.

신규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술금융사) 설립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인가 요건이 자본금 100억원인 만큼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세를 나타내고 있다. 바이오 기업인 에이치엘비와 동구바이오제약, 화천그룹 등이 각각 신기술금융사를 설립하며 신성장동력 발굴을 본격화했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을 설립해 놓고 아직 당국으로부터 창투자나 신기술금융사로 인가받지 않은 운용사도 상당하다”며 “이같은 운용사가 라이선스 등록을 완료하고 유한책임형(LLC) 벤처캐피탈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법 시행 이후 운용사의 투자 자율성은 대폭 강화됐다. 기존 개별 펀드 기준이었던 투자의무비율이 벤처투자법 시행 이후 운용자산(AUM) 기준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총 AUM(자본금+조합)의 40%를 창업자와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도록 명시했다. 펀드 운영의 자율성과 전략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업계에서는 투자 자율성이 강화되면서 신규 벤처캐피탈이 급증한 것으로 평가한다.

LLC형 벤처캐피탈의 경우 펀드 결성이 더욱 쉬워졌다. 벤처투자법 시행으로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지 않아도 펀드 결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존 LLC형 운용사는 첫 펀드를 결성할 때 반드시 모태펀드의 출자가 필요했다.

올해 설립된 LLC형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기존에는 당국에서 LLC형 비히클을 인정받기 위해 첫 펀드 결성시 모태펀드의 출자가 필수적이었다”며 “벤처투자법 시행 이후엔 모태펀드 출자없이 인력과 조건만 맞으면 벤처펀드를 결성할 수 있어 운영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혼란 야기 조항’ 즉시 보완, 업계 목소리 즉각 반영

벤처투자법 시행 이후 일부 조항으로 인해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가장 먼저 혼란을 겪은 곳은 팁스 운영사였다. PEF·신기술조합 운용을 병행하는 팁스 운용사들은 액셀러레이터 자격 유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법 시행 이후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가진 벤처캐피탈의 활동 범주는 개인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 결성·업무 집행으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한 벤처캐피탈은 PEF나 신기술조합을 결성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제19조의8(민관 공동창업자 발굴·육성)에 따라 팁스 운용사는 액셀러레이터만 지원할 수 있다. 결국 벤처투자법 시행 이후 팁스 운용사 지위를 유지하려는 겸업 벤처캐피탈은 액셀러레이터 자격을 반납하거나 본업인 PEF나 신기술조합 결성을 포기해야 했다. 이에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반납하는 팁스 운영 벤처캐피탈이 나타났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즉각적인 구제 방안을 마련했다. 벤처투자법으로 팁스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운영사의 의견을 반영해 팁스 총괄 운영 지침을 개정했다. 심의조정위원회가 팁스 운영사의 소명을 충분히 듣고 자격 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가 없더라도 팁스 운영사 자격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세컨더리펀드·인수합병(M&A)펀드 등 특수목적펀드를 주로 운영하는 벤처캐피탈도 벤처투자법 시행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신주에 20%를 의무적으로 투자해야하는 조항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세컨더리펀드나 M&A펀드는 약정총액 전액을 ‘구주’에 투자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이에 정부는 올해 초 세컨더리펀드, M&A 펀드 등 특수 목적 펀드에도 구별없이 적용되던 신주 투자의무 비율을 완화했다. 해당 특수목적펀드를 주로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은 운신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법으로 인해 발생했던 문제에 대해 정부에서 즉각적으로 수정하거나 보완하고 있다"며 "벤처캐피탈협회를 중심으로 업계도 벤처투자법으로 인해 겪는 혼란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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