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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퍼스트 무버 선언]'배터리 16조 투자' 선전포고 토요타, 의외의 복병되나⑧전기차 배터리 개발·생산 계획 공식화, 수소차시장 영향 '주목'

유수진 기자공개 2021-09-15 10:33:14

[편집자주]

현대자동차그룹이 내연기관차에 안녕을 고한다. 경쟁사보다 5~10년 이른 전동화·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고 변화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전기차·수소차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이 됐다. 미래차 시대를 앞장서 여는 현대차그룹의 전략과 재무, 풀어야하는 숙제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3일 08: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최근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처음'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토요타가 7일 자사 유튜브에 게재한 12초짜리 영상에는 해당 차량이 정식 번호판을 달고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알맹이는 따로 있었다. 이날 토요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1조5000억엔, 한화로 약 1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연산 20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춰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등한시했던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다.

이같은 계획이 내연기관에서 탈피해 전기차·수소차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현대자동차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토요타가 '전기차 플랜'을 내놓은 날 현대차그룹은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를 열고 수소대중화 구상을 밝혔다. 현대차와 토요타는 현재 글로벌 수소차시장에서 자웅을 겨루는 사이다.

토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1조5000억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출처:토요타 유튜브>
◇토요타 전기차전쟁 합류 선언, 구체적 투자계획 '명시'

토요타가 언론과 투자자를 상대로 '배터리·탄소중립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한 건 지난 7일이다.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하이브리드 포함)에 1조5000억엔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1조엔은 생산라인 설비 구축에, 나머지 5000억엔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쓸 예정이다.

목표는 10년 내 200GWh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춰 배터리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차량과 배터리 통합 개발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배터리 내재화, 대규모 설비를 바탕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차값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는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을 저해하는 한 요인이다.

이날 발표가 시선을 끈 건 토요타가 전기차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1위였던 토요타는 그간 전기차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전혀 없었다.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차에 집중해 사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관심사가 아니었던 전기차엔 사실상 손을 놨었다. 그러다 글로벌 완성차업계 전반이 전기차시장으로 이동하자 뒤늦게나마 방향을 재설정했다.

토요타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설명회에는 주요 경영진인 C레벨이 총출동했다. <출처:토요타 유튜브>

설명회에 C레벨 경영진들이 총출동했다는 사실에서도 토요타의 의지가 묻어난다. 언론 상대 행사에는 마에다 마사히코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오카다 마사미치 최고생산책임자(CPO), 나가타 준 최고홍보책임자(CCO) 등이 참석했다. 투자자 대상 브리핑에는 CCO 대신 곤 겐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나서 직접 질의에 응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현대차그룹은 오는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수소비전 2040'을 공개했다. 자칫 양사의 미래 비전이 엇갈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 현대차는 하루 전인 6일 전기차와 수소차 비중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오는 2045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2일 발표한 제네시스 전동화 비전에도 수소차와 전기차가 함께 포함됐다.

다만 현대차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전동화 목표 시점과 대략적인 라인업 정도만 오픈했다. 지난 4월 발표한 '중장기 EV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도 투자 관련 '숫자'는 찾아볼 수 없다.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판매물량을 56만대로 늘리고 항속거리·충전속도 등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 정도가 전부다.

◇수소차 말 아낀 토요타, 글로벌 시장 판 바뀌나

무엇보다도 양사가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수소차시장에 변화가 뒤따를 지 여부도 관심이다. 이날 토요타는 전기차에 집중할 뿐 수소차와 관련해선 특별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2030년 전기차와 수소차 비중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확답을 피했다.

일각에선 이날 설명회 내용을 놓고 최소한 승용차에선 수소차가 아닌 전기차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거나 다름없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해석이 맞다면 현대차로선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추정 단계일 뿐 향후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토요타가 쉽게 수소차를 포기하지 않을 거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현대차의 수소차 판매량은 4700대 정도로 토요타(3700대)보다 1000대 가량 많다. 점유율로는 10%포인트(p) 앞섰다. 올 1분기 토요타(49%)의 선전으로 잠시 순위가 뒤바뀌었었으나 한 분기만에 현대차가 다시 1위자리를 탈환했다.


현대차는 2018년 출시한 넥쏘를 앞세워 수소차시장에서 절대 강자 지위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토요타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전년 대비 9배 수준인 약 4만1000대를 판매하는 등 거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출시한 미라이 2세대 모델이 강력한 무기다.

특히 수소차시장은 연간 판매량이 1만대 밖에 되지 않는 등 규모가 작아 지금의 순위에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키운다. 올 1월부터 7월까지의 전세계 판매량은 1만300대로 7개월 만에 작년 연간 실적(9500대)을 넘어섰다.

SNE리서치 측은 "현대차가 2021년에도 수소차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압도적이었던 2020년과는 달리 토요타와의 양자대결 구도가 가속화되며 맹추격 당하는 처지"라며 "현대차는 기반 경쟁력 배양 및 시장 전략 정비, 신모델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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