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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포레스트파트너스]다채로운 이력 밑바탕 '투자 야전사령관' 허준영 이사컨설턴트·오일 트레이더 거쳐…그로쓰캐피탈 전문가로 '쑥쑥'

조세훈 기자공개 2021-09-23 07:39:21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성장(그로쓰) 기업 투자에 강점을 지닌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벤처(VC) 영역에서는 제주맥주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고, 온라인글로벌 무역중개 플랫폼 트릿지, 팹리스 스타트업 파두(FADU)를 일찍부터 발굴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기업으로 커가는데 동반자 역할을 했다.

제이콘텐트리, 동인인터네셔널 등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으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포레스트파트너스 특유의 '그로쓰 투자 DNA'는 올해 PE본부를 확대하며 더욱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세계 5위권 기술력을 지닌 중국 자율주행업체 오토엑스에 대한 투자는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허준영 이사는 포레스트파트너스에서 그로쓰 투자의 야전 사령관으로 불린다. 투자 업무에 합류한 지 불과 2년 만에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성장스토리 : 통섭 꿈꾼 젊은 청년, 다양한 경험 축적

융합과 통섭은 21세기 초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였다. 한 가지에 매몰된 좁은 시야로는 더 이상 현대 사회에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후 문·이과 통합 교육이 시대적 과제가 되기도 했다.

허 이사는 어려서부터 통섭을 꿈꿨다. 먼저 영국으로 넘어가 이공학을 전공했다. 2007년 8월 영국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UCL)대학 전기전자공학을 졸업했다. 이공계 지식을 쌓은 이후 런던정경대 경영학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풍부한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기업의 생리를 알고자 내린 결정이었다. 스페셜리스트를 추구하는 공학과 풍부한 지식을 지향하는 제네럴리스트 학문인 경영학을 전공하며 다양한 영역을 이해하는 기초적 역량을 쌓았다.

그는 2011년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에서 컨설턴트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기업들의 경영 방식을 관찰하고 전략을 수립하며 탄탄한 기본기를 기르는 계기가 됐다. 기업의 생리를 어느정도 익힌 이듬해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했다. 주차장과 오피스 공간을 대여하는 플랫폼 모델에 진출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내부 잡음으로 사업을 접어야하는 아픔을 겪었다.

외부 투자유치를 받으며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그는 2012년 스탠다드차타드PE(현 어펄마캐피탈)에 합류해 부동산, 기업 투자 등 폭넓은 분야를 경험했다. 금융 부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산업을 직접 체험하고 싶은 갈증이 커졌다. 컨설턴트, 투자자로 기업을 바라보는 것과 내부자로 일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 동안의 경력을 모두 포기하고 2013년 신입사원으로 SK에너지에 입사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는 "경력을 모두 포기하고 신입사원으로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면서도 "컨설턴트, 창업, 투자자를 경험한 만큼 더 늦기전에 기업 구성원으로 일해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허 이사는 SK에너지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에서 오일 트레이더로 8년을 근무했다. 오일 트레이더는 통섭적 이해가 중요한 직책이다. 원유 가격이 수요와 공급을 넘어 국제 정치와 외교적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혁명 등 원유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기술적 변화도 함께 동반됐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이 오일 트레이더에게는 필요하다. 허 이사는 그동안의 경력을 살려 전문 오일 트레이더로 활약했다.

그러나 대기업은 순환 보직이 일반적이다. 장기적으로 한 분야의 전문성을 쌓기 어려웠다. 2019년 말 인생 2막을 본격 준비하기 위해 사직서를 던지고 새로운 분야를 모색했다. 4개월 넘에 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은 다시 PEF 운용사였다. 기업 투자는 모든 영역을 총동원하는 종합예술이며 그 동안 쌓아온 노력과 일치한다는 확신이 섰다.

그는 PE본부 확장을 고민하는 한승 포레스트 대표와 만나 결국 기회를 얻었다. 6개월 한시 인턴으로 포레스트파트너스에 입사한 뒤 6개월 후 정식 이사로 합류하며 투자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 '포기하지 않으면 길 열려'

싱크대 수리공에서 성공한 기업 경영자로 거듭난 셰이 칼은 "인생의 비밀은 클리셰 단어 뒤에 숨어있다"고 말했다. ‘클리셰’란 자주 쓰는 단어 활자를 미리 조합해 놓은 인쇄 용어로 상투적인 생각이나 틀에 박힌 행동을 뜻한다. 그는 성공이 클리셰라고 생각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허 이사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본인이 확신을 갖고 투자 전략을 수립했다면 그 이후부터는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성공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때로 근성은 큰 난관에 봉착할 때 현실에 안주하는 게 아닌 돌파구를 찾는 노력을 창의적으로 수행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PEF 업계에 뛰어들 때부터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자신의 무기로 삼고자 결심했다. 올해 거듭된 투자금 모집 실패에도 자율주행 회사의 프로젝트펀드에 끊임없이 몰입해 투자금 모집에 성공했다.

투자 결정은 완벽한 이해를 동반해야 비로서 이뤄진다. 1%라도 의구심이 들때에는 이를 해소할 때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비타협적 노력이 있어야 투자자(LP)들에게 자신있게 투자 건을 말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트랙레코드 1: 자율주행 시장 선구자, 오토엑스 투자

오토엑스는 인공지능(AI)·로보틱스 전문가인 샤오젠슝이 2016년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에 설립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기업이다. 샤오젠슝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13~2016년 프린스턴대에서 조교수로 일하며 ‘컴퓨터비전·로보틱스 랩’ 소장을 지낸 인물이다. 회사명 오토엑스의 ‘엑스(X)’는 그의 별명인 ‘프로페서 엑스’에서 따왔다.

허 이사는 입사 후 첫 투자 대상으로 오토엑스를 낙점했다.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성큼 다가왔듯이 자율주행 시대도 '예고된 미래'로 판단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보여준 것 처럼 기술력이 우위인 회사가 결국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봤다.

오토엑스는 외형은 스타트업이지만 기술력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 5단계로 나뉘는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에서 오토엑스의 기술 수준은 조건부 무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4단계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4단계 테스트를 진행하는 62개 업체 중 기술력 지표에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기업으로는 최초로 동승자 없이 무인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했다. 승자 없이 무인 테스트가 가능한 곳은 세계적으로 5곳에 불과하다. 오토엑스를 포함해 구글의 웨이모, GM의 크루즈, 아마존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ZOOX, 미국 스타트업 NURO 등이다.

그러나 투자 유치는 쉽지 않았다. 적자가 누적된데다 상용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 의사결정에 발목을 잡았다. 특히 벤처투자 단계가 아닌 대규모 자금이 집행되는 상황에서 자율주행 스타트업 분야를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금융기관 LP들은 대다수 난색을 표했다. 가능성은 높지만 보여준 '숫자'와 밸류에이션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판단이다.

국내 주요 전략적투자자(SI)들도 마찬가지다. 허 이사는 자율주행에 관심을 갖을 만한 국내 주요 대기업·중견기업 관계자들을 빠지지 않고 만났지만 투자 유치 결정을 쉽사리 끌어내지 못했다. 투자 결정이 늦어지자 오토엑스에서도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내부에서도 '그만두자'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허 이사는 동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모두 활용하고, SI 관계자들에게 직접 연락해 가능성을 입증하고자 노력했다. 저명한 국내 연구소에서 오토엑스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답변을 받아내는 등 신뢰를 주기 위한 작업을 전방위적으로 펼쳤다. 결국 일부 SI들이 LP로 참여하면서 8000만 달러(약 9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성사시켰다. 굴지의 기술력을 지닌 자율주행 스타트업 기업을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딜 형태로 투자에 성공하며 '자율주행 투자 선구자'로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오토엑스는 이번 외부 투자 유치를 발판으로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개발한 무인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Robotaxi)는 6개월간의 시험 기간을 거쳐 중국 선전시 교통 당국으로부터 시범운행 허가를 얻었다. 오는 2022~2023년 자율주행 택시와 자율주행 트럭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트랙레코드 2 : 유니콘 눈앞에 둔 트릿지 '동반자'

포레스트파트너스는 온라인 글로벌 무역중개 플랫폼 기업 트릿지의 오랜 재무적 동반자다. 2018년 첫 인연을 맺었으며 지난해 100억원을 추가 투자해 트릿지가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14년 설립된 트릿지는 글로벌 농⋅축⋅수산물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유명하다. 글로벌 농식품 시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농식품 분야, 특히 신선식품의 B2B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수집한 가격 데이터는 5억건, 농산물 공급처 정보는 전 세계 90국 11만개에 달한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VC본부에서 트릿지에 유동성을 공급해주며 플랫폼 업체로 자리잡는데 큰 도움을 줬다.

트릿지는 올해 머신러닝 기술과 세계 각지의 현지 무역 전문가를 추가로 채용하기 위해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투자 규모가 700억원으로 커지자 VC본부에서 PE본부로 투자 주체를 변경했다. 이 실무 업무를 허 이사가 맡았다.

트레이더 출신인 그는 곡물 거래 중개 역할을 하는 트릿지의 사업 내용을 속속 알고 있었다. 원자재 트레이더로 일했던 신호식 트릿지 대표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기업가치 제고 전략등을 짜는데 상호 시너지를 일으켰다. 트릿지의 트레이딩 전략이 분명한 만큼 LP들의 투자 유치도 비교적 손쉽게 이뤄냈다. 그는 트릿지가 유니콘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돕겠다는 목표다.

◇업계 평가: 인품·끈기 뛰어난 운용인력

허 이사는 본인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여주는 겸손한 인품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문점이 생기면 부하 동료에게도 끊임없이 질문할 정도로 '권위'를 멀리하고 '배움'을 가까이 둔다.

한승 포레스트대표는 "허 이사는 딜 메이커가 갖춰야하는 집중력과 균형감각을 조화롭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내외부적으로 대인관계 기술이 뛰어나 바이아웃 딜을 이끄는데 탁월한 역량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년간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춘 박준수 포레스트파트너스 차장은 "인턴 직원을 포함해 모든 이들을 대할 때 본인을 먼저 낮춘다"며 "모두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줘 조직을 이끌고 LP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뛰어나 배울점이 많다"고 말했다.

오토엑스 투자건에서 함께 일한 김우중 애셔스트 홍콩 변호사는 "딜 막판 결렬 위기에 처했지만 허 이사가 네트워크를 통해 LP를 설득, 딜이 성사될 수 있게 했다"며 "소통 능력이 매우 뛰어난 분"이라고 밝혔다.

이공계 출신으로 기술적 이해도가 높은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박 차장은 "이공계 지식을 바탕으로 반도체,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기술 분야에서 항상 뛰어난 분석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글로벌 그로쓰 기업 동반자"

허 이사는 단기적으로 '자율주행 모빌리티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4위 업체인 중국 오토엑스에 투자한 만큼 PEF의 사각지대인 자율주행 분야를 선도적으로 파악해 향후 투자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자율주행에 관심있는 전략적투자자들과 공동으로 투자를 진행하거나 우수한 역량을 갖춘 기업은 선별해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두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자율주행을 투자 경험을 밑바탕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지니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그로쓰 투자 전문가로 거듭나고자 한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잠재력이 큰 유망 기업을 발굴하는데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역량을 활용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그로쓰 기업들을 발굴해 크로스보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허 이사는 "경쟁력있는 그로쓰 글로벌 기업들을 찾아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딜 소싱 역량을 통해 우수한 기업의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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