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9월 29일 07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 파운드리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적 반도체기업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강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대만 TSMC의 벽을 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현재 국내 업체 중 파운드리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이지만 원조는 아니다. 삼성의 파운드리 역사는 2012년 미국 오스틴 사업장을 파운드리로 전환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전에 DB하이텍과 키파운드리가 있었다. DB하이텍의 전신인 동부전자는 2001년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했다.
키파운드리도 1999년께 현대전자가 인수하면서 파운드리 강화를 비전으로 내걸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업을 하지 않았고 TSMC와 UMC 등 대만 업체가 세계 시장의 75%를 독과점했다. 대만의 아성을 뛰어넘겠다는 두 기업의 의지는 지금의 삼성 못지않게 강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았다.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을 중소·중견기업이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여기에서 비운이 시작된다. DB하이텍은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까지 검토될 만큼 큰 위기가 있었다. 키파운드리는 대주주가 수차례 바뀌었다. 자금난을 겪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 공동관리체제에 들어갔고 자구책으로 비메모리 부문만 떠어내 매각한다는 결단을 내린다. 오늘날 키파운드리가 순수 파운드리로 선 이유다.
DB하이텍 역시 채권단이었던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하면서 중국 파운드리 등에 넘어갈 위기도 있었다. 당시 창업주 김준기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면서 지킨 덕에 매각은 막았지만 상처는 크게 남았다.
두 회사는 독자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고 외로운 싸움을 계속했다. 투자가 지연된 탓에 12인치가 아닌 구식 8인치 시장에 머물렀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올해 유례없는 8인치 호황이 찾아왔고 전화위복의 상황을 맞았다.
누군가는 지금 아시아나항공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았더라면 역사가 달라졌을 거라고 말한다. 삼성이나 SK 같은 종합반도체기업이 아닌 순수 파운드리로 입지를 지켜내며 꾸준하게 국내외 고객 기반을 넓혀나간 데 대한 두 기업의 자부심도 상당하다. 파운드리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다.
하지만 다시 생존에 대한 고민은 시작되고 있다. 8인치 파운드리가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미래먹거리인 GaN, SiC 시장 진출을 위해 또다시 대규모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매각설도 불거지고 있다.
두 기업의 흥망성쇠는 한국 파운드리 역사와 궤적을 같이한다. 두 파운드리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시사하는 의미와 교훈은 작지 않다. 두 곳 모두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길을 걷든 의미 있는 행보를 보여주길 응원한다. 그것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도 크게 기여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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