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회계 톺아보기]R&D 모범생 LG화학, 아쉬운 효율성연구개발에 매년 1조원 이상 투입...자산화 규모는 지난해 40억원대
조은아 기자공개 2021-10-05 07:49:32
이 기사는 2021년 09월 30일 08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은 R&D(연구개발) 모범생으로 꼽힌다. 회사 규모만큼이나 연구개발에도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매년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이 1조원을 꾸준히 넘으며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도 4%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1·2위 화학회사들과 비슷한 수준이다.투자 비용만큼이나 조직도 방대하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과학의 3개 사업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연구개발도 3개 분야에서 나눠 이뤄진다. 모두 연구개발이 매우 중요한 산업군으로 연구개발 인력만 5500여명에 이른다.
특히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한 2017년부터 연구개발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합병 전 2016년 6841억원에서 합병한 2017년 8971억원으로 31% 증가했고 이듬해인 2018년에는 1조원을 넘겼다. 그 뒤 매년 1조원 이상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쓰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6220억원을 썼다.

LG화학에 합병되기 전 LG생명과학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용 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17.5%, 2014년 18.9%, 2015년 17.3%로 매우 높았다. 지난해에도 생명과학 부문에 투입된 연구개발 비용이 1800억원으로 해당부문 매출 6600억원 대비 27%를 넘어섰다.
다만 연구개발 자산화 비중은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업은 연구개발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향후 수익 실현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는 무형자산의 일종인 개발비로 회계 처리한다. 전체 연구개발 비용에서 개발비로 인식된 비중을 개발비 자산화율이라고 하는데 한 기업의 연구개발 효율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LG화학이 지난해 무형자산 항목 가운데 개발비(내부개발)로 신규 취득한 자산은 42억8300만원에 그쳤다. 2019년에는 171억7000만원을 개발비로 취득했다. 2019~2020년 연구개발에 투입한 자금이 1조원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9년에는 특히 개발비에서 323억1800만원을 손상처리하면서 개발비 자산이 816억원에서 568억원으로 크게 줄기도 했다.
개발비 손상차손은 연구개발이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거나 이미 출시한 제품이라도 개발비조차 뽑지 못할 정도로 매출이 저조할 때 발생한다. 매년 감사를 통해 개발사업의 진행 정도나 사업성을 검토하는데 만일 개발비가 투입된 사업의 시장성 및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장부가액 일부나 전체를 손상차손으로 인식해 털어버린다.

LG화학의 자산화 비중이 낮은 이유는 보수적 회계처리 기준에서 찾을 수 있다.
LG화학에서 내부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제안 및 선정 △검증 및 기술 확인 △개발 및 테스트 △상업화 의사결정 △최종안 테스트 △상업화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해당 프로젝트가 최종안 테스트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나머지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생명과학 부문의 경우 2018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발표한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에 따라 연구개발비 가운데 무형자산(개발비)으로 처리하는 기준이 더 까다로워졌다.
LG화학 생명과학 부문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후보물질 발굴 및 전임상 △임상1상 △임상2상 △임상3상 △허가 및 제품 출시의 단계로 진행된다. 신약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출시 전 모든 단계의 지출을 비용 처리하며, 복제약 및 혼합백신 개발 프로젝트는 제품에 따라 1상~3상 중 발생한 지출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LG화학 연구개발의 낮은 효율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앞서 7월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혁신신약 2개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신약 개발에만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성과를 내기까지 고스란히 비용으로만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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