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0월 12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를 해내는 건 '사람'의 몫이다. 심사역이 인적 네트워크를 살려 괜찮은 딜(Deal)을 따내고, 옥석을 가려내고, 피투자기업의 밸류에이션 성장을 돕는 데 매진한다. 자연스레 모험자본업계 경영진은 일 잘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다른 회사로 이탈하지 않는 데 관심을 둔다.성과보수를 주고 직급도 올려주는 게 일반적 해법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될 전망이다. 창업투자회사에서 펀드 운용 자회사인 '업무집행전문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촉진법의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펀드 운용에 특화된 자회사를 두자는 제안은 수년 전부터 벤처캐피탈협회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나왔다. 주식회사 아래에 '중간 유한책임회사(LLC)'를 만드는 아이디어가 대표적이다. 펀드 운용에 직접 관여하는 심사역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챙기는 장치인 만큼 성과보수가 마음에 차지 않아 회사를 떠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업무집행전문회사가 정착하면 모험자본 생태계는 어떤 변화를 맞을까. 중소벤처기업부는 미국에서 보편화된 제도인 만큼 '해외 벤처자본의 국내 유입 활성화'나 '벤처캐피탈의 선진화'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중요한 대목은 따로 있다.
심사역들은 펀드 운용의 '독립성'을 얻는다. 한 투자사의 파트너가 들려준 이야기가 귀에 와닿는다. 그는 "고참급 임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딜이 추진되는 상황에 적잖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갑갑함을 느꼈다"며 "운용역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보장할 제도적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인센티브 배분의 주도권 역시 경영진에서 심사역으로 넘어간다. 조합 운용에 따른 성과보수가 일차적으로 펀드 운용 자회사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펀드에 참여하는 대표 펀드매니저와 핵심 운용 인력의 목소리가 커진다.
다만 벤처캐피탈리스트 간 보상 격차가 지금보다 더 심해지는 역효과가 일어날수도 있다. 그동안 운용사들은 딜 기여도가 낮은 주니어 심사역들에게도 성과보수를 일부 배분하면서 인센티브의 불균형을 교정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업무집행전문회사의 도입으로 몇몇 우수 인력이 열매를 거의 따가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나머지 운용역들을 어떻게 다독일 것인지가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펀드 운용 자회사 제도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벤처캐피탈업계는 펀드 운용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심사역을 관리하는 방식 역시 달라진다. 변화의 양상을 감안하면 정책당국이 시행 전까지 순기능과 역기능을 꼼꼼하게 따져 정책의 '디테일'을 다듬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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