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우리금융 지분 인수나선 호반건설 속내는 건설 비중 축소, 금융 포트폴리오 확보 기회…'배당주' 투자가치도 충분

고진영 기자/ 김현정 기자공개 2021-10-13 11:18:39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2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A 큰 손’ 호반그룹이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들어 본업보다 다른 업종에서 투자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평가다. 올해 나온 매물 중 대우건설은 외면했지만 미디어, 전력 분야에선 줄줄이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크게 봤을 때 건설회사라는 호반의 정체성이 차츰 옅어지고 있다고 평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룹 차원에서 건설업에 한계를 느끼고 산업 전반으로 발을 넓히려는 기조가 읽힌다.

◇수익원 다각화 지속, 우리금융 사외이사 자리 노리나

호반건설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 8일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다. 금융 쪽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 내부에서 지금 당장은 건설업이 호황이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이 우상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여기는 분위기”라며 “현재 유동 가능한 자금이 2조원 규모인데 이중 수천억원 정도는 금융 분야에 투자할 만하다고 보고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에 예금보험공사가 내놓은 우리금융 지분 매각물량은 10%다. 투자자들이 입찰할 수 있는 최소물량은 1%이며 4% 이상을 취득하면 사외이사 추천권도 가질 수 있다. 직전 영업일 종가(1만1600원)와 매각 BEP(손익분기점)인 1만2200원을 기준삼아 추정할 경우 호반건설이 대략 3400억~3550억원 수준을 투자하면 사외이사를 통한 경영 참여를 노려볼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최근 호반그룹의 M&A 경향성과도 결이 맞는다. 올해 들어 이종업종으로 눈에 띄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자신문과 서울신문 등 언론사 지분을 잇따라 인수했고 호반산업을 내세워 대한전선도 품에 안았다. 8월 진행된 두산공작기계 인수전의 경우 호반건설이 입찰에는 참여하진 않았지만 매각 측인 MBK파트너스에 독자적 제안을 넣기도 했다.

기존의 주력 M&A 분야였던 레저 뿐 아니라 제조업, 투자사업 등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우리금융 지분 인수에 성공한다면 금융권에도 발을 담글 수 있다. 경기에 민감한 건설업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호반은 건설 외길에서 이미 크게 방향을 튼 상황이다. 지난해 연간 실적을 살피면 간판 계열사인 호반건설은 8958억원, 호반산업이 8367억원 등의 별도 매출을 냈다. 그런데 올해 인수한 대한전선이 작년 매출 1조4483억원을 기록했으니 그룹 전체에서 건설업 비중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영리한 투자자' 호반, 우리금융 배당이익 주목

호반건설은 단순히 자본적 이득 측면에서 봐도 우리금융에 대한 투자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적으로 볼 때 반등의 잠재력이 충분해서다.

우리금융지주는 그간 주가 저평가로 고심해왔다. 실적이 좋아도 예금보험공사의 지분매각 오버행 (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이슈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분이 팔려 사실상의 민영화가 완료되면 주가를 눌러왔던 골칫거리가 사라지게 된다.

배당주로서도 투자 매력이 상당하다. 지난해는 금감원의 '배당 자제' 권고로 결산배당이 주당 360원에 그쳤으나 그 전년에는 역대 최고액인 주당 700원을 배당했고 주주환원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올해의 경우 지주사 전환 후 첫 중간배당으로 주당 150원을 풀었다. 2019년 수준의 배당정책을 가정했을 때 연말 550~600원 정도의 추가 배당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연내 지분 매각 마무리를 목표하고 있고 결산배당 지급은 내년 3월이니 투자 3개월 만에 5% 안팎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배당의 자원이 될 순이익 역시 흐름이 좋다. 우리금융은 2021년 상반기에만 1조4197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올 초에는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4조원의 배당가능이익을 추가로 쌓아두기도 했다. 우리금융이 최근 몇 년 새 보여준 연간 배당총액과 배당 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추가 이익잉여금 적립이 없다고해도 최소 5년은 배당금 지급을 할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호반은 손해보는 장사는 안하기로 유명한 기업”이라며 “포트폴리오 확대를 떠나 배당이익, 추후 엑시트 가능성을 모두 계산에 넣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