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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결합 심사를 묻다]공정위는 '콜럼버스의 달걀' 해법을 찾을까①공정위-산업은행 '평행선 구도', 원칙론과 당위론의 대결

박상희 기자공개 2021-10-29 09:33:01

[편집자주]

M&A(인수합병)는 ‘돈의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위로 돌아간다. 독과점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위의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다. 동시에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심사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경제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더벨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조선해양 M&A를 중심으로 '기업결합 심사'라는 고차 방정식을 다면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5일 16:0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에서 M&A(인수합병)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가 한 가족이 됐다는 히스토리를 듣고 나면 다들 놀란다. 밖에서 볼 때 국내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와 기아 단 2개로 압축되는데, 두 회사의 기업 결합심사가 승인됐다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볼 때 놀랍다는 것이다.”

1999년 현대차와 기아차(현 기아)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은 아시아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 속에서 이뤄졌다.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전에 이뤄진 결합이기도 했다. 하세월을 보내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그리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심사는 현대차와 기아의 결합심사보다 훨씬 더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다.

각각 글로벌과 국내 시장 1~3위에 해당하는 사업자 간 결합이기 때문에 독과점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조선업과 항공업이 생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산업은행 주도로 M&A가 추진됐다는 점에서 단순히 공정거래법 논리로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항공업은 국가 기간산업이기도 하다. 해외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도 고려 대상이다. 공정위는 '콜럼버스의 달걀'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톱티어 간 기업결합 '이례적'...산업은행 주도로 이뤄져

조 단위 이상의 대규모 M&A 거래에서 기업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 중의 하나는 자금조달 방법이다. 최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기업 결합심사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M&A 실탄이 충분해도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최근엔 기업들이 M&A를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공정위의 기업 결합심사 통과 가능성을 법률적으로 사전 검토한다”면서 “심사 승인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아예 M&A 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1위와 2위 사업자 간 결합이라면 공정위의 심사 잣대는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 1·2위 간 M&A 사례가 드문 이유이기도 하다. 이 관계자는 “보통 해당 산업군 플레이어 가운데 3~5위 사업자 간 기업 결합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합심사 승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톱티어(top-tier) 간 M&A는 이례적인 경우에만 이뤄진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및 아시아나항공 M&A 기업결합 심사는 그 이례적이라는 경우에 해당한다. 특기할만한 점은 시장에서 기업 간에 자생적으로 발생한 거래는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항공사업 재편이라는 큰 틀에서 산업은행 주도로 진행됐다.

2019년 3월 한국의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은 3위 조선소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이 대형 컨테이너와 LNG선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조선강국임을 감안하면 단순히 국내 1·3위 사업자 간 결합 이상의 파급효과가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당국 결합심사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승인될 경우 대한항공은 국내 '유일'의 대형항공사(FSC)가 된다. 동시에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메가 캐리어'로 발돋움한다.


◇독과점 폐해 vs 구조조정 및 산업 경쟁력

기업결합 심사제도는 독과점 시장구조가 새롭게 형성되거나 고착화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 구조 자체를 경쟁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경쟁법을 집행하는 공정위 입장에선 까다롭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신고일부터 30일로, 필요시 90일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자료 보정기간은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총 기간은 120일을 초과할 수 있다.

2019년 이후 공정위가 외국 경쟁당국과 동시에 기업결합 시사를 진행한 경우는 총 8건이다. 이 안건들이 상정되는데 걸린 기간은 평균 288일(약 10개월)이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7월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지만 공정위는 2년 3개월 간 소위원회에 상정조차 않은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역시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 6월까지 아시아나항공 신주인수계약 잔금 800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기업결합심사 일정 지연 등 거래선행조건 미충족으로 신주인수계약의 거래 종결일이 9월 30일로 연장된데 이어 연말까지로 또 한 차례 연장됐다.

일각에선 국내 산업 특성을 고려해 공정위가 빠르게 승인 결론을 내리고 해외 경쟁 당국까지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적 관점과 부실기업의 도태 시 생기는 파장 등을 놓고 보면 (공정위가) 조금 전향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공정위를 비판하기도 했다.

반대편에선 공정거래법의 취지와 원칙에 맞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재계의 의견이나 산업, 국가 경제적 차원을 떠나 독과점 구조 발생 가능성과 그로 인한 공정 시장이 저해될 요소가 있는지만 보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현대차가 기아를 인수하던 시절에는 공정위의 역할과 존재감이 미미했다”면서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내 기업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점을 고려해 공정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국감에서 “국민경제적으로 중요한 항공·조선 기업결합 심사를 연내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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