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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결합 심사를 묻다]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이 해외 기업이었다면④각국 경쟁법 논리 비슷, 해외당국과의 심사 형평성도 고려해야

박상희 기자공개 2021-11-03 07:40:08

[편집자주]

M&A(인수합병)는 ‘돈의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위로 돌아간다. 독과점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위의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다. 동시에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심사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경제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더벨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조선해양 M&A를 중심으로 '기업결합 심사'라는 고차 방정식을 다면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7일 16: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톱티어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인수합병(M&A)을 통해 한 가족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결합 심사를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청한다. 다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한국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이라고 가정하자. 이 경우라면 공정위의 심사가 보다 빠르게 이뤄졌을까.

우리나라 경제의 중요한 한축을 담당하는 조선업과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업의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 공정위의 늑장 심사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만약 공정위가 승인을 하더라도 기업결합을 신고한 해외당국 한 곳에서라도 미승인 결정이 나면 해당 M&A는 어그러지게 된다.

준사법기관인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이나 아시아나항공 M&A라는 단발성 심사에 함몰될 수도 없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비슷한 사례에서 역으로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해외기업이 공정위에 자국 1·2 간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할 경우 반대를 할 명분이 사라진다. 공정위가 해외당국의 결합심사 향배를 살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처=회사 홈페이지


◇공정위 늑장 심사?...해외 결합심사도 일시 유예 상태

현대중공업의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은 한국, 일본, 중국, EU, 카자흐스탄 및 싱가포르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2019년 10월 29일에 카자흐스탄, 2020년 8월 25일에 싱가포르, 2020년 12월 28일 중국 경쟁당국에서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아직 한국과 EU, 일본으로부터는 기업결합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의 보통주를 한국조선해양가 현물출자 받는 일련의 거래를 위해서는 국내와 해외 이해당사자국들의 기업결합 승인을 조건으로 한다. 어느 한 국가라도 승인을 받지 못하면 인수합병(M&A)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해외당국의 결합 심사도 공정위 심사 못지않게 중요하다.

해외 각국에 취항하는 대한항공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기업결합 신고의무가 있는 미국, EU, 중국, 일본 등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현재 기업결합 심사 필수신고 9개국 중 3개국에 대해서는 무조건부 승인 또는 사전신고대상에 해당되지 않음을 확인 받은 상태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6개국은 현재 심사 절차 진행 중에 있다.


공정위의 늑장 심사에 대한 불만이 높지만 해외당국의 심사 승인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빠르게 승인 결론을 내리고 해외 경쟁 당국까지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김 전 위원장은 초대형 조선사 탄생에 대한 해외 경쟁당국의 우려를 해소할 든든한 우군을 자처했다. 2019년 3월 김 전 위원장은 독일에서 열린 국제경쟁회의 참석에 앞서 “다른 (나라) 경쟁 당국이 우리 판단을 무리 없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어느 국가보다 한국 공정위가 빨리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2019년 7월1일 신청했다. 김 전 위원장이 물러난 뒤였다. 두 회사기업 결합심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해외 경쟁당국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살펴볼 것이라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던 우군이 사라진 것이다.

2019년 9월 임기를 시작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후보자는 대표적인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조 위원장은 과거 논문에서 재벌을 ‘성공한 맏아들’로 표현하며 더욱 엄격하게 법집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친기업적’ 색채는 약한 편이다.

◇"대우조선해양 및 아시아나항공 심사, 자국 이익 우선하면 추후 부메랑 될수도"

공정위가 우리나라 산업 발전과 국가 경제를 위해 조속히 승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프레임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등에 의거하는 심판기능을 수행하는 준사법적 기관인데 정치 논리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이나 아시아나항공 결합 심사는 단발성 거래로 끝나는 게 아니다”면서 “공정위가 자국 이익을 위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면 해외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공정위에 요청할 때 반대로 우리가 압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할 당시 자국 조선소 1~2위 M&A를 승인한 전례 때문에 반대를 할 명분이 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지 3개월 만인 2019년 10월 중국 정부는 1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와 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집단(CSIC)의 합병을 승인했다.

즉 해외 기업이 우리나라 공정위에 결합 심사를 신청할 경우를 역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약 10여년 전 세계 2, 3위 철광석 업체인 BHP빌리턴(호주)과 리오틴토(영국)의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을 저지한 적이 있다.

당시 두 회사가 합쳐지면 철광석 생산량 축소 및 생산능력 감축을 통한 철광석 가격인상 효과가 최대 108%에 이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업결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2300여쪽의 방대한 심사보고서를 작성, 해당 업체에 통보했다. 결국 BHP빌리턴은 기업결합을 자진 철회했다.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간통죄나 형법 등은 문화적인 것에 영향을 받아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업결합 심사 기준은 나라 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우리나라 경제 이익 차원에서만 결합 심사를 바라보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는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경쟁 제한성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부 승인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조건부 승인이나 미승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조건부 승인이 나더라도 EU에서 LNG 사업부 매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정위에서 추가적인 요구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사를 여러 차례 유예한 EU는 LNG선 시장 독점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한국조선해양의 LNG선 시장점유율은 60%로 높아진다. 유럽은 LNG선 선사들이 몰려있는 지역으로, 한국조선해양이 대형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한국조선해양은 이 같은 EU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수년간 LNG선 가격을 동결하고 건조 기술을 이전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EU 측에서 LNG사업부 일부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각국의 결합 심사가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는다. 비용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각국의 결합심사 승인을 위해 글로벌 로펌에 지불하는 수수료도 상당한 수준이다.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최악의 케이스는 심사 기간이 엄청 오래 걸렸는데 결국 결혼하지 말라는, 다시 말해 심사 승인이 불허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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