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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사태 5년…롯데그룹 충격파가 남긴 메시지는 [공급망 시대, 위크 포인트는/국제정치 리스크①]'중국 진출=황금알' 시각 비판…전략적 활용 필요 목소리

이우찬 기자공개 2021-12-01 07:02:52

[편집자주]

요소수 사태는 저비용을 특징으로 하는 가치사슬로 얽혀 있는 글로벌 무역생태계가 공급망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에서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받는다. 요소수 사태로 촉발된 공급망 리스크에서 나아가 국내 산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주요 리스크를 살펴보고 대응책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6일 10:5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소수 사태가 중국에 대한 높은 원자재 의존도가 일으킨 사건이라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는 국제 정치 리스크로 인한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한 중국경제 전문가는 사드 사태와 요소수 사태를 이렇게 비교했다. 요소수 사태 이전에 시계를 조금 거꾸로 돌리면 2016년 사드 사태가 자리 잡고 있다. 사드·요소수 사태는 중국발 리스크라는 점에서는 공통 분모를 지녔지만, 리스크의 배경이나 결과 측면에서는 달랐다.

사드 사태는 사드부지 선정을 둘러싼 정치 안보 리스크가 수출 기업에 큰 타격을 입힌 사건이다. 반면 요소수 사태는 석탄 의존도를 줄이려는 중국의 친환경 경제 정책이 국내 원자재 수입망, 물류에 충격파를 가한 사건이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이 한국에 가한 각종 보복 조치는 국제 정치 리스크에 따른 산업계 충격파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최대 피해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경북 성주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전 계열사 사업자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국내 최대 소매유통업체인 롯데그룹의 롯데쇼핑은 사드 사태를 기점으로 실적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연결 기준 30조원에 육박했던 매출이 20조원 밑으로 내려왔다. 이후 코로나19 등이 겹치며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사드 사태 이전까지 롯데는 중국에서 백화점 5곳, 롯데마트 110여곳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롯데백화점 청두점 1곳만 남았다. 앞서 롯데는 2018년 4월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을 모두 팔았고, 그해 7월 롯데백화점 철수를 결정했다. 2019년 3월에는 중국 내 제과, 음료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사드 사태 여파로 2018년 3월 롯데마트는 중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외국 브랜드 3위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중국 소비재 시장의 또 다른 국내기업인 현대·기아차도 사드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2016년 중국 내수 시장점유율이 8.1%에서 2017년 5.5%로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3.5%다. 최근 매각이 결정된 중국 내 첫 생산기지였던 베이징 1공장은 사드 사태 이후 가동률이 50% 미만으로 내려갔다.

재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 이후 유통, 자동차 등의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비중을 축소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며 "중국 내수시장을 육성한다는 쌍순환 정책에도 중국 내수 시장 진출이 대단히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의 정치, 안보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중국 외 아세안(ASEAN) 쪽으로 투자 방향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해외 직접투자에서 아세안 10개국의 비중은 2014년 16.2%로 처음 중국(12.9%)을 넘어섰는데, 사드 사태 이후인 2019년(17.3%, 10.3%), 2020년(20.3%, 9.2%)에는 그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이는 한국만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에 대한 전 세계 자본의 직접투자 규모는 2016~2020년 7310억달러로,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 6989억달러보다 많다.

중국 내 신규법인수도 사드 사태 이후 주춤한 것으로 나타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2~2015년 중국에 설립된 국내 신규법인수는 매년 700개 이상이었으나 사드 사태 이후인 2017년 537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어 2018~2019년 400여개 수준으로 축소됐다.

반면 신 생산기지로 떠오르는 아세안의 베트남에 설립된 국내 신규법인수는 2017년 697개에서 2019년 915개로 증가했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사드 사태 이후 강화되고 있는 중국 자국우선주의 등 요인으로 국내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공략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중국은 높아지는 인건비로 생산기지로서의 매력 감소,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의 안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시장으로 중국이 지니는 성장성에만 매몰되지 말고, 중국 외 시장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성장하는 곳으로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마트 철수가 보여주듯 중국 유통망, 내수시장은 자국 우선주의가 굉장히 강한 분야"라며 "개별 기업 단위 접근이 어렵고 자유무역협정(FTA) 강화 등 정부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중국 시장에 대한 비판적 인식의 전환은 필요하지만 이는 '탈중국'이 아닌 중국의 전략적 활용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박사)은 "미중 갈등에도 테슬라가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최대 시장으로 중국 내수시장이 지니는 중요성을 상징한다"며 "정부는 한중 관계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확대해 국내기업의 중국시장 공략을 지원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사드, 요소수 사태 등 일련의 중국발 리스크는 탈중국이 아닌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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