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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한몸’ 반갑지만…의존도 더 높아질까 '걱정' [현대카드·캐피탈 경영권 재편]④완성차 판매 따라 실적 롤러코스터…사업다각화 제한, 리스크 전이 우려도

고설봉 기자공개 2021-12-03 07:19:08

[편집자주]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에서 최근 심상찮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분리 움직임이다. 지분 변동을 수반한 것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경영권을 두고서는 총수일가 사이에 확실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 금융계열사는 과연 어떤 이유로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경영권과 지배구조, 주력사업부문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그 배경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1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판매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으나 ‘없으면 아쉬운’ 정도의 무게감만 갖는 계열사다. 반면 현대캐피탈 입장에선 현대차그룹은 곧 생명줄이다. 현대차그룹을 벗어나 사업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대캐피탈 내부에서도 이번 경영권 재편을 반기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재편으로 현대캐피탈의 사업구조와 펀더멘털을 현대차그룹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어 리스크 요인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카드와 함께 움직일 때는 현대차 일변도를 벗어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고려할 수 있는 시기였으나 재편이 완료된 후에는 이를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금융 위주 먹거리 창출…취약한 사업 포트폴리오

현대캐피탈은 1993년 12월 현대오토파이낸스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1995년 4월 현대할부금융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이후 1998년 12월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초기 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핵심사업은 완성차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할부금융과 리스금융 등 할부금융업이다. 이외 가계대출 위주 대출채권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할부금융과 리스금융은 주로 현대차그룹 완성차 법인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와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실적 구성에 이러한 사업적 특성이 잘 드러난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수익(매출) 2조6594억원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건 리스금융이다. 같은 기간 리스수익은 1조26억원으로 전체 영업수익의 37.7%를 차지했다. 할부금융수익은 4717억원으로 17.74%의 비율을 보였다. 완성차 관련 금융수익이 전체 영업수익의 55.44%를 차지한다.

이외 비중이 높은 수익원은 대출채권수익이다. 올 3분기 누적 5884억원으로 전체 수익에서 차지한 비중은 22.13%다. 이어 기타영업수익은 5842억원으로 21.97%를 차지했다. 기타영업수익 대부분은 파생상품평가·거래이익에서 발생했다. 5842억원 가운데 4598억원이 파생상품 관련 수익이다.

자동차금융 외에 대출채권과 파생상품 관련 수익도 대부분 완성차 판매와 연계돼 있다. 현대캐피탈은 대출채권 대부분을 개인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통해 채우고 있다. 특히 현대캐피탈 자동차금융을 이용하는 고객 위주로 개인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또 파생상품 관련 수익도 완성차 판매에 기대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매매목적 파생상품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 이자율스왑과 통화스왑 등 리스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보유한 파생상품이다. 전 세계 주요 거점에 자회사 및 합작사를 세워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판매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환 이슈 등에 대응하기 위해 취득한 자산이다.


◇현대차그룹 내부거래 의존도 높아…리스크도 연동

실적의 대부분을 완성차 판매 과정 및 이와 연계한 후속사업에서 거둬들인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현대캐피탈을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현대캐피탈 입장에서 보면 현대카드는 떼어내도 아쉬울 게 없다. 사업 의존도가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정작 현대카드는 현대캐피탈과 절연하면 사업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캐피탈은 올 3분기 누적 현대차그룹 계열사로부터 총 2721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이 가가운데 현대차와의 거래가 가장 컸는데 그 규모는 948억원이다. 총 내부거래 가운데 34.85%가 현대차로부터 발생했다. 이어 기아 770억원(28.29%), 현대카드 603억원(22.17%) 등이다.

눈에 띄는 점은 현대캐피탈은 현대차와 기아와 거래에선 영업수익을 낸 반면 영업비용 지출은 극히 적었다는 부분이다. 올 3분기 누적 현대캐피탈은 현대차로부터 영업수익 948억원을 거두는 동안 영업비용은 8억원만 지출했다. 기아에서는 770억원의 영업수익을 얻는 동안 4억원의 영업비용만 지불했다.

현대카드와의 내부거래 양상은 전혀 다르다. 영업수익을 올린 만큼 영업비용을 지출했고, 부수적으로 채권 매입의 의무도 과거 짊어지고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카드로부터 올 3분기 누적 603억원 영업수익을 얻는 동안 영업비용 234억원을 지출했다.

과도한 현대차그룹 내부거래 의존도 우려를 낳는 요인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주요 내부거래 대상 계열사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곧바로 현대캐피탈로 부실이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판매 부진과 리콜 등 품질 이슈를 겪어왔던 2015년을 전후해 현대캐피탈의 실적도 둔화됐다. 2018년 현대차와 기아가 ‘어닝 쇼크’를 기록하자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현대캐피탈 실적이 현대차그룹 완성차 판매량 및 수익성에 대한 민감도가 그만큼 높은 탓이다.

현대캐피탈의 이번 경영권 재편은 현대차그룹에 예속되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향후 금융업 기반의 사업 다각화 등 시도는 더욱 한계가 명확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이 없으면 사실상 영업활동을 펼칠 수 없다”며 “수신기능 없이 자금조달 대부분을 금융기관 차입 및 회사채 발행에 의존하는 만큼 개별회사의 자금조달 역량이 중시되는데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이나 수신 경쟁력의 원천은 탄탄한 현대차그룹 내부일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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