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뉴삼성 차세대 리더십]조직개편 남은 퍼즐 '컨트롤타워'⑤'뉴삼성' 이미지와 배치되는 미전실 부활 딜레마 극복 관건

김혜란 기자공개 2021-12-03 07:12:30

[편집자주]

'이재용호 삼성'이 본격적으로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첫 발은 인사제도 개편이다. 수평적 기업문화 정착이라는 분명한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연말 정기인사에서는 어떤 식으로 뉴삼성의 메시지를 담을지 어느 때보다 업계 주목도가 높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조직 문화를 혁신해 승어부(아버지를 능가함)에 다가서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읽힌다. 더벨은 삼성의 인사 관전포인트를 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2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의 인사와 조직개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컨트롤타워 역할론'이다. '총수-컨트롤타워'라는 그룹의 강력한 구심점이 삼성의 성장 근간이 됐다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삼성의 지휘본부는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간판은 바뀌었으나 총수의 큰 그림을 구체화할 방안을 논의하고 각 계열사에 전파하는 본질과 존재 이유는 변함이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된 뒤 단행하는 첫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컨트롤타워부터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17년 미전실 해체 후 사업지원태크스포스(TF)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나 TF는 말 그대로 임시조직에 그쳐 어떤 식으로든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하나의 의사결정기구를 만들 경우 미전실의 후신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미전실은 '적폐'로 지적받아 2017년 해체됐던 조직이다. 미전실의 부활은 이 부회장이 복귀 후 강드라이브를 건 '뉴삼성'의 이미지에 배치될 수 있단 점도 삼성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미전실과는 확실한 선을 긋고 준법경영의 토대 위에 새 지휘 체계를 띄우는 게 이 부회장의 최대 과제로 지적된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후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 삼성물산 등 비(非)전자 제조계열사,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 등 3개 소그룹 체제로 전환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 삼성물산 설계·조달·시공(EPC)경쟁력강화TF, 삼성생명금융경쟁력제고TF가 출범했고, 이들 TF가 소그룹 내 중복업무 조율 등을 지원했으나 한계는 명확했다. 계열사가 서로 분리돼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시너지 제고 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역할 만큼이나 조직 자체도 크게 위축됐다. 해체 직전인 2016년 말 미전실의 상무급 이상 임원은 49명에 달했으나 현재 사업지원TF 임원은 15명에 불과하다.
*기존 미전실에서 사업지원TF로 옮긴 임원은 노란색 표시
그사이 삼성 계열사들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최근 들어 글로벌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재편, 요소수·백신 대란 사태 속에서 삼성의 역할이 더욱 부각됐다. 올해 미국의 요청으로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각각 현지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을 결정했다. 이제 삼성은 국내 정치, 안보 이슈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삼성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의사결정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정부와 삼성 간 긴밀한 대화 창구를 복원하고 삼성과 현지 정부와의 소통 채널을 더욱 강화할 필요도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총수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체계적인 조직이 재가동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도 미전실 같은 기구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배구조와 경영시스템 개편 관련한 컨설팅을 의뢰해 최근 결과를 전달받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컨트롤타워 부활을 포함해 조직개편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형태와 시기다.

미전실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은 대관 업무를 담당한 기획팀이었다. 현재 사업지원TF에선 대관 업무를 배제했으나, 그룹의 컨트롤타워에서 정무적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빼놓을 수 없기에 이를 어떻게 재건하느냐가 관건이다. 오너 이익 창출에 집중했던 과거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려면 여론과 정치권이 납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컴플라이언스(준법) 장치도 내놓아야 한다.

삼성 안팎에서 거론되는 대안은 새 지휘기구에 2중 견제장치를 두는 것이다.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의 통제 하에 두고, 내부에도 별도 감사조직을 만들자는 의견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현재 가석방 상황인 데다 남은 재판도 있어 지금 컨트롤타워를 손대는 건 시기상조란 내부 의견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관계자는 "사실 미전실이 전략기획실이나 비서실처럼 전권을 휘두른 것도 아니었고 조직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대관 로비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로 복원해야 하는데 쉽게 결정이 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