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29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범 당시 '조건 없는' 연 2% 금리를 내세웠던 토스뱅크가 두 달 만에 약속을 철회하자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무리수 마케팅을 하다가 신뢰를 잃었다', '소비자와의 약속을 가볍게 취급한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하지만 동종업계의 시선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토스뱅크가 왜 그래야만 했을까요. 근본적인 곳으로 화살의 끝을 돌려보세요.” 한 인터넷은행 임원이 식사 자리에서 토스뱅크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했다. 단순히 '깃털처럼 가벼운 토스뱅크'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인지.
토스뱅크의 금리변경은 역마진에 기인한다. 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장사를 중단했다. 10월 초 출범한 토스뱅크는 출범 10일차에 대출 한도 5000억원을 소진하고 지금까지 신규 대출을 못하고 있다. 두달 보름 가까이 대출 셧다운 상태가 지속되면서 이자비용만 불어나는 중이다. 1억원 초과 구간부터 0.1% 이자 지급은 일종의 백기투항인 셈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홍민택 대표는 파격 금리의 지속가능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 여수신 밸런스를 잘 맞췄다”는 그의 대답 속에서 오랜 시간 출범을 준비하며 수만번 계산기를 두드려 얻은 수치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토스뱅크가 간과한 것은 '규제 리스크'였다. 0.1% 금리를 주는 시중은행을 상대로 대담한 도전을 감행했지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라는 암초로 수치가 틀어져버렸다. 토스뱅크는 연말까지 3000억원의 추가 한도를 당국에 요청했으나 일관된 정책을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전해진다. 그저 ‘출범 시기’ 탓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가혹하다.
은행들은 지금 영업 정상화 채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소진됐던 대출 한도가 내년부터 다시 채워진다. 토스뱅크 역시 1일부터 대출을 재개한다고 공지를 띄웠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금융당국이 올해보다 더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인터넷은행 역시 예외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내년에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진 않을지 우려도 나온다.
총량규제에 따른 여파는 시중은행에 비해 인터넷은행이 클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경우 대출누적액이 260조~310조원대로 상당 규모의 이자수익이 계속 발생하고 기업대출로도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대출잔액은 26조원, 7조원이고 신생은행 토스뱅크의 경우 5000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은 가계대출만 취급한다.
출범 초창기 야심찼던 토스뱅크의 도전은 허물어졌다. 소비자 불만도 높다. 애초부터 섣부른 약속을 외친 잘못은 있겠지만 과연 날아오는 돌이 온전히 토스뱅크 몫이어야 할까.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는 은행업계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화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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