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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수업 본격시작?…KB금융, 확 뒤바뀐 3인 부회장 역할 한 우물 전문성보다 '멀티플레이어' 역량 강화…박정림 사장도 한 축 담당

김현정 기자공개 2021-12-29 07:32:4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8일 18: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종규 회장이 KB금융지주 3인 부회장들에게 예상밖의 과제를 줬다. 기존의 업무와 전혀 다른 역할을 부여하면서다. 다양한 업무를 고루 총괄하며 회장 자질을 키우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회장의 경영 승계 수업이 본격화된 셈이다.

KB금융그룹은 28일 조직개편과 경영진 인사를 실시했다. KB금융은 9개의 부문을 4개의 비즈니스그룹으로 묶어 양종희·허인·이동철 부회장과 박정림 부문장이 나눠 맡도록 했다.


업계는 당초 3명의 부회장이 각자 전문성을 보유한 업무를 나눠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양종희 부회장이 기존대로 글로벌, 보험 부문 등을 이끌고 디지털에 식견이 높은 허인 부회장이 디지털 부문을 맡는 시나리오다. 이동철 부회장은 오랜 시간 지주에서 개인고객부문장을 맡아온 만큼 개인 부문을 맡지 않겠냐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3인의 역할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양종희 부회장이 △디지털부문·IT부문을, 허인 부회장이 △개인고객부문·WM/연금부문·SME부문을, 이동철 부회장이 △글로벌부문·보험부문을 맡게 된 것이다.

예상 밖 역할 배분에는 윤 회장의 큰 그림이 엿보인다는 평이다. 원래 잘하는 것을 계속 해 전문성을 키우는 것보다 다양한 업무를 두루 맡으면서 폭넓은 경험을 쌓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회장은 한 분야에 대한 ‘전문가’보다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올라운더’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1961년생 동갑내기인 3명의 부회장은 30년 넘는 세월을 KB금융에 몸담았다. 모두 은행·지주·핵심 계열사에서 두루 핵심 보직을 맡으며 비슷한 경력을 쌓았다.

윤종규 회장으로부터 핵심 인사로 발탁된 이후부터는 각기 다른 행보를 걸었다. 양종희 부회장은 2016년 3월 손보 대표로,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은 2017년 말 각각 은행장과 카드 대표로 건너가 각자 맡은 자리에서 능력을 평가받았다.

이후 최근 2~3년 그룹에서 이들의 역할은 각각 한 쪽으로 쏠리는 듯 했다. 양종희 부회장을 떠올리면 ‘보험’이, 허인 부회장을 떠올리면 ‘디지털’이, 이동철 부회장은 전략과 개인부문이 연상됐다.

이번 인사는 이런 고정관념을 한방에 깼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2022년 말 인사에서는 3인 부회장 체제가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이들의 역할이 또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양종희 부회장이 KB손보 대표를 마치고 부회장으로 선임됐을 당시 보험과 더불어 글로벌 부문을 맡게 됐을 때에도 시장의 반응은 ‘의아하다’는 분위기였다”며 “일 년 뒤 2명의 부회장이 합류하면서 또 다시 롤을 바꾼 지금 윤 회장의 큰 그림에 대한 퍼즐이 꿰맞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보직 이동은 부회장들의 경영 수업이기도 하지만 시험대이기도 하다. 3명의 부회장이 각자 맡은 업무를 통해 동등한 자리에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각자 맡은 총괄직을 얼마나 훌륭히 소화해냈느냐가 회장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박정림 KB증권 사장에게도 비즈니스그룹의 한 축을 맡겼다는 점이다. 박정림 사장은 4개의 비즈니스그룹 가운데 △자본시장부문·CIB부문을 담당할 예정이다. 그룹 차원의 투자·자산운용 역량 강화 및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등 그룹 내 투자부문을 조정하는 역할이다.

‘라임펀드’ 이슈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지난 16일 부회장 승진에서 배제되면서 포스트 윤종규의 마지막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그에게도 3인의 부회장과 동등한 역할이 부여됐다.

이를 놓고 여전히 포스트 윤종규 4인방 체제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회장이 제재심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전까지는 계열사 사장으로서 부회장들과 함께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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