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의장 '겸직'하는 포스코 철강 자회사, 책임경영 강화 2006년 정관에 분리 명시, 매년 신규 선임…사측 "비상장사, 사외이사·감사위로 투명성 강화"
유수진 기자공개 2022-01-12 07:40:23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0일 14: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철강 자회사의 이사회 의장 자리를 대표이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난 15년 간 유지해온 '이사회 의장=사외이사' 기조와 상반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포스코는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 강화를 위해 2006년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철저히 분리해왔다. 심지어 사내이사 아닌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도록 정관에 못박았다. '단순 분리'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기존 포스코의 기조와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현행 포스코 정관(제40조)에는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의 결의로 선임한다'고 적혀 있다. 임기 역시 1년으로 제한해 특정인에게 오랫동안 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했다.
이같은 기조를 정착하기 시작한 건 2006년 2월이다. 당시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의장 선출 과정과 자격을 확정했다. 이사회 의결을 통해 사외이사 중 선임하기로 한 것이다. 이때 대표이사 뿐 아니라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을 가능성도 사라졌다.
여전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기업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제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 15년 이상을 앞선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의장의 임기를 1년으로 정하고 연임을 금지한 것도 이때다. 이전까진 관련 조항이 따로 없었다.

실제로 직전까진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재직 기간 내내 연임을 한 것도 물론이다. 전자공시시스템상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유상부 전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이후 후임인 이구택 대표이사(회장)가 자리를 넘겨받아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동안 의장으로 활동했다. 이후로는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신규 선임했다.

그러다 이번에 철강 자회사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도록 한 것이다. 철강사업을 떼어낸 후 지주사로 전환하는 존속회사(포스코홀딩스)는 기존대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 역할을 한다.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며 정관을 일부 고쳤지만 제40조(이사회의 의장)는 손대지 않았다.
물론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는 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겸직을 고수하는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현대자동차다. 대표이사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다만 포스코가 선진적 지배구조를 지향하며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려고 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란 평가다. 현재는 사외이사 비중(58%)이 법정 기준인 과반을 초과 충족하고 이사회 산하에 전문위원회도 6개나 둔 상태다. 기업들이 최근 몇년간 빠르게 설치하고 있는 전문위원회들을 1999년 이전부터 적극 운영해 왔다.
특히 경영·투자 관련 결정을 내리는 경영위원회를 제외하곤 위원장도 모두 사외이사다. 이사회가 독립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경쓴 티가 역력하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 평가(지배구조 부문)에서 최근 4년 연속 A+를 받기도 했다.
포스코 측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진 않지만 다른 장치들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구성 등의 방식을 통해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신설법인은 비상장사지만 사외이사 영입과 감사위 구성 등 상장사에 준하는 기준을 내부적으로 마련했다"며 "이를 통해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고 향후 필요에 따라 전문 인사를 더욱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전문가는 "비상장사는 사외이사 선임 의무가 없다"면서 "철강 자회사가 선진적 지배구조를 추구하는 모회사의 기조를 따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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