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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기업 빌드업 리포트]'스카봇' 개발한 퍼스텍, M&A로 레벨업 할까①삼성전자 M&A 기대감에 주가 상승...2000년대 초반 로봇사업 점프인

박상희 기자공개 2022-01-24 07:55:35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로봇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소식과 ‘CES 2022’에서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로봇을 앞세우면서 로봇기업 주가가 고공비행하고 있다. 산업계에서 오롯이 로봇에만 집중하는 업체는 대부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중견·중소기업이다. 시장에서 로봇에 주목하기 시작한 지금은 로봇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거나 지배구조에 변화를 꾀할 최적의 타이밍이다. 로봇 업체들이 자본시장을 활용해 어떻게 빌드업에 나설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7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피 상장사 '퍼스텍'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T-50, KUH(수리온), K-9 등 대표적인 무기체계에 참여해 핵심 군수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방산업체다. 그러나 퍼스텍 주가 흐름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건 본업인 방산 실적이나 수주 공시보다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손꼽히는 로봇 관련 소식이다.

퍼스텍은 최근 로봇 테마주로 이름을 올리며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2' 현장에서 로봇 M&A 추진 가능성에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밝힌 게 기폭제가 됐다. 시장에서 M&A 후보로 퍼스텍을 주목했다.

퍼스텍이 눈길을 끈 건 폭발물 처리 및 감시정찰 임무 수행이 가능하고 민·군 겸용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형로봇 ‘스카봇’을 2009년 일찍이 자체 개발했기 때문이다. 무인화 기술이 미래 첨단 무기시장의 핵심이자 신성장동력임을 예측한 덕분이다. 이러한 퍼스텍이 시장의 기대를 등에 업고 M&A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2003년 범현대가 방계 후성그룹에 인수...민간사업과 거리두기

퍼스텍은 후성, 한국내화 등 20개가 넘는 계열사를 두고 있는 후성그룹에 속해 있다.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조카로, 후성그룹은 범(凡)현대가의 방계로 구분된다. 김 회장의 어머니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일한 여동생이었던 정희영 씨로, 아버지는 고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이다. 후성그룹은 김근수 회장이 한국내화를 창업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퍼스텍은 1975년 제일정밀공업으로 창립해 2002년 퍼스텍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앞서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퍼스텍은 2002년 2월 채무변제를 통해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이후 2003년 후성그룹에 인수된 이후 오늘에 이른다.

퍼스텍은 후성그룹에 인수된 이후 주로 군수용품 제작에만 집중하고 있다. 과거 민간사업 부문을 무리하게 확장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경험이 반면교사가 됐다. 퍼스텍은 한때 시티폰사업에 1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시장이 없어지면서 제품을 판매하기도 전에 중도에 하차한 아픈 기억이 있다.

퍼스텍은 미사일 유도조정장치, 탱크 자주포 등 군장비 공급업체로 출발했지만 로봇 테마주로 분류되기 시작한 역사는 꽤 오래됐다.
출처: 퍼스텍
후성그룹에 인수된 2003년 퍼스텍이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을 위한 산학연 협동 컨소시엄인 '인간생활환경 지능화를 위한 지능로봇 개발'에 참여한 게 첫 시작이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구조 및 탐지, 군사용 지상로봇의 조기 상용화 목소리가 커지면서 퍼스텍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퍼스텍은 위험물처리, 정찰 등을 수행하는 다목적 로봇 '스카봇'을 2009년 개발한 이래 실전 투입에 나서기도 했다.

퍼스텍은 2012년 100억원의 정부출연을 받는 '다목적 수직 이·착륙 비행로봇' 개발업체로도 선정됐다. 현재 협소·험난·근접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감시정찰하기 위해 1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한 수직이착륙 비행로봇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2018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로봇산업융합핵심기술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퍼스텍의 로봇 개발은 크게 보면 미래 먹거리 사업인 무인화분야 개발 사업과 연관된다. 퍼스텍 사업부문은 △항공우주 △유도무기 △지상무기 △해상무기 △무인화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무인화분야에서 무인항공기, 무인로봇, 수직이착륙비행로봇 등 무인체계 사업을 하고 있다.

퍼스텍은 축척된 전자 정밀기계기술을 바탕으로 무인로봇 및 무인항공기 사업을 추진해왔다. 2009년 다목적소형로봇인 ‘스카봇’을 개발한 게 대표적이다. 스카봇은 감시 정찰뿐 아니라 폭발물 제거, 화생방 감지 등 다목적으로 민·군에 활용 가능한 로봇이다. 퍼스텍은 스카봇을 국내공급 및 수출산업을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무인기, 무인로봇, CCTV, 통제장비 등이 결합된 통합감시정찰체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테크윈 시절 돈독한 관계, 현재 삼성그룹과 사업상 접점 없어

퍼스텍은 왜 삼성전자의 로봇 M&A 대상으로 기대감을 모은 것일까. 로봇 사업 진출을 본격화한 삼성전자가 퍼스텍에 정말 눈독을 들인 것일까.

퍼스텍 관계자는 "삼성은 퍼스텍 매출과 관련성이 전혀 없다"면서 "M&A는 그룹 모기업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현재로선 M&A 관련 진행 중인 것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퍼스텍은 현재 삼성 계열사와는 거래 관계가 없지만 과거 삼성테크윈의 오랜 협력업체였다. 퍼스텍이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이후 영입한 전용우 전 사장이 바로 삼성테크윈 이사 출신이다. 1952년생인 전용우 전 사장은 2003년부터 2017년까지 퍼스텍을 이끌었다.

삼성테크윈은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간 이른바 '빅 딜'을 통해 2015년 한화그룹으로 편입된 뒤 현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거듭났다. 퍼스텍은 빅딜 이전 삼성테크윈과 감시경계 로봇을 공동개발하기도 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이어 왔다.

비즈니스 협력 관계는 빅딜 이후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옮겨갔다. 현재 퍼스텍 매출 비중이 높은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2020년 코로나19 극복과 조기 종식을 응원하는 ‘스테이 스트롱’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다음 참가자로 손경석 퍼스텍 대표이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퍼스텍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 사업적 긴밀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삼성테크윈을 비롯한 방위산업체를 매각한 삼성그룹이 퍼스텍을 인수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퍼스텍은 로봇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매출 상당수는 방위사업으로부터 나오는 방산업체이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퍼스텍 매출은 132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253억원을 기록했다.

퍼스텍 관계자는 "무인화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로봇 사업에 진출하게 됐지만, 퍼스텍을 로봇기업으로 보는 시선은 부담스럽다"면서 “삼성전자 M&A 관련 퍼스텍과 연결짓는 것은 추측성 루머로 보인다"고 말했다.

퍼스텍 매출 대다수는 군수 계약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부문 매출은 미미하다. 방산업체의 M&A는 ‘산업 보안’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

시장 일각에선 퍼스텍의 자회사 유콘시스템을 주목한다. 유콘시스템은 퍼스텍이 무인항공기 및 무인시스템사업에 집중투자 하면서 2011년 설립한 회사로, 비상장업체다. 유콘시스템은 소형무인항공기를 국내 최초로 양산 납품했다. 우주 발사체 지상제어시스템 개발을 통해 우주분야로까지 사업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퍼스텍 관계자는 “유콘시스템이 생산하는 드론 역시 민간용 매출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고, 경찰이나 군대 등을 대상으로 주로 매출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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