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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스페셜리스트/박동주 HB인베스트먼트 상무]스타트업 페이스메이커, 성장 단계별 전략 투자 '일품'밀리의서재·지머니트랜스 등 발굴, 팔로우온으로 기업 동반자 자처

양용비 기자공개 2022-02-03 07:39:32

[편집자주]

투자 유치에 나서는 스타트업의 고민은 합이 맞는 투자자를 찾는 일이다. 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다방면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업계에는 스타트업의 갈증을 해소해 줄 산업별 전문 투자가가 존재한다. 더벨은 산업별 전문가들을 선정, 이들의 투자 원칙과 구체적인 밸류업 방안을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8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페이스메이커는 일정한 거리까지 선두를 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마라톤 등의 장거리 달거리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팀 파트너가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거리까지 속도를 내며 이끌다 적당한 순간에 빠지거나 꼴찌로 쳐진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결국 페이스메이커다.

HB인베스트먼트에도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심사역이 있다. 설립 초반부터 함께 달리고 팔로우온(후속투자)으로 속도를 이끌어 스타트업의 성공을 돕는다. HB인베스트먼트의 박동주 상무(사진)는 주인공이 빛날 수 있도록 돕는 감초이자 페이스메이커다.

◇주특기 투자 분야 : ICT,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겨냥

HB인베스트먼트는 투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 분야별 3개 그룹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와 하이테크, 소프트웨어 그룹이다. 박 상무는 이 가운데 소프트웨어 그룹의 장을 맡고 있다.

주로 투자하는 분야는 콘텐츠와 ICT, 플랫폼 등이다. 밀리의서재(월정액 전자책), 지머니트랜스(모바일 핀테크 해외송금), 얌테이블(온라인 수산물 유통), 버드뷰(뷰티 애플리케이션), 식신(푸드테크) 등은 초기단계부터 발굴해 선제적으로 투자한 포트폴리오다.

밀리의서재와 얌테이블 등은 그의 투자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포트폴리오다. 선제적인 투자 이후 여러차례 추가 투자하면서 기업 성장에 힘을 실어줬다. 밀리의서재에는 무려 4차례나 자금을 투입했다.

◇투자·비투자 원칙 1순위 : 성장 단계별로 상이하게 접근

박 상무는 스타트업의 생애 단계별로 투자 관점을 달리 보고 있다. 초기와 중기, 후기 기업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해야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우선 초기 기업은 겨냥하는 시장에 주목한다. 시장 형성 여부나 시장 잠재력이 큰 기업에 투자한다.

스케일업(중기) 단계 기업은 창업자의 방향성, 시장 내 지위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이미 시장이 형성된 단계인 만큼 기업이 제시하는 데이터의 진위 여부, 추세선을 집중적으로 따져보고 투자에 나선다.

후기 기업은 출구 전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투자 이후 2~3년 내로 인수합병(M&A)이나 IPO가 가능한 지 판단한 뒤 베팅에 나선다. 이미 실적이나 시장 데이터들이 쌓인 만큼 수익화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그는 “아직 시장 형성이 안된 초기기업에는 어떤 데이터도 요청하기가 힘들다”라며 “사후 관리도 친구나 큰형 같은 멘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포인트 : 팔로우온 집중하는 페이스메이커

박 상무는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다. 초기 단계부터 선도적으로 투자한 이후 수차례 팔로우온 투자를 단행하면서 기업의 변곡점 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기업의 발걸음의 맞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는 “투자 라운드마다 기관투자자가 힘을 실어주는 게 기업에겐 중요하다”며 “펀드 상황 때문에 투자가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기관에서 유치할 수 있도록 소개나 주선을 최대한 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자의 멘탈 케어를 위한 교감도 중시한다. 경영자들의 고민을 경청하고 인간적으로 교감해야 사업에 대한 방향성과 비즈니스 철학을 진정성 있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유치 지원과 함께 교감이 병행돼야 기업 스케일업에 탄력이 붙는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포트폴리오 스토리 : KT 품에 안긴 '밀리의서재'

박 상무는 2010년 HB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이후 ICT 서비스 기업들에 투자해 왔다. 그가 투자한 기업 중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밀리의서재’다. 전자책 월정액 구독 플랫폼 기업인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KT 품에 안겼다.

밀리의서재를 알게 된 건 그가 투자했던 애니메이션 플랫폼 기업 애니플러스의 전승택 대표를 통해서 였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게임 이외에 콘텐츠가 각광을 받을 거라고 판단한 박 상무가 관련 기업을 물색하던 시기였다.

첫 투자를 단행했던 2017년 밀리의서재의 프리밸류는 27억원에 불과했다. 서영택 밀리의서재 대표가 월정액 모델로 방향을 설정했으나 당시까진 비즈니스가 정교하지 못했다고 박 상무는 기억하고 있다. 다만 서 대표의 눈에서 확신을 봤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듬해 2번째 투자를 했을 때 유료 월정액 이용자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전자책 시장에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햇다.

박 상무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4차례 투자를 통해 투입한 자금은 58억원이다. 현재 밀리의서재는 누적 400만명이 구독하는 전자책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KT에 인수되면서 박 상무의 혜안이 증명됐다.

박 상무는 “밀리의서재는 독서의 질적 향상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적 수준을 높인 플랫폼”이라며 “공공적인 관점에서 의미있는 투자 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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