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35년만에 혼다 꺾은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 [현대자동차를 움직이는 사람들]⑧미주권역담당 및 글로벌 COO, 미국시장 5위 부상...닛산 CPO 출신 2019년 합류

유수진 기자공개 2022-02-09 07:34:22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 취임 이후 두 차례의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완성했다. '인사만사(人事萬事)'라는 말이 있듯 누구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좌우되는 게 당연지사.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고자하는 정 회장의 꿈을 현실로 바꿔줄 핵심 인물들은 누구일지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4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에 미국은 단순한 해외시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톱티어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1순위' 시장이다. 1986년 엑셀을 수출하며 처음 진출한 이래 수없이 좌절을 맛보면서도 매번 도전에 나서는 이유다. '10년-10만 마일 무상 보증'으로 대표되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경영'이 빛을 발한 곳 역시 미국이다.

중요도가 높은 만큼 실력있고 믿음직한 인물에게 총괄을 맡겼을 거란 짐작이 가능하다. 현대차의 선택은 닛산 전사성과총괄(CPO) 출신 호세 무뇨스 사장이다. 미주권역담당 뿐 아니라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도 겸직하고 있다. 작년 말 알버트 비어만 사장과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어드바이저로 물러나며 현대차의 유일한 외인 사장으로 남았다.

◇'역대 최다' 판매…현대차그룹, 35년 만에 '혼다' 꺾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제네시스를 포함해 78만7702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다 실적을 경신했다. 2016년 찍었던 77만5005대의 벽을 5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판매량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부진했던 전년(2020년) 대비 23.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호실적을 이끈 공신은 투싼(15만949대)과 아반떼(12만3775대), 싼타페(11만2071대) 등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포함한 레저용차량(RV)이 전체 판매량의 64.7%(50만9957대)를 차지하며 탄탄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전세계 완성차 메이커들이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 깊다는 평가다. 특히 기아와 합산한 현대차그룹 판매량(148만9118대)이 처음으로 일본 혼다(146만6630대)를 제치고 미국시장 5위에 올랐다. 발음과 로고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혼다 짝퉁' 취급을 받던 설움을 35년 만에 씻어낸 셈이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역사를 새로 쓰며 미주권역을 총괄하는 무뇨스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연초 'CES 2022'에서 북미시장 선전 배경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공급망 관리'를 꼽았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춘데다 전동화 트렌드에도 적시 대응하고 있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무뇨스 사장이 해당 직을 맡은 건 약 3년 전인 2019년 4월이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사법 이슈로 갑작스럽게 퇴진하자 현대차는 그의 최측근이었던 무뇨스 사장에게 적극 러브콜을 보냈다. 당시 사장직을 제안받은 첫 외국인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통상 외부인사는 부사장으로 영입해 1~2년 뒤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경우가 흔하다.

그에게 주어진 '특명'은 미주지역에서의 판매 회복이었다. 현대차 전체 매출의 5분의1을 책임지는 곳이지만 2016년(77만5005대) 이후 판매량이 하락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2018년엔 67만7946대로 2년 전 대비 10만대 이상 감소했다. 이듬해 71만대를 넘기며 살아나는 듯 했으나 코로나19를 만나 다시 급락했다. 그러다 이번에 마침내 제대로 반등한 것이다.

◇닛산 CPO 출신, 30년 자동차 전문가…권역본부 체제 정착에 기여

무뇨스 사장은 30년 이상 자동차업계에 몸 담으며 다수의 완성차 업체를 거쳐온 글로벌 전문가다. 1989년 푸조-시트로엥 스페인 딜러로 업계에 첫 발을 들인 뒤 대우차 이베리아법인 딜러 네트워크 팀장과 토요타 유럽법인 판매·마케팅 담당을 차례로 역임했다.

이후부터 현대차에 합류하기 전까지 15년 동안 닛산에서 일했다. 유럽법인 판매·마케팅 담당과 멕시코 법인장, 북미 법인장, 중국법인장에 CPO까지 지냈다. 당시 그는 탁월한 리더십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국과 멕시코 지역에서 닛산의 점유율 확대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현대차는 무뇨스 사장의 글로벌 사업운영 능력과 전사 수익성 관리 경험 등을 높이 사 COO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판매 및 생산 운영 최적화와 수익성 등 전반적인 실적 개선, 사업전략 고도화를 주도하는 역할이다.

특히 북미권역본부장 뿐 아니라 미주권역담당 자리를 함께 줬다는 점에서 그에게 걸었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추정할 수 있다. 앞서 현대차는 2018년 외부환경 변화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고자 글로벌 시장(국내 포함)을 모두 9개로 나누고 권역별 자율·책임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고 각 권역별로 본부장을 뒀다.

예외적으로 미주는 별도의 권역이던 북미와 중남미를 하나로 묶어 이를 총괄하는 미주권역담당을 신설해 그에게 맡겼다.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확대한 대권역제의 '원조'인 셈이다.

최근 자동차업계의 눈은 현대차가 미국공장에서 '언제' 전기차를 생산할 지에 쏠려 있다. 오는 30년까지 미국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최대 50% 수준까지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생산 계획을 구체화할 거란 관측이다. 현지 생산이 본격화되면 본사 영향력이 줄고 자율경영 체제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달러(약 9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계획도 포함돼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